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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낮 1-2
마크 레비/열림원
‘새벽은 어디에서 올까요?’,
‘우주는 언제 시작되었을까요?’
‘첫 인류는 누구일까요?’
누구나 한두 번은 이런 질문을 해본다. 나는 언제 자신에게 혹은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을까? 높고 푸른 하늘에 떠가는 맑은 구름을 바라볼 때, 깊은 산 속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때, 해변의 모닥불 곁에서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새벽을 맞을 때, 그리고 몇 천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기이한 형상을 이룬 큰 산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의 반짝임들, 거대한 우주의 환희, 밀물과 썰물의 경이로움,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밝아 오는 빛의 신비로움은 일상의 분주함에 묻히면 거의 사라지고 만다.
최초의 인간이 누구일까? 그는 몇 천 년 전에 살았을까? 혹은 몇 억 년 전에 살았을까? 인간은 언제부터 이런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했을까? 주위에 많은 아기가 태어나고 많은 사람이 죽어가지만 진지하게 인간 삶의 의미와 근본에 대한 물음을 던진 적은 많지 않다. 수많은 기도를 하고, 성경의 수많은 말씀을 읽고 교회에서 그것에 대해 많은 설교를 들었지만 대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왜 최초의 인간에 대해 궁금해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나니 궁금해진다. 21세기, 수많은 컴퓨터와 인공위성, 정보와 네트워크 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인류와 몇 천 년 전, 혹은 몇 억년 이 땅에 왔을 최초의 인간의 공통점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인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원시의 역사가 이어져 온 길이, 그 사람의 발자취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이 질문에 흥미롭게 다가가게 한다. 최초의 인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지구 끝이라도 달려갈 열정의 고고학자, 키이라와 우주의 시작을 연구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5000미터 산봉우리에서 젊음을 불사르던 천문학자, 아드리안은 과거의 연인이다. 각자의 연구 지원금을 따내기 위한 학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키이라의 신비한 목걸이로 인해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고아로 키이라가 돌봐주던 꼬마 아리가 화산섬에서 주워 선물한 이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돌이 우주의 근원을 밝혀낼 수 있는 어떤 단어가 되는 것일까? 키이라와 아드리안을 둘러싼 정체모를 미지의 세력은 누구일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들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음밀히 이 세상을 통치하고 지배하려는 어떤 거대한 조직일까? 이 부분은 곧 한국에서도 출판될 <밤>을 통해 의문이 풀릴 것 같다.
광활한 우주를 측량하고, 아주 오래전 인류를 추적하는 복잡한 과학적 지식이 이 부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꽤 흥미롭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 같은 독자에게도 이 책은 꽤 재미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긴박한 사건 속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이며 수줍고 섬세한 천문학자와 저돌적이고 열정적인 고고학자의 수줍은 사랑, 이들의 사랑은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나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아직 이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식 독설과 비꼬기, 투덜거리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월터와 아드리안의 우정도 익살스럽고 훈훈하다. 이들의 우정은 결말에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가장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암시하는 것일까? 후속편을 읽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이라 <밤>이 더 기다려진다.
성공한 건축가 출신에서 작가로 변신한 마크 레비는 데뷔작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잘 생긴 남자다. 이름도 멋진 남자 주인공 아드리안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이런 굉장한 이야기를 유머 넘치고 스릴 있게 풀어가는 뛰어난 글 솜씨를 가졌다. 이 책으로 그는 전 세계의 열렬한 그의 팬 중 한 사람을 더 확보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