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지의 꿈 - 장 지글러, 서양의 원죄와 인간의 권리를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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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빼앗긴 대지의 꿈
장 지글러, 서양의 원죄와 인간의 권리를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갈라파고스

내가 아메리카 대륙을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체 게바라를 읽은 뒤부터다. 아르헨티나의 장래가 촉망되는 한 청년이 남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의 민중들의 투사가 되어 싸우다 볼리비아에서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그 때가 1967년 그의 나이 39살이었다. 대학 시절 오토바이로 여행했던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 중남미 민중들의 고통과 신음을 보고 그는 수술대보다는 그들의 삶을 해방시키는 투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쿠바 혁명을 이끌었고 아프리카 콩고에서 싸웠으며 볼리비아에서 싸웠었다. 체가 위대한 것은 그 사람 자체의 능력이나 성과가 아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맺힌 역사와 아프리카 민중들의 수백 년의 절규를 세상에 알린 것이다.

장 지글러의 이 책에는 체가 죽었던 나라인 그 ‘볼리비아’가 등장한다. 볼리비아에서는 2006년 국민선거로 500년 만에 최초의 남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는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이다. 그는 200개가 넘는 서양의 외국기업이 쥐고 있던 석유, 가스, 광산 사업의 주도권을 되찾아 해마다 엄청난 수입을 되찾았다. 그 수입을 극빈자와 노인, 산모, 아기를 위해 사용했고 교육 등 환경개선과 복지에 투입했다. 원주민을 노예로 고용해 부리던 농장들을 국가에 환수하고 원주민 공동체에 농장소유권을 되돌려 주었다. 지금 볼리비아는 수 백 년 동안 지속되던 극심한 궁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는 그의 혁명을 증오하는 세력에 의해 암살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2009년 총선에서 다시 재선되었다.

또 한 나라, 나이지리아, 도대체 나이지리아의 석유는 누구에게 다 가고 있을까? 국제공항 근처의 대도시, 한 밤중에 100여대의 차가 길게 늘어서 있다. 거의 한 잠도 못 잘 정도로 밤새 길게 줄을 서 기름을 주유하는 운전기사들, 기름파동이라도 난 걸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주유하기가 어려울까?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의 석유생산국이며 아프리카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나는 부자 나라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들의 삶은 기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밑바닥이다. 그럼 이 나라의 자원과 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외국, 유럽의 석유회사들이 가져가고 그 석유회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패한 정부에게 거액의 뒷돈을 흘려주며 그 맛을 절대 놓지 못하는 부패한 권력자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산다.

저자는 1934년 스위스 태생으로 제네바 대학과 소르본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스위스 사회민주당 소속 위원으로 일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국제법 분야의 사회학자, 기아문제 연구자이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등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유엔은 개점휴업 중’이라고 할 정도로 국제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리며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서양 강국들이 무기개발과 기술문명이 뒤진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에 어떤 짓들을 해 왔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수백 년 쌓아온 그 대륙의 억압받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투쟁했고 그들의 증오가 어떤 방식으로 폭발하고 있는지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다.

피해자였던 사람들은 외친다. 우리에게 사과하고 우리를 억압하고 착취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고... 그런데 피해를 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금방 잊어버린다.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뻔뻔스럽고 현학적인 문장과 논리 속에 감추고 합리화 한다. 그리고 사과나 보상에 대한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권과 세계평화, 배려와 나눔은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사라진다. 지금 세계는 연일 전쟁 중이다. 지구 에너지는 정점에 이르고 갈수록 에너지를 확보를 위한 전쟁은 잦을 것이다. 탐욕과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이 세상은 점점 지옥이 되어 갈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은 남반구 주민들이 다인종적이며 민주적으로, 땅속의 자원과 토지가 주는 부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데에, 그리고 법에 의해서 유지되는 주권국가, 서양 강국들과 정정당당하게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진정한 주권국가를 건설하는 데에 있다. ' -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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