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송광섭.송기원 옮김 / 부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2010년 5월10일
미래에서 온 편지-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리처드 하인버그/부키

약 100년 후의 미래에서 편지가 왔다. 아직 뜯지 않은 편지를 들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 때는 달나라에 각 나라의 위성도시가 세워지고 지구 인근의 경치 좋은 별들로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그런 이야기가 적혀있지 않을까. 그러나 상식적으로 지구의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그냥 지금처럼 유지되는 이런 삶, 고도의 경제성장은 아니더라도 빈곤한 나라와 굶주려 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전쟁과 자연재해가 줄어 안정된 삶을 유지한다는 그런 이야기라도 듣고 싶은데, 그의 편지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는 2007년에 태어나 2107년에 100살이 된 노인이다. 그가 태어난 시기는 지구의 주된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가 정점에 이르러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던 때였다. 그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환경은 그를 농부, 약탈자, 게릴라 전사와 엔지니어, 그리고 물리학자로 살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약탈자? 게릴라 전사? 제3세계 국가, 아프리카, 중동의 불안정한 나라의 국민이 아닌 미국인인 그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불렀을까.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자 세계경제는 공황에 빠졌고 음식과 물, 생필품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곧 다른 나라의 것을 취하려는 전쟁이 벌어졌으나 전쟁을 벌인 정부마저도 에너지 고갈로 붕괴된다. 물물교환과 약탈이 일어나고 이제 사람들은 자기 몫의 식량을 스스로 가꾸려고 생활방식을 바꾼다. 그러나 종자회사에서 사온 ‘자살 종자’로 농사짓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좋은 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농사 기술을 제대로 아는 농부도 너무 적다. 그러나 인류가 결코 원치 않는 최악의 삶이지만 사람들은 원시시대로 돌아간 삶에 서서히 적응하여 생존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20세기의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이 메시지를 현재 인류에게 보낸 것이다.

저자 리처드 하인버그는 에너지와 환경 관련의 다수의 책을 저술하고 강연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정점을 축하하라>, <자연과의 새로운 계약>, <파티는 끝났다> 등의 그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는 영화 <투마로우>, <2012>에서 환경 재앙으로 닥친 지구의 종말을 강력히 예언한 과학자들과 비슷하다. 그는 “문화를 바닥부터 재창조하라.”고 말한다.


얼마 전 새 집을 분양받아 입주했다. 전에 살던 집이 그리 비좁거나 딱히 큰 집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재테크도 해야 하고, 새 집이니까. 그런데 자동차로 15분 걸리던 출근시간이 40분으로 길어졌다. 왕복 60km가 넘는 길이니 기름 값이 상당하다. 남편은 일주일에 두 번 축구 야간 경기를 하러 50km가 넘는 길을 다닌다. 집에는 두 대의 tv, 방마다 수많은 전구, 컴퓨터, 전기매트, 가전제품, 수도와 화장실 사용 등 우리 집에서만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엄청나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만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가끔 고민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지구 환경의 내리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우리인 것이다.

얼마 전 <북극곰을 구해줘>란 환경관련 어린이 책을 읽었다. 표지그림과 제목을 보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와 재앙을 다룬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보니 에너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환경문제는 결과이고 그런 결과를 낳게 한 원인인 에너지에 대해 어린이들이 읽기 쉽고도 상세하게 잘 나와 있었다.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에도 생명체가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지구의 현실이 잘 나타난다. 꼬마가 기차놀이를 하다가 강아지를 데리고 상상의 기차여행을 떠난다. 배경이 바뀔 때마다 두루미, 호랑이, 악어, 곰 등 동물이 하나하나 기차에 올라타는데 그 때마다 꼬마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하고 호통을 친다. 그러면 그 동물들은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줘. 사람들이 산의 나무를 다 베어버려서 더 이상 산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 하고 애원한다. 그럼 꼬마는 사정 딱한 그 동물들과 금세 친구가 되어 한바탕 신나게 뛰어논다. 이 동물들은 애원하면 올라탈 기차라도 있었지만 실제 지구상의 생명체를 태울 기차는 없어 보인다.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당장 몇 십 년 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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