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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티타티타
김서령/현대문학
버스를 타고 가다 어떤 노래를 들었는데 불현듯 아주 오래전의 어떤 일이 불쑥 떠오른다. 마치 며칠 전이 아니었을까 싶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들, 계절과 주위의 풍경들, 그리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람들..... 참 기뻤고 행복해서 작은 자극으로도 금방 되살아나는 장면들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어떤 노래의 선율로, 어떤 시간대의 특별한 풍경으로, 스치듯 맡아진 어떤 향기로도 추억은 금새 되살아나곤 한다. 김서령의 <티타티타>는 아련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찾아온 한 낮의 햇살 같은 소설이다. 피아노를 처음 배운 앙증맞은 두 아이가 조금 뻔뻔스럽게 연주 무대를 마무리하고 그 흥분되고 어색함을 오래오래 간직한 그 느낌처럼 인물들의 삶 곳곳에는 그렇게 특별한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작가가 연주를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잘 이해하고 연주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티타티타, 돌리를 위하여, 우아한 유령,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는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피아노 선율일 뿐 아니라 두 주인공 소연과 미유,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 각자의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피아노 연탄곡을 연주할 때부터 성인이 되어 이삼십 대를 살아갈 때 까지 늘 함께였지만 소연과 미유는 성격도 외모도 사랑의 색깔도 참 다르다. 사랑의 방식도 삶의 방식도 달라 서로에게 큰 상처와 아픔이 되기도 한다.
운 좋게도 하루의 시간이 주어져 단숨에 읽은 책은 나른한 봄날 잔잔한 쇼팽의 피아노 선율처럼 감미로움과 평화를 안겨주다가도 어느새 격정적인 첼로의 흐느끼는 선율로 가슴을 쿵 내려앉게 했다. 어떤 한 가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삶의 다른 부분도 더 깊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치밀한 구성이 만든 한편의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많이 고민하고 많이 고생한 일들은 성의 없이 현학적인 뽐냄으로 나열한 문장들보다 훨씬 깊이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