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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 살림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는 오랜 전통과 수많은 판타지 신화를 가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해리와 론, 어린 주인공들이 다니는 마법 학교와 마법사와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마치 지구상 어딘가에서 약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종족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성향에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초능력, 마법의 힘이란 신비한 능력까지 갖춘 굉장히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그러나 마법사와 마녀를 친숙한 이웃으로 표현한 영국의 동화와는 달리 현실 속의 마법의 역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17세기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끔찍한 ‘마녀 재판’의 현장을 소설로 재현한 생생한 보고서와 같다.
주인공 코니는 저자처럼 실제 박사과정 준비생이다. 박사과정 자격시험을 마치고 논문 준비를 위해 지도교수의 요청에 따라 식민지 시대의 북아메리카 마법의 역사 연구를 시작한다. 세일럼의 마녀재판에 대한 자료를 쫓던 중 외할머니의 유산인 교외 숲속에 숨겨진 집, 의혹의 물건들로 가득 둘러싸인 그 집에서 ‘딜리버런스 데인’이란 이름을 발견한다. 그녀의 기록을 쫓던 코니는 그 이름이 지닌 놀라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데, 세일럼 마을의 오래된 고택에서 발견된 딜리버런스 데인은 누구일까? 코니의 지도교수는 세일럼 마녀재판 당시 그녀들이 가지고 있던 마법의 레시피 북을 꼭 찾아야 한다고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며 그녀를 위협하는데 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20세기와 17세기를 오가며 풋풋한 청춘남녀의 사랑과 스릴 넘치는 긴박한 사건이 펼쳐지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호우는 실제 미국의 세일럼 마녀재판을 겪거나 죽임을 당했던 여인들의 후손이다. 그녀는 미국학 및 뉴잉글랜드 분야 박사과정 자격시험을 준비 하며 알게 된 세일럼 마녀 사건을 거의 6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책으로 써냈다. 마녀재판은 그 당시 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실제 그것에 대해 남아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고 한다. 청교도 정신이 이룩해낸 빛나는 민주주의와 물질적 번영을 자랑하는 미국이 초창기에 그들 안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었던 그 사건들에 대해 공공연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인종차별, 테러 등 한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공공연한 이슈가 되기를 그들이 꺼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녀재판에 대한 후대 학자들과 사람들의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만 저자는 마녀로 몰렸던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행한 일들이 정말 이단적인 주술과 저주, 악마의 능력이었을까? 그들을 마녀로 몰고 재판 했던 사람들보다 그들이 기독교의 핵심을 더 잘 이해하고 실천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등의 진지한 의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읽는 동안 작가가 뉴에이지 사상을 가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17세말 미국의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흥미위주의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종교적 관점에서 좀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마녀로 몰려 희생된 사람들, 비주류, 낮은 신분, 물질적, 사회적 배경이나 방패막이 없었던 대부분이 여인들과 그들의 잃어버린 삶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