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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 - 글을 쉽게 쓰는 법
잭 헤프론 지음, 허형은 옮김 / 재승출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 - 글을 쉽게 쓰는 법(The writer's idea book)
잭 헤프론 지음/재승출판/416p./2010년 2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척 열심히 글을 썼던 때가 있다. 초등학교 때 일기가 그랬고 어떤 친구와 열심히 주고받던 수십 통의 편지가 그랬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모호한 이성 친구와 열심히 주고받던 편지들, 그게 그 친구를 향한 일종의 사랑이었는지, 세상과 소통하는 나의 방식이었는지,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아, 수십 통의 편지라고 하니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회사 선배 하나가 갑자기 결혼을 한단다. 이십대 중반을 갓 넘은 팔팔한 청춘, 퇴근과 동시에 강남의 술집에서 삼차는 기본이고 새벽에 귀가, 새벽에 출근하는 화려한 젊음을 만끽하던 그 사람이 한 여인에게 몇 개월간 매일 편지를 썼다고 한다. 글쓰기와는 전혀 어울리는 삶이 아닌 그도 사랑 앞에서는 글쓰기쯤이야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글쓰기의 제일 중요한 것이 무얼까? 글쓰기의 철학, 글쓰기의 기술, 글쓰기의 아이디어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 선배처럼 열정이 아닌가 싶다.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세상에 퍼붓고 싶은 외침, 활활 타올라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것을 내 놓는 행위, 그것이 글쓰기의 핵심이 아닐까. 그것을 꺼내 놓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이다. 나는 큰 소리로 고함을 친다거나, 광분한다거나 흥에 겨워 몸을 흔들며 노래를 한다거나 하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내면의 나는 열정적이고 급진적이고 과격하다. 청소년기에 겉으로는 할 일 다 하는 조용한 모범생이면서 뒤로는 방과 후 술도 마시고 아이들은 입장이 금지 되었던 곳에 가서 춤추면서 놀았었다. 그래서 방법은 다르지만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글쓰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글쓰기의 원동력은 열정이겠지만 그 열정에 시동을 걸고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연료로 가득 찬 자동차는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열정은 가득하지만 어떻게 실제 글을 써 나가야 할지 막막한 초보 작가들에게 네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는 작가이며 편집자이고 17년간 글쓰기에 관해 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쳐온 베테랑 글쓰기 전문가이다. 저자와 같은 전문가들에게도 글쓰기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일이 아니다. 창작의 고통과 적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석해 그 고통을 기꺼이 이겨내며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하는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책은 글쓰기의 소재, 영감을 얻는 방법, 글의 형식, 어투, 화자의 관점, 이야기를 극대화하는 방법까지 한 권의 작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4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과 오랜 시간에 걸친 연습이 요구되는 길잡이 가이드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그의 글로 의해 꽤 맛있고 부담 없는 저녁 식사에 초대된 기분이 들게 한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갖고 있지만 괜찮은 작품 한번 써 보지 못한 ‘꿈만 작가’인 사람들, 글쓰기가 너무나 막연하고 두려운 보통 사람들, 글 써서 책도 한두 권 출판했지만 글과의 권태기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