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 - 우리 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
장영희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2010년 3월 12일
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
장영희 외 지음/중앙books/282p./2010년 2월

-우리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

나는 책으로 작가를 만나고 느끼는 것이 좋다. 작가는 그가 창조한 책 속 세상에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그를 나에게 보여준다. 요즘은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에게 주최하는 행사가 많아 마음만 먹으면 유명한 작가들과의 만남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작가와의 만남에 관해서라면 애써서 그를 찾아가기까지의 거리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타르코프스키를 만난 김정란처럼 나 역시 이 책의 만남의 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많은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과 작가들이 있지만 현실에서까지 그들을 만난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프란츠 카프카처럼 뼈 속까지 고독한 삶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나 역시 현실의 수많은 만남이 번잡스럽다. 좋든 싫든 상대해야 하고, 만나야 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그 작가를 대뜸 만난단 말인가! 사실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차 한 잔 놓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우주를 통틀어 몇 사람뿐이다. 그렇지 않은 만남은 심히 피곤한 일이 되어버린다. 하루를 근무하고 느끼는 피로감보다 어색한 한 시간의 대화에 어깨와 등줄기의 근육이 뭉쳐버린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아무런 어색함 없이 그에게 다가가 영혼과 정신으로 교감하는 이런 만남은 안심이 된다.

시인 김정란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만나고 앉은 자리에서 그 영화를 연속 3번을 보고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말할 수 없는 충족감으로 내 영혼이 꽉 차는 느낌, 참을 수 없는 친연성, 눈물이 날 정도의 친근함’ 같은 느낌은 한 사람의 인생에 한두 번 비치는 찬란한 빛이 아닐까. 타르코프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아무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그녀는 그를 만났겠지만 또 만나지 못하면 어떤가, 그들의 이런 만남은 실제의 만남보다 부족함이 없다.

현직에서 활발히 시를 쓰고 문학을 가르치고, 소설과 시를 평하며 시대와 삶을 고민하는 25인의 문학도들이 그들의 스승을 만났다. 그들의 대화는 평범한 독자인 내가 읽기에는 다소 현학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난해한 면도 있지만 문학의 위대한 스승을 찾아가는 선명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멜빌, 박지원, 카프카, 신채호, 조지 오웰, 파블로 네루다, 백석, 김동리 등 나라와 시대는 다르지만 이 사람들은 고뇌하고 투쟁하며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 역동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고, 가난하고 불행했으나 그들의 불행이 낳은 시와 소설, 글, 작품들은 후대에게 찬란한 유산이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문학의 고전으로 빛나는 그들에게 이 책은 한 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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