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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즈의 닥터
안보윤 /이룸/272p./2009
안보윤 “ 실은 <오즈의 닥터>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식의 소설을 전부터 써보고 싶었어요. 아마, <올드 보이>를 보고 난 직후였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뻔하고 진부하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그렇게 감각적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영화가 가능하다면 소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났었어요. 다만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 갈피를 못 잡아 헤맸지요. ”
정여울 “맞아요.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하죠.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가’가 마침내 ‘무엇을 말하는가’까지 바꿔버리는 어떤 이야기의 임계점이 있지요.
문학평론가와 저자의 메신저 인터뷰 중 인상적인 부분이다. 3년 동안 틀어박혀 오직 글만 써, 연속 3편의 장편을 내리 발표한 후, 주변인들로부터 ‘독한 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 신인 작가의 말은 내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몇 줄의 신문기사로 요약 되는 비슷한 쇼킹한 사건들처럼 오래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에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신비한 스토리를 입혔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이들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종종 시달리곤 한다. 작가는 아마 더할 것이다. 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서 부당함에 대해서 소리치고 싶은 것들을 등장인물을 통해 스토리를 통해 소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깊은 울림을 가지고, 감동적으로 명확하고 흥미 있게 전달해야 훨씬 효과적이다.
닥터 팽을 찾아간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나’와 현실에서 이야기하는 ‘나’사이의 차이 때문에 중반부까지는 좀 혼란스러웠다. 아니,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엇이 진실일까? 이 책의 명확한 스토리는 내가 생각하는 이것이 맞을까? 지독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는 성장 후에도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가 만들어낸 자신의 이야기와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도 불행하고 그와 얽힌 사람들도 불행하고, 독자인 나도 우울했다. 아이들이 꿈꾸는 위험하지만 모험이 가득하고 신비로운 환상의 나라와는 분명 다른 환상, 어른들도 좀 더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환상을 가지면 안 될까?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삶에, 이 사람들의 분열되고, 외로운 마음과 내적, 외적인 상처는 나를 더 상심하게 한다. 미친 듯 독서에 몰두하고 열정적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젊음과 재능이 다음 작품에는 좀 더 평범하고 따듯하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로 꽃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