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정은선 글 사진/예담/2009년9월

-미지의 땅, 아르헨티나
나에게 아르헨티나는 미지의 땅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갈 수 있는 곳, 비행기로 13시간에서 14시간 소요, 적어도 7일~8일은 큰 맘 먹고 시간을 내어야 갈 수 있는 곳, 더구나 비용도 만만치 않아 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다. 지도에서 남미를 찾아보면 브라질 다음으로 큰 나라다. 서남쪽으로 엄청난 길이의 안데스 산맥이 뻗어 있고, 동쪽으로는 영화 <미션>에서 보았던 ‘악마의 목구멍’이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이과수 폭포가 있다. 얼마 전 읽었던 <체게바라의 녹색 배낭>이라는 책에서 세계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낳은 혁명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춤과 음악, 정열과 사랑의 나라, 축구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사는 곳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삶
이 책은 저자 정은선의 담백한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어우러진 ‘여행소설’이다.
책 소개에 등장한 ‘여행소설’이란 단어가 생소해서 뭘까 궁금했다. 등장인물에 대한 어떤 암시나 복선도 없이 다짜고짜 시작되는 노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의 풍경, 낯선 곳, 태어나고 살아온 나라에서 가장 먼 거리의 도시, 삶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듯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위태롭게 보인다. 불륜전문 방송작가, 사업에 실패한 기러기 아빠, 사랑을 잃고 재능도 상실해버린 사진작가, 떠나버린 사랑을 찾아 무작정 남미의 한 도시로 날아온 청년, 이들은 작가 자신일수도 있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들은 책의 제목처럼 무언가를 찾거나, 혹은 버리고자 이곳에 왔다. 그곳은 자연과 환경도, 문화도, 정서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가 금새 낭떠러지에 밀려 떨어질 듯 위태한 삶에서 한바탕 시원한 바람과 세찬 소나기를 만나듯,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 사람들의 삶은 한결 시원해 보인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짧은 생활이지만 답답한 삶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보다 행복을 위한 정답을 찾아가는 그들의 변화된 삶에 내가 잠시 행복해졌다.

그곳에 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
우선 이과수 폭포에 가는 것이다. 이과수 폭포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아름답고 슬픈 오보에 음악이 들려온다. 영화 <미션>에서 백인 신부가 과라니족 선교를 위해 죽음의 위협 앞에서 연주했던 천상의 음악이다. 그리고 선교하러 간 신부를 십자가에 묶어서 폭포에 던져 죽게 했던 그 거대한 폭포, ‘악마의 목구멍’, 이 책의 여러 컷의 사진들로 더 그곳이 간절해졌다. 비행기 값이 엄청나게 비싸도 감성이 세월에 많이 무뎌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다음은 빙하트레킹 체험이다. 책에 소개된 남쪽 지방의 페리토 모리노 빙하는 배를 타지 않고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투어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남미는 보통 더운 지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안데스 산맥, 사막, 남쪽의 빙하지역 등 자연환경과 지형에 따라 다양한 기후가 공존하는 곳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의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고, 맥주, 음식, 마테차도 꼭 먹어보고 어설픈 탱고도 추어봐야 한다. 멋지게 리드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폼이 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뭐 직접 탱고를 출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또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아르헨티나가 사랑하는 네 사람, 체 게바라, 에바 페론, 디에고 마라도나, 카를로스 가르델의 흔적을 느끼는 것이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돌아다니는 것, 그 평범한 일이 제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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