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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다음은 보글의 삶에 큰 영감을 주었고 그의 경제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이다.
한 억만장자가 주최한 호화로운 파티에 초대된 소설가 커트 보네거
트가 친구 조지프 헬러에게 이렇게 귀뜸했다. 이 파티를 연 헤지펀드매니저가 단 하루에 벌어들인 돈이 헬러가 큰 인기를 모은 소설 <캐치 22>로 평생 모은 돈보다 많다는 말이었다. 헬러가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나는 그가 꿈도 꾸지 못할 생각을 하고 있어. ... 나는 지금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니까."
얼마만큼 가져야 충분히 가진 것일까? 나도 예전과 비하면 조금씩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있는데도 가끔씩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책을 읽으며 항상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던 충분한 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충분한 삶이란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집 한 채, 대출금 등 부채 상환. 자동차, 건강보험 유지, 노후 연금 불입, 가족 경조사비, 여행 등 여가 생활 자금, 기부금, 후원금 등을 지출하는데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생활수준이다. 더 많으면 좋겠지만 더 많이 갖겠다고 다른 것들을 기회비용으로 잃고 싶지는 않다. 돈을 불리기 위해 시간과 젊음과 사람과 정과 나눔 같은 더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중요한 진리를 항상 마음에 기억하고 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보글의 부에 대한 이런 지침서가 출판되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레오 톨스토이는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에서 인간의 욕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소설은 한 가난한 농부가 그가 밟고 돌아온 땅을 모두 그에게 주겠다는 지주의 말에 점점 더 많이 가질 욕심에 너무 멀리까지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엄청난 넓이의 땅을 가질 욕망에 한껏 부풀어 있었겠지만 결국 자신이 죽어 묻힌 한 두 평의 땅만 그의 것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이 농부처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욕심껏 재산을 모으지만 정직하게 보면 내게 필요한 땅은 놀랄 만큼 얼마 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성인이라 불리는 존 보글은 청도교 집안에서 태어나 근검절약하는 생활습관 속에서 성장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몸담았던 그는 1974년 뱅가드 그룹을 설립해서 세계 최초의 인덱스 펀드를 만들었다. 인덱스 펀드는 주가변동지수 등 기준이 되는 주식지표에 의해 운영되는 안정적인 펀드를 말한다. 다른 복잡한 펀드에 비해, 단순한 구조로 운영인력도 적으며 수수료도 낮아 장기투자 할 경우 투자자가 많은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펀드라고 한다.
그는 2000년까지 이 회사를 운영하여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금을 돌려주었으며 80세인 현재까지도 경제 투자에 대한 강의와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보통 보험이나 주식, 펀드는 투자자가 사고파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투자자의 손실은 커지고 회사의 이익은 높아진다. 펀드회사는 투자자가 맡긴 재산을 무책임하게 투자해서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끼치고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또한 끊임없이 금융 상품을 팔고 사도록 투자자들을 유혹해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고객이 맡긴 소중한 돈을 고객의 미래를 위해 안전하게 투자해서 고객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청지기 정신은 사라지고 금융회사의 일부 경영진과 회사의 배만 살찌우는 현대의 금융시스템을 보글은 강력히 비판한다. 보글은 황금율, 즉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룰을 지켜 투자자를 대하며 그들의 돈을 관리하라고 말한다.
현대는 개인이든, 국가든 인생의 최우선 목표가 경제적 부를 달성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도, 국가의 성공도 부라는 수치로 측정되고 평가된다. 그러나 진정한 부자란 무엇인가?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단순한 수치로만 대답할 수는 없다. 가족, 인류애, 사랑, 나눔, 섬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버리지 않고 삶에서 지키고 실천하는 부자들, 이런 사람들이 보글이 말하는 진정한 부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