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동유럽
오동석 글 사진 / 두루가이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오동석 지음/두루가이드---2009. 9월 ,청소년 이상 


아주 멋진 유럽 여행 안내서를 만났다. 가벼운 여행 에세이나 관광 안내서라고 생각했던 책은 받고 보니 장장 45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이다. 소개된 나라는 서유럽의 오스트리아와 독일,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폴란드와 크로아티아까지 6개 나라다. 유럽의 역사책이며 베토벤과 왈츠의 도시 오스트리아의 빈, 스와로브스키로 유명한 인스브루크, 영화와 추억의 그림책 같은 나라 체코, 온천의 나라 헝가리, 쇼팽, 마담퀴리의 나라 폴란드 등, 각 나라와 그 도시의 역사와 특징, 인물, 문화 유적지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했다. 저자는 물리학도로 광학을 전공하고 기업체에서 일하다가 캄캄한 연구실에서 보던 빛과는 또 다른 진짜 빛을 찾아 여행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물리학으로서의 빛보다 다양한 세상에 깃든 빛을 보고 그것을 안내하는 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오스트리아와 체코,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 약 10년간 일한 전문가답게 저자가 안내하는 도시의 구석구석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유럽은 우리나라 인근의 나라들처럼 저렴한 비용이나 많은 시간을 내서 자주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평생에 한두 번 큰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이런 먼 나라를 여행할 때는 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약간이라도 공부하고, 꼭 가봐야 할 곳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간다면 훨씬 효과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여러 여행지를 다녀본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가 체험한 중요한 여행의 기술을 알려준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도시를 다니는 유럽 여행은 각 도시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위해 이 책에서 순서에 따라 안내하는 아래의 몇 가지를 알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도시의 명칭에 대한 유래, 둘째, 도시의 전성기, 셋째, 도시의 운명이 결정된 주요 사건, 넷째, 꼭 방문해야 할 장소 등이다.

고대, 중세 기독교 문화, 인간중심의 르네상스 시대, 산업 혁명 등 대략적인 유럽사 외에는 잘 몰라 책의 상세한 역사 서술에 약간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 같은 풍경과 유명한 인물,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하여 설명하는 쉽고 친절한 설명은 책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내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곳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서유럽인데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동유럽과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교육으로 유명한 나라 핀란드 같은 북유럽도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몇 달 전부터 준비한다고 하지만 막상 공항에 도착하면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게 무얼까 생각하니 바로 책이다. 짐을 줄이고 가볍게 떠나자는 마음으로 책 한권 넣지 않은 거다. 그래서 공항 서점을 기웃거려 보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지는 쉽지 않다. 여행지의 간략한 정보를 알려주는 소책자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유적지를 상세히 알려주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간다면 몸은 다소 무겁다고 해도 마음은 뿌듯할 것이다. 성실하고 친절하고 잘생기기까지 한 좋은 남자친구와 같은 이런 책 한권 들고 고전음악의 고향, 고딕과 바로크 건축물, 중세 기독교 문화가 잘 보전된 동유럽의 한복판에 서게 될 날을 꿈꾸어 본다.


밀란 쿤데라는 <느림>에서 ‘빠름은 망각이고 느림은 기억과 추억’이라고 했다. 여행만큼은 밀란 쿤데라와 같은 생각이다. 대한민국 여행객 대부분이 선택한 빠른 여행은 지나간 장소에 대한 망각이다. 여행지를 담은 사진에 대한 기억도 힘들다. 유럽인들의 삶은 느리다. 세월이 지났어도 도시의 형태, 건물, 생활 습관은 거의 변함없다. 그래서 많은 스토리들이 전해져온다. 그런 모습은 오래된 중소도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높은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마을이나 깊은 꼴짜기에 사는 유럽인들의 모습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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