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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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프가니스탄의 한 마을, 포성이 가득한 전쟁의 한 복판에 한 젊은 여인이 버려졌다. 그녀의 남편은 알라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갔다가 사소한 분쟁으로 목에 총을 맞고 식물인간이 되어 몇 달째 누워있다. 만약 남편이 죽었다면 남편의 형제 중 하나는 그녀와 결혼하여 그녀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좀 덜 위험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숨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의 남편 곁에 그녀를 남겨두고 남편의 식구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그녀는 매일 남편의 목에 가느다란 호스로 설탕과 소금이 든 물을 흘려 넣어주고, 정기적으로 안약을 넣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준다.

남편을 위해 99개의 염주를 돌리며 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던 그녀는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남편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지 조차 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남편에게, 자기 자신에게, 혹은 신에게 이야기하기를 멈출 수 없다. 그녀의 이야기는 하소연이었다가 원망이었다가,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로 그녀의 어린 시절과 결혼생활과 그녀의 남편과 아프가니스탄의 여자들과 남자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평소의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아마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는 움직일 수 없는 그 남자는 신이 그녀에게 보내준 그녀의 ‘인내의 돌’ 이었다. 인내의 돌은 어떤 사람의 모든 비밀, 모든 고통, 모든 불행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계에 이르면 스스로 터져버린다고 한다. 그 인내의 돌이 터지면서 모든 비밀을 털어놓은 그 사람을 해방시켜준다는 페르시아의 전설처럼 그 날 그녀는 해방감을 맛보았을까?

작가 아티크 라히미는 1962년 아프카니스탄 카불 출신이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 책은 프랑스어로 쓴 그의 첫 번째 소설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남편의 손에 야만적으로 살해된 아프가니스탄 시인 N.A를 추모하면서 그녀에게 이 책을 바쳤다. 이 책은 처음에는 지독하게 고독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공허한 한 여인의 독백으로 시작되어 점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책으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비교적 자유로운 여성들의 삶처럼 이슬람 국가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점점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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