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해냄/2009년 8월
한국시리즈를 앞둔 요즘 프로야구 경기를 볼 때면 유달리 눈길이 가는 한 선수가 있다. 만성간염을 앓고 있다는 그 선수는 운동선수다운 강인한 인상대신 마르고 창백한 얼굴이다. 그렇게 운동선수로써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그는 타석에 들어서면 거의 매번 안타를 치고 가끔 홈런도 한 방씩 날려 팬들을 놀라게 한다. 잘 풀리는 경기에서나,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서나, 담담한 얼굴로 침착하게 타석에 들어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라운드를 내려간다. 그의 저력도 ‘눈물의 힘’으로 깊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일까, 조금 힘든 위기의 상황이라도 그 타자가 나오면 어쩐지 문제가 잘 풀릴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권정생의 <강아지 똥>이 출판되었을 때, 그 짧고 단순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은 강아지 똥의 순진하고 예쁜 마음이 민들레꽃으로 피어난 것을 보고 기뻐했고, 어른들은 자기 몸을 녹여 세상에 꽃을 피운 강아지똥의 삶에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마치 예수님이 세상을 위해 십자가에 자신을 던져 피 흘린 일을 생각나게 한다. 권정생이란 작가 자신도 ‘강아지 똥’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는 보잘 것 없고, 아픈 육신으로 한 줄 한 줄 힘겹게 쓴 아름다운 작품을 세상에 내 놓고 떠났다. 그의 이야기와 그의 삶은 ‘강아지똥’처럼 지금도 커다란 힘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민들레꽃을 피워주고 있다.
그렇게 가난하고 상처 많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한권의 책이 나왔다.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의 자전적 성장 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이다. 그는 작가를 꿈꾸는 가난한 집안의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가족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이해와 나눔에 대해서, 그리고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련한 별빛 같은 첫사랑의 의미와 잊고 싶은 아픔과 상처의 원천인 가족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소설 속 초라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나와 나의 가족과 이웃이었다. 나 어릴 때 그렇게 힘들게 컸었고, 사춘기 때 주인공처럼 그렇게 조심스럽고 아름답게 사랑했었다. 그리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가족들을 가지고 있다.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때도 있었고,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괴로운 시간들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기쁨은 삶을 살찌우고 건강하게 살아오게 했지만 슬픔 역시 삶을 다지고 기쁨이 가져다 주지 못한 인생의 의미를 알도록 나를 성장시켰음이 분명하다.
사춘기의 힘겨운 터널을 지나가는 아이들,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아이들, 자랑할 것 보다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생은 눈물의 힘으로 깊어진다. 그렇게……눈물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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