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인생사용 설명서 - 김홍신 지음/해냄/2009년 6월
어떤 문제로 일이 잘 안풀리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절실히 인생의 멘토가 필요할 때 꺼내어 들추어 보기만 하면 답이 확 나오는 나만의 '인생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전자제품 설명서처럼 펼쳐보면 바로 작동이 되는 그런 매뉴얼은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게도 수많은 인생사용설명서가 있었다.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의 말씀과 동화책, 청소년기에는 주로 소설과 고전, 성인이 되며 교회에 다니게 된 후에는 성경과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저자가 글을 마치며 언급했듯이 ‘수많은 현인들이 무수한 가르침으로 사람답게 사는 비법을 알려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생사용설명서가 아닐까’하는 말을 했다.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인생의 고비마다 이 세상을 먼저 살다간 수많은 존경할 만한 현인들은 후대들을 위한 삶의 지침을 남겨두었다. 그 지침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여러 세대에 두루 읽히는 책으로 다가 왔을 수도 있고 늘 옆에서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으로 평생을 헌신하신 부모님이나, 잠깐 스쳐간 만남이나 인연이었을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전쟁터 같은 삶의 구비 구비마다 구원병을 만나듯 인생의 멘토를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저자는 소설가이자, 정치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한번 뿐인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이란 부제 처럼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아인식, 삶의 이유, 인생의 주인, 이타적인 사랑, 관계, 인연, 용서,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 한다.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에서는 특히 최근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 10권을 펴낸 저자의 역사의식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 다룬 우리의 고대사,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역사 지식과 민족적 긍지가 결여된 역사 의식을 지적한다. 중국은 우리의 고대사를 자신들의 역사인 것 처럼 왜곡한 동북공정을 강행하고 있으며, 일본역시 우리 영토와 우리 고대사를 왜곡함으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해 오고 있다. 중국의 침략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고대사를 다룬 역사책은 거의 소멸되었고 특히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역사 교육을 사실적이고 자주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근래까지 그대로 후대에게 교육해 온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떤 역사적 사실을 놓고 자국에 불리하게, 패배의식에 젖은채 주변국들에게 휘둘리는 역사관이야말로 심각하게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저자는 고구려, 신라, 백제, 발해 등을 건국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우리 고대사에 대한 바른 역사의식을 가질 것을 호소한다. '우리 조상과 역사가 위대했고, 나의 존재가 매우 소중하며 우리의 가치가 존엄하다'는 자존심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 하듯, 큰 형님이 막내동생에게 이야기 하듯 넉넉한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욕심은 조금씩 내려놓게 되고 자연과 이웃에 대한 넉넉한 마음이 조금씩 채워진다. 이 책은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열정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