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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죽었다 ㅣ 담쟁이 문고
박영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대통령이 죽었다.
여행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얼마전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떠올랐다.
TV 속 오열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은 건강이 많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한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 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노 정치가는 쇄약해진 몸과 얼굴로
이제 자신도 이 삶과 작별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하고 계셨다.
입원을 하시고 전 현직 정치인들이 문병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그분은 떠나셨다.
<대통령이 죽었다>는 책을 읽던 중 우연히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여든 여섯, 그의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은 가슴으로 울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죽자 뉴스는 연일 그 분의 삶을 재조명 했다.
그는 약자로, 진보주의자로, 때론 공산주의자로 몰리면서, 핍박받고 억압받는 다수의 편에 서서 지뢰밭을 걷듯 위험한 생을 살았지만 그는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행복하게 걸어갔다.
그를, 그의 삶을 사람들은 가슴에 새겼다.
박정희대통령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불굴의 업적을 이룩한 대통령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지만 그의 업적의 이면에는 민중의 피눈물이 강같이 흘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 책은 대통령의 서거라는 큰 정치의 흐름속에 한 점 모래알 같은 신문보급소
달배들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서 사회와 정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시인, 르뽀작가, 소설가인 박영희의 자전적 소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정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와 서거를 배경으로 신설동 일대의 H일보 배달원들의 일상을 스케치하듯 담았다.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6명의 친구들 중 자신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수형은
가슴 속 한을 안고 홀로 서울로 올라온다.
아무 희망 없는 가방공장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빌딩속 서울에서 노숙을 하던 그는 비슷한 처지의 어떤 형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달배(신문배달원)로 취직하게 된다.
가난하고 고된 일터였지만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준 보급소 소장과
달배들과의 훈훈한 우정은 의지할 데 없는 각박한 서울 생활의 버팀목이 되주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할 지 암담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손 놓지 않고
검정고시를 치루었고, 가슴두근거리는 사랑을 피해 숨지 않고 용기를 냈다.
누구보다 먼저 새벽을 가로질러 세상의 소식을 배달하는 달배들의
일상과 그들이 노래하는 희망과 좌절, 희노애락 속에 70년대말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이 생생히 묻어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배고프고 가난한 지금 이 땅의 청소년들이 이 책으로 한 줄기 밝은 빛을 향 해 뛰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