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마지막 여자
장진성 지음 / 강남 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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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마지막 여자 - 장진성 지음/강남지성사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아니 글쎄 날보고 준마 탄 처녀래요
하루 일 넘쳐 해도 성차 안하는
내 일솜씨 참말로 번개 같다나
라라라 라라 라라 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날보고 준마처녀래요"( 준마처녀 1절)

2003년 북한 미녀 가수 윤혜영의 자살사건을 소재로 한 서사시 <김정일의 마직막 여자>는 김정일의 사생활과 그 정권의 실상을 세상에 드러낸 책이다. 북한의 최고 음악 공연 조직인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 윤혜영은 갓 대학을 졸업한 22살의 처녀다. 윤혜영은 같은 대학을 졸업한 김성진과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김성진도 그 악단의 피아노 연주자였다. 총애하는 윤혜영에게 끊임없는 구애의 손길을 뻗치는 김정일, 그러나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윤혜영은 연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일정기간을 동거했던 공식적인 여인들만 6명, 최고 권력자로써 고대 제왕처럼 모든 여인을 취할 수 있었던 김정일을 끝내 거부한 윤혜영은 어떤 사람인가? 윤혜영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준마 처녀’라는 곡을 부른 가수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보천보전자악단의 앨범 표지, 준마처녀의 동영상과 함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옥구슬이 구르듯, 맑고 고운 목소리와 힘 있고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타고난 가수이다. 북한의 권력을 독점한 일부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민중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의 생을 연명하다 수많은 목숨을 잃고 있듯이 그녀 또한 아름다운 미모와 재능 탓에 더 빨리, 꽃다운 나이에 지고 말았다.
그녀가 노래한 ‘준마 처녀’는 준수한 말에 올라탄 위풍당당한 여성들을 말한다. 산업 전선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는 처녀들, 하루 작업량을 다 마치고도 아직도 힘이 넘치는 그녀들, 이른 아침에 보부도 당당하게 출근길에 오르는 환한 미소의 여성들을 노래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그런 준마처녀가 산업 현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북한의 이미지를 심고 싶었을까?
밝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힘차게 준마처녀를 부르는 가수 윤혜영의 아름다운 얼굴과 목소리로 최근 병마로 수척해진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 기아와 추위로 고통속에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일상이 겹쳐진다.

저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맹원이자 조선노동당 작가로 활동해왔다. 김정일과 그 정권을 찬미했던 순수 문학 청년은 서서히 김정일 정권의 실상과 북한 주민들의 피눈물 나는 삶을 보면서 그 삶을 버리기로 작정하고 탈북에 성공했다. 2008년에 펴낸 시집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는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담겨있다고 한다.
저자는 빼어난 수사법과 화려한 낱말들로 시를 쓰지 않았다. 이 땅 너머 곧 닿을 수 있는 북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절규하듯 토해내듯 적고 있다. 짧은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와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심각한 반성이 일어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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