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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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실천문학사/2009.6.26

1967년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체포되어, 사형되었을 때 그가 남긴 훌쭉한 배낭에서는 비망록 2권과 한권의 녹색노트가 발견되었다.
2권의 비망록은 그가 쿠바와 아프리카 그리고 볼리비아 등의 무장혁명을 이끌 때의 기록으로 후에 <체 게바라 자서전>으로 출판되어 그를 추모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 녹색노트는 40여 년간 베일에 싸여 있다가 최근 그 노트 속에 적힌 시와 저자들이 밝혀졌다.
저자 구광열은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을 공부한 뒤 멕시코에서 시인으로 등단, 시집을 출판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남미 시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시집을 발표하고 중남미 시와 문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시인이며 중남미 문학과 사상, 문화의 전문가인 저자가 체의 녹색노트 속의 시들을 통해 체의 삶에 개입한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저자의 열정과 땀으로 나는 한 장의 사진과 그 유명한 이름으로만 들었던 체를 한 사람의 위대한 인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녹색노트 속에 필사된 69편의 시는 체 게바라가 좋아했던 4명의 시인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의 시들이었다. 남미 대륙의 역사, 그 땅에 살았던 원주민인 인디오들,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팔려온 흑인들과 그 후손들, 그들의 고통과 신음을 노래한 그들의 시는 체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어릴 때부터 시와 문학을 열렬히 사랑했던 체는 그 시들과의 만남으로 혁명을 향한 자신의 신념과 열정을 활활 불태웠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르헨티나가 낳고 쿠바를 바꾸었으며 세계가 사랑한 혁명가 체 게바라는 누구인가? 체는 1928년 아르헨티나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으나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부패한 권력, 독재 정권, 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는 전사의 길을 선택한다. 의과대학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면서 민중들의 고통스런 삶을 경험한 시간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는 예수처럼 자신의 온 몸을 가난하고 헐벗고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던졌다. 하지만 그가 예수와 다른 점은 자신이 들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워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다.

‘체 게바라는 중남미 여행을 통해 민중들의 고통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여행 내내 그의 귀는 민중들의 신음 소리로, 그의 눈동자는 학대받는 그림자들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는 마야 유적들에서 운명론적 빈곤을 떨쳐버리고 위대한 아메리카를 재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

아메리카 대륙을 생각하면 미국과 캐나다, 자유와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와 기회의 나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자유와 정의를 찾아 신대륙에 발을 디뎠던 그들의 후손들만 살아가고 있는 땅이 아니었다. 그 곳은 아메리카에 유럽인들이 오기 수 천 년 전부터 살았던 원주민들과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들과 그들의 후손들도 살아온 땅이었다. 총칼을 든 권력 앞에 무참히 살육 당하고, 인권은 유린된 채, 노동과 경제적 착취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그들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 속으로, 그들의 아픈 삶을 치료하러 혁명가 체 게바라가 뛰어 들었다. 체는 1955년 쿠바의 혁명가들과 함께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끌었고 1959년 쿠바 국립은행 총재를 지낸다. 그러나 체는 성공을 거둔 쿠바에서 2인자라는 정치적 입지를 뒤로 하고 또 다른 혁명의 길로 나선다. 아프리카 콩고로 볼리비아로 어디든 신음하는 민중이 있는 곳이면 거침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달려가다가 1967년 10월 볼리비아에서 체포 사형됨으로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장렬한 그의 행적과 삶만큼 그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 암울한 콩고 전선에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여겨질 때도 충분한 담배와 넘쳐나는 책으로 만족하는 체 게바라. 그는 시와 문학을 열렬히 사랑한 실제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쓴 시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그의 자서전과 편지와 그가 남긴 15편의 시에는 그의 사랑과 희망, 그리고 그가 꿈꾸는 세상이 잘 나타나 있다. 열렬히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갈등하고 방황한 남자, 여성과 아이와 동물을 사랑했던 사람, 삶과 죽음을 오가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병자와 노약자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던 인격적이고 따뜻했던 그를 사람들은 기억한다.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택한 그를 일부는 피에 굶주린 살인마니, 모택동주의자이니 비난했지만 저자는 그의 혁명은 사회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보다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좀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는 갔지만 그가 품었던 위대한 사상은 지금도 세상의 곳곳에서 조금씩 실현되고 있을 것이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의 사상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은 그가 꿈꾸던 좀 더 나은 세상에 공감하며 조금씩 세상을 바꾸려고 마음먹을 것 같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모든 열정을 담아 이 책을 펴냈을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체 게바라의 이상은 당시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인간 사회의 변함없는 애정에 기반을 둔 것이었기에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체 게바라 자신도 말했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에 의해 인도된다. 사랑 없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혁명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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