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김준희/ 솔지미디어
2년 전 중국여행 도중 시안(장안)에서 이틀을 보냈다. 꽤 번화한 상공업도시이며 대학이 많은 교육도시요, 문화재가 가득한 관광도시답게 진시황제의 병마용, 장안성, 대안탑 등 이곳저곳을 보고,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기념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낙타를 탄 상인들이 손끝으로 가리키고 있는 쭉 뻗은 도로를 따라가면 실크로드가 나온다고 한다. 실크로드란 단어에서는 무언가 신비한 분위기가 물씬 난다. 비행기도, 인터넷도 없던 그 옛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인종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삶과 문화가 만들어낸 온갖 신기한 기술, 물건들을 구경하고 교환하여 자기 나라로 가져간다는 것은 모험과 고생 끝에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는 길이 아니었을까.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 세계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거의 모든 정보가 드러나는 요즘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험을 꿈꾼다.

이 책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접고 도보 여행가가 된 김준희의 우즈베키스탄 도보 횡단을 담은 여행 에세이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동쪽에 위치한 수도 타쉬켄트에서 서쪽 누쿠스까지 비행기로 이동해 누크스에서 도보여행을 출발해 카라칼팍 자치공화국을 거쳐, 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사막인 400km의 키질쿰 사막을 통과했다. 그리고 실크로드의 꽃이요, 그 찬란했던 역사의 중심도시인 사마르칸드를 지나 출발지점 이었던 타쉬켄트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정을 마쳤다.
40L짜리 배낭을 메고 뜨거운 사막, 모래 먼지 가득한 황량한 벌판을 온 종일 걸어 다니는 것을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그 생고생을 무엇때문에 하냐고 머리를 내두를 것이다. 미션을 완수하면 상금을 준다고 해도 실제 하겠다고 나서는 지원자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저자가 바퀴달린 핸드카에 배낭을 얹어서 밀며 걷기 시작하자마자 수많은 현지인이 다가와 물어보던 것도 그런 것들 이었다.
어디로 가고 있느냐? 근데 왜 걸어서 여행을 하는 거냐?
가장 원시적인 방법인 두 발로 옛날 실크로드의 상인들처럼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이유야 많았겠지만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 사막을 끼고 있는 한 나라를 두 발로 걸어 끝에서 끝가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저자는 60일쯤 걸리겠다는 예상을 했으나 가보지 않은 길과 사막에 대한 두려움이 그 땅에 발을 디디면서 많이 사라지자 여행 시간은 저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이 단축되었다.
총 길이 1200km, 하루 평균 30km의 거리를 걸어 40일 만에 여행을 마쳤다.
그러고 보면 느린 듯해도 사람의 발걸음은 결코 느리지 않다.
자가용이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갈 것 같은 불안함도 실제 자가용 없이 일~이년만 살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교통수단도 타지 않고 걸어서 하루에 30~40km를 이동하는 것, 내 발로 낯선 땅의 구석구석을 걸어보고,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그들과 함께 잘 수 있는 여행, 시간과 조건이 된다면 미지의 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을 것 같다.
한국드라마와 한국의 자동차, 가전제품이 많이 알려진 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친구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에 와서 몇 년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성실하게 일한 후 우즈베키스탄에 돌아가면 꽤 튼튼한 자기 사업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기회의 땅인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저자의 여행을 구름 기둥(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출애굽하며 광야길을 갈 때 낮에는 구름기둥이 밤에는 불기둥이 그들을 보호해 주었다.)으로 이끌어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항공료, 비자 등 기타 제반 비용을 제하고 먹고 자는데 6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하니 거의 공짜 여행이나 다름없다.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유목민의 후예들인 우즈베키스탄인들이 먼 나라에서 온 친근한 손님으로 저자를 대접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참 실크로드의 땅,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꿈꾸는 젊은 남성들에게 이 외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희소식이 있으니, 거기서는 김태희가 밭을 갈고, 송혜교가 지게를 진다고 하니 어서 달려 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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