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가 좋아요 -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쓰지 신이치 지음, 이문수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인류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는 한국계 일본인으로 'SLOW LIFE'라는 말을 전 세계에 처음 퍼트린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남미 에콰도르의 환경운동에 참여하던 중 나무늘보라는 짐승에게 매료되어 ‘나무늘보 친구들’이라는 NGO를 결성하여 활동을 해 왔다. 이후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사는 삶의 유익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34년 만에 재개관하는 명동예술극장의 극장장 구자흥씨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 담당자가 최근의 화려한 볼거리 많은 대형 뮤지컬이나 연극과 비교하여 명동예술극장이 관객동원이 제대로 될 것인지 걱정하자 그는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 멕시코의 한적한 시골에서 어부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미국인이 다가와 좀 더 많이 잡는 방법이 있을 텐데..했다. 어부가 물었다. 많이 잡아 뭐하게? 많이 잡으면 배도 사고.. 배를 사서 뭐하게? 배를 사면 고기를 더 많이 잡고.. 고기를 더 많이 잡으면 뭐하게? 그러면 좋은 곳에 집사서 편하게 살 수 있잖아.. 이봐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잖아.”
이 책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남미 에콰도르의 어부 이야기를 그에게서 들으니 돈이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즐기며 살고 있는 그가 좋아진다.
늘 시간이 없다고 동동거리며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은 사실 바쁜 시간 뒤에 숨은 돈이란 탐욕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 안정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 그가 잠시 모모의 시간도둑에게 맡겨둔 시간들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시간일 것이다.
저자는 시간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시간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천천히 설명한다. 나무늘보의 삶의 지혜와 먹을거리 속에 깃든 생명체의 고마움, 뺄셈의 철학 등, 우리의 이력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이런 지식의 귀함은 이런 삶의 행복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시간과 사이가 좋은가? 잘 사귀고 있는가? ‘만약 대답이 예스라면 놀라운 일이다.’
바꾸어 질문하면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이 말에 많은 돈과 상관없이 행복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꽤 괜찮은 영혼을 가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최근에 비교적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어떤 목표를 향해 분발 하던 것을 포기하고 생긴 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살게 된 후 여러 가지를 얻었다. 때론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목소리, 저자가 말하는 ‘이러고 있으면 안 돼’ 증후군이 살살 고개를 쳐들기도 하지만 느린 삶의 행복했던 경험은 그런 의혹에서 나를 구해준다. 덕분에 나의 생활은 훨씬 풍요로와 졌고, 건강해졌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좋아졌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뜨고 감탄할 줄 알게 되었으며, 자연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고, 천천히 살아가는 일이 환경을 보존하고 지구촌의 미래를 밝게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마운 이 책을 오늘 저녁에 만나는 누군가에게 들려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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