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헬리콥터 엄마, 여섯 아이들, 그리고 스카프
한가을 글, 이수연 그림 / 엔블록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다소 길고 복잡한 제목의 이 책은 자녀들을 과보호하는 부모들과 의존적인 자녀들의 문제를 다룬 동화이다. 헬리콥터 엄마란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항상 모든 것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부모를 말한다.

자녀의 모든 것을 챙겨주려다 보니, 정작 자신의 삶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기가 아주 어렵다. 헬리콥터 부모들은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를 위해서 돈을 벌고, 직장을 다니고, 여행도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녀의 스케쥴을 관리하는데 쓴다. 자녀의 학교를 부지런히 오가고, 선생님들을 파악하고, 특기적성을 하는 부서까지 일일이 쫓아다닌다. 자녀의 학원을 알아보고, 진로를 결정하고 직장을 정하는 것 까지 거의 부모가 다 알아서 해준다. 자녀는 부모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면 아주 삶이 편안하다. 그러나 어느 날, 시간의 단층 세계로 이러한 헬리콥터 부모들의 자녀 6명이 뚝 떨어져 나온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게 되는데 이 아이들이 과연 며칠간이라도 부모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은 자녀에게 극성스런 부모들의 모습이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한 부모들에게 길들여진 아이들의 수동적인 모습도 별 개성 없이 다들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자녀들을 위해 애쓰는 책 속 부모들의 모습은 현실의 대부분의 엄마 아빠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다.

그런데 부모와 격리된 며칠의 시간을 살아본 아이들은 참 많이 변해있었다.
부모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고,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돌아볼 줄 알게 되었다. 두렵지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졌고 자기 안에 잠재된 능력을 볼 줄 알고 어떤 문제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놀라운 경험도 해 본다.

  1970년 경 출판되어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야마나카 히사시의 장편 동화 <내가 나인 것>은 이러한 주제를 진지하고 흥미롭게 다룬 책이다. 기세등등한 헬리콥터 엄마와 로봇 같은 주인공이 주인공의 가출이란 사건을 통해 멋지게 화해하는 과정은 통쾌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아이들이 그들의 인생을 가진 독립된 인간이라는 진리는 모성애와 자녀에 대한 욕심의 막에 가려져 부모에게는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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