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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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를 갖게 되면서 필름을 사고 현상을 맡기고 찾고 하는 번거로움이 많이 줄어 사진 찍기가 더 편해졌다. 가볍게 찍어 컴퓨터와 연결하기만 하면 바로 매 순간의 장면들을 재현해 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이제 디카는 화장품 손지갑처럼 늘 휴대하게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애지중지 한 6년 잘 써오던 디지털 카메라가 강릉의 짠 바닷 내음을 맡더니 병이 들었다. 서비스 센터를 거쳐 멀리 말레이시아까지 갔다 오더니 공짜 수리에 케이스까지 반짝 반짝하게 갈아 주어서 기분이 한껏 좋았는데 몇 회 찍지 않아서 밧데리가 충전이 안된다. 이번엔 밧데리를 갈고 나니, 또 액정이 이상하고,,, 이렇게 일터와 여행지를 종횡무진 누비며 맹활약을 하던 디카가 조용히 책상 서랍 속에서 쉬고 있다. 가끔 한 번씩 꺼내보면서 얘와 이별을 해야 하나 조금 더 고쳐서 사용해볼까 고민 중이다.

4월이 되면 점심을 먹고 야생화가 여기저기서 솟아 나오는 작은 꽃동산을 산책한다. 하루하루 다르게 쏙쏙 모습을 드러내는 어여쁜 모습은 몇 해를 보았어도 늘 붙잡아 두고 싶게 사랑스럽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거기 있어서 너무 예쁜 꽃들을 가까이도 찍고, 아래서도 찍고, 멀리서도 찍다보니 멋진 사진을 한두 장 발견할 수 있었다.
바탕 화면에 깔아두고 좋아하는 분들 컴퓨터에도 깔아드리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는 a4용지를 위 아래로 절반 접은 크기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핸드북이다. 야하지 않은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의 은은한 미소처럼 맵시가 있다.
20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사진으로 밥 먹고 살았던 전문가의 책 치고는 참 소박하고 쉽다. 틈틈이 읽어도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다. 사실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담겨있다면 대부분의 비전문가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어려운 사진 기법이나 용어 대신 사진에 바로 힘을 줄 핵심적인 노하우를 알려준다. 별 생각 없이 찍는 것과 사진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빛과 사물의 반사체인 사진, 사진 안에서 빛으로 나타나고 표현되는 사물의 다양함과 빛의 중요성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과 자연, 세상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담긴 사진이 좋은 사진이며 좋은 사람이 좋은 사진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어떤 사람을 찍을 때 가까이 다가가기를 겁내서 보통 상반신을 찍거나 전체를 찍거나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사진이 나올 경우가 맣은데 저자는 ‘가까이 다가가서 찍으라’고 한다.

앉거나 눕거나 무릎을 꿇거나 동작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서 찍으라고도 한다. 발로 뛰며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사물에게 다가가서 찍으라고 조언한다.
한 컷 한 컷으로 존재하는 사진은 전체를 다 서술할 수 없는 함축된 시며 수필이라고도 한다. 밀레의 만종을 보며 그들의 삶과 마음을 그려보듯, 좋은 사진은 시의 언어로 읽힐 것 같다.

멋진 풍경 속에 사람을 넣으라고 한다.
자연은 그대로이나 사람은 변한다. 정지된 자연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사진안에서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결론적으로 ‘단 이것만은 기억하라,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는 본인에게, 사진을 보는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없다.

가벼운 한 권의 책으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생겨 바로 카메라를 들고 햇살이 눈부신 작은 동산으로 나갔다.
할미꽃, 돌단풍, 금낭화, 족두리풀, 하늘매발톱, 그리고 화장기 없는 동료의 얼굴로 성큼 다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내 사진들에 조금씩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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