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구절은 ‘나는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의 한 부분이다.’라는 부분이다. 그리고 선하거나 악하거나 간에 그들 모두는 내 일부이기도 하다. ‘ - 본문 중
내가 어릴 때 즐겨 입었던 블루스웨터를 25살이 된 어느 날 낯선 곳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그걸 선물해 준 사람이나, 어릴 때 그 옷과 관계된 몇 개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야 하며 몇 시간 동안 조금 흥분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노보그라츠는 잘 나가던 국제은행에 사표로 내고, 자신을 스카웃한 작은 자선(금융)단체의 일을 하기 위해 잠시 아프리카에 출장 와 있었다. 자신이 거기서 할 일은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아주 작은 규모의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내다 판 그 스웨터가 어떤 경로를 거쳐 미국에서 상당히 먼 거리의 아프리카까지 이동되었고, 누구의 손을 거쳐 팔고, 팔려 이 가냘픈 소년이 입게 되었을 지의 여정을 그려보면서 우리 모두가 세계의 시장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사람들, 가난한 극빈층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이십대의 열정을 가지고 소액융자 사업을 진행해간다. 그래서 르완다에서 ‘두테림베레’라는 아프리카 최초의 소액대출은행을 설립했고, ‘블루 베이커리’라는 여성 스무 명이 운영하는 제과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그 후 아프리카와 인도 등에서 직접 몸으로 겪으며 느꼈던 20여 년간의 연륜을 바탕으로 어큐먼펀드라는 비영리 벤처캐피탈을 설립한다.
극심한 권력과 부의 격차, 여성에 대한 차별, 사회적 인습, 민족 간의 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최하위 극빈층의 생활에 처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스스로 어떤 보호막도 만들 수 없다. 이러한 지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소액융자 사업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많은 자선+융자 사업가들이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면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남자들보다 모성애로 똘똘 뭉친 여성들이 자립할 때 그 가족은 최소한의 식량을 마련할 수 있으며, 여성들은 어떻게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자 애쓴다. 그 결과로 아프리카의 많은 수의 어머니들이 자립의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자녀들이 교육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돈은 단순한 자선이나 기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대출금을 융자해주고 그것을 책임감 있게 갚을 수 있도록 격려함으로써 그들이 적선을 받는 불쌍한 사람들에서 스스로 경제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긍지를 가진 사람으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도 그녀의 어큐먼펀드도 이런 기업정신의 바탕위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무엇을 소유하며 어떤 위치에서 살아갈까 하는 권력과 야망을 위한 걱정 대신, 인류를 돕고 싶은 자신의 꿈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무모한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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