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산행기 - 평일에 산에 가는 나, 나도 정상에 서고 싶다
김서정 지음, 지만 그림 / 부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특별히 잘하는 운동 하나 없이, 아니 잘하는 운동이 없다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주눅들 정도로 소질이 없었던 나는 시간을 정해 놓고 운동을 한다거나, 산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시간이 참 많은 사람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일에 무관심했었다.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가게되는 산행은 필자처럼 정말 헉헉 대며,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정상에 서서 뭔가를 해 냈다는 뿌듯한 성취감에 다음날부터 며칠간 팔다리에 알이 생기고 계단도 잘 걸을수 없는 통증을 참아내곤 했었다.
그렇게 육체적 단련과는 먼 생활을 하던 나에게도 어떤 계기가 있어 조금씩 탁구도 하게 되고
스포츠 댄스도 하게 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달에 두 세번은 가까운 산을 오르게 되면서
점점 병원비로 지출하는 액수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올해는 연말 정산을 위해 인터넷 국세청을 방문했더니,
의료비가 만원 이하로 나오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감기로 한 겨울 내내 고생하며 링겔을 맞춰달라며
병원에 가서 스스로 눕던  때가 몇 해전인데
운동의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이야 나 자신도 놀라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산을 오르는 재미는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말로
해도 소용 없는 것 같다.
등산의 의미, 등산 기술, 등산의 효과 등  이런 저런 지식을 머리에 끌어 모아봐야 
그냥 이론일 뿐, 저자의 말처럼 '눈으로만 읽지 말고 가서 밟아 보자'란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북한산, 도봉산은 수도권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한 두번은 가보았듯이
나도 이십여년전 친구들과 서너번은 가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책 속 북한산의 모습은 정말 내겐 낯선 산이었다.
이런 곳도 있었어?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었어?
우리 국토에서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 웅장하게 솟은 이런 멋진 산이 있었어?
하며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북한산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산행에 대한 아무것도 모를 때 우르르 어울려 갔던 북한산, 도봉산이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옛 친구가 사무치게 보고 싶을 정도로
40대의 내 앞에 되살아났다.

<백수산행기>는 할인점에서 산 헐렁한 파카 가방에 김밥 2줄 비닐봉지에 넣고,
믹스커피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챙겨 줄레줄레 북한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싶게 하는
그런 책이다.
산들머리에 이르면 동네 오빠 같은 저자가 날 기다리며
왜 이제 오냐고 산행 경로는 걱정말라고 앞장 서서 으쓱대며 걸어가는
행복한 산행이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산행에 기겁을 하는 나로선
평일에 노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백수산행기> 한 권 배낭에 넣고
서울로 나들이 갈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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