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지는 연습 -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임태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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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것이 유행이라고, 미니멈과 맥시멈도 번갈아 유행이다. 쓸모없으면 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버렸다가 필요한 것은 사야 된다며 다시 채우고 정신이 없다. 생각이 너무 많아 어떻게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살기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마케터로 일하며 미디어아트 웹진 <앨리스 온>에서 에디터로 글도 쓰고 있는 저자는 근본적인 원인을 어떤 행위나 소유물이 아니라 충만하지 못한 허전한 마음에서 찾고 있다. 혹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본성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몇 번의 이사 경험으로 미니멈 라이프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이사를 계기로 소원해진 것들을 떠나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야반도주야말로 이사의 기본적 원형이다.”라는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복잡하게 얽힌 기존의 사람과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저자는 결혼한 뒤로는 와이프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단순함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그냥 단순함이 아니라 깊이 있는단순함이다. 어둠이 있어 빛이 있는 것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함을 찾는 것과 같다. 책에서는 공생관계라고 칭하는데 그래서 채웠다가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왜 힘들여 복잡하게 살기를 원하는가이고, 왜 굳이 단순해지기를 원하는가이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으로 노동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단순함을 지루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가두는 틀을 깨야 한다는 말이다. 통상적인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다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지루함은 주관적이다. 자기 자신만이 지루하지 않을 뭔가를 찾을 수 있다. 그 하나에 집중하면 복잡할 것이 없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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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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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나 자신이 매우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소위 말하는 알찬하루,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바쁜 하루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하루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항상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그러다가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쁘면 또 그것대로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렇듯 삶의 균형을 잘 못 잡으면 무기력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불안과 불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니 의지를 다지기가 힘들고 열심히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기가 겁이 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오고 있는 저자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린 일상의 모습을 실존적 공허라고 부르며 갑자기 찾아온 고립과 외로움에 허덕일 때, 인생은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 속 위대한 선배라고 칭하는 책 속의 철학자들도 고난과 역경,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여정의 힘을 말하고 있다. 카뮈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나 쇼펜하우어의 고통을 겪더라도 그 경험을 즐겨야 한다는 말도,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의 의미도 결국 중요한 것은 라는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면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몽테뉴의 말도, 외롭다면 창작하고 사랑하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도 같은 말이다. 창작활동이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공동의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의 연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뿌듯함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어쩌면 무기력의 진짜 원인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의 행복은 무한하다. 조건이 자꾸 늘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이 무엇인지 그 시대부터 고민했다. 그의 결론은 행복의 목적은 행복이다라는 말이다. 행복은 완성형이 아니라 영원히 진행형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 또한 내가 하기 나름이다. 행복은 찰나의 순간이기도 하니 그 순간을 많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저자는 단단하고 고유하고 이성적이며 창조적인 나만이 삶의 의미와 행복의 이정표를 새롭게 세울 수 있음을 지난한 세월을 살았던 철학자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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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스티커팩 80 (80장, 지퍼백)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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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 왔다. 그림은 기본이고 퀼트, 비즈공예, 북아트 등 매년 트렌드가 되는 취미활동을 따라가느라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을 아낌없이 썼다. 장인은 연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초보자는 다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완벽에 가깝게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 최근에는 민화를 그리고 있는데 역시 재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가끔은 재미있기도 하고 좀 더 효율적인 취미가 없는지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마침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스티커 북으로 다이어리 꾸미기에 도전해 보게 되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만큼 명탕정 코난의 오랜 팬이다. 투명 PVC 지퍼팩에 들어 있는 홀로그램이 포함된 스티커들은 한 장 한 장 퀄리티가 매우 높아 보인다. 생동감 넘치고 선명한 컬러가 애니메이션의 어떤 장면이었는지 대번에 떠올리게 한다. 적당한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은 한 권의 스티커 북에 앨범처럼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어 쉽게 찾아보기도 좋다. 80매나 되는 수량 중에 25매는 홀로그램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인물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는 모습이 입체적이라 더욱 실물과 가깝게 보인다. 홀로그램을 반영한 마스킹테이프가 부쩍 눈에 띄는데 어떤 소재보다 애니메이션 스티커에 매우 적합한 방식으로 느껴진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서 스토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니 말이다.

무지 다이어리를 한 권 사서 그날 있었던 일을 글로 쓰지 않고 연상되는 스티커를 붙여서 꾸며 본지 일주일째다. 처음엔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잘 몰라 동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인물 위주라 표정이나 상황에 맞는 스티커를 골라 붙였다. 화난 일이 있으면 화난 표정의 스티커를, 즐거운 날은 웃음이 가득한 스티커를. 다이어리 꾸미는데 정석이 어디 있겠나 싶어 어떤 날은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스티커나 골라 붙이기도 한다. 그저 붙이는데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동안 소소한 취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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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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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언어를 듣고 할 줄 안다는 것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과 같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까지 속속들이 알게 됨으로써 또 하나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책 표지에 쓰인 문구가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전부다. 영화 공부를 위해 파리에 온 후 스무 해 넘게 프랑스어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모국어를 사랑하고 모국어가 편하다. 프랑스어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도 한국어 번역본이 있으면 기어코 사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초급이건 고급이건, 그게 뭐가 중요하죠?”

아무리 완벽에 가까워지려 버둥거려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저자는 해탈에 가까운 해방을 느낀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말하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듣는 우리는 감탄하지만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모국어가 아닐진대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강박이 어쩌면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는 프랑스어의 어휘나 발음, 표현법을 헛웃음이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랑스어는 왠지 딱딱하고 강하게 들리는 다른 외국어보다는 부드럽고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파리가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낮고 동글 거리는 어감 때문인 것도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인사말 포함한 몇 마디 단어만 알 뿐이지만.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게 저자의 유학 생활과 프랑스인과의 결혼생활은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애정과 관심이 넘치는 프랑스인 특유의 호칭이나 말투, 몸짓이 과하게 느껴지다가도 모든 일에 시큰둥 불평불만이 가득한 일면에는 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한국어와는 다르게 서로의 관계에서 자신을 놓는 위치의 차이를 말하는 대목에서 조금은 의문이 풀리기도 한다. 책은 어떤 외국어든지 언어 자체보다 먼저 그 나라의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드는 대로, 모국어를 그대로 받아들였듯이 외국어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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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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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시대다. 차별점이 필요하다.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개중에서 외모는 중요하다. 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관상을 보고 신입 직원을 뽑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허구만은 아니다. 지금은 관상가가 아니라 인공지능, AI가 평가한다. 취업이라는 좁은 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저자는 인사부의 오노라는 인물을 통해 공정한 면접의 어려움과 모순,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 한 명을 채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헛웃음 나오는 한바탕 소동극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K엔지니어링의 신입 채용팀의 오노는 한때 핵심 부서에서 엔지니어로서 창창한 앞날을 꿈꿨으나 한 번의 실수로 인사부로 좌천된다. 말실수에 불과하지만, 오노는 순식간에 회사에 불이익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조직사회의 제멋대로 잣대는 일관적이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AI가 면접을 보는 것이 더 공정할 수도 있겠다. 그날의 상황이나 기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애초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노가 자신만의 황금비율을 기준 삼아 면접을 보고 채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무리 객관적인 평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은 본인 포함한 세 사람의 의견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얼굴만 보고 뽑겠다는 오노의 기준은 한눈에 보이는 잘생김이 아니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금방 이직할 것만 같은사람이다. 나름대로 회사에 복수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 긴 세월에 방점을 찍는 확실한 복수의 마지막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황금 비율의 진정한 비밀은 복잡한 얼굴구조가 아니라 오랫동안 한 회사의 인사부에서 일했던 시간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짧은 페이지의 단순한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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