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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나 자신이 매우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소위 말하는 ‘알찬’ 하루,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바쁜 하루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하루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항상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그러다가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쁘면 또 그것대로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렇듯 삶의 균형을 잘 못 잡으면 무기력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불안과 불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니 의지를 다지기가 힘들고 열심히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기가 겁이 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글쓰기를 해 오고 있는 저자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린 일상의 모습을 ‘실존적 공허’라고 부르며 갑자기 찾아온 고립과 외로움에 허덕일 때, 인생은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 속 위대한 선배라고 칭하는 책 속의 철학자들도 고난과 역경,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여정의 힘을 말하고 있다. 카뮈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나 쇼펜하우어의 고통을 겪더라도 그 경험을 즐겨야 한다는 말도,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의 의미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면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몽테뉴의 말도, 외롭다면 창작하고 사랑하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도 같은 말이다. 창작활동이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공동의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의 연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뿌듯함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어쩌면 무기력의 진짜 원인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의 행복은 무한하다. 조건이 자꾸 늘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이 무엇인지 그 시대부터 고민했다. 그의 결론은 ‘행복의 목적은 행복이다’라는 말이다. 행복은 완성형이 아니라 영원히 진행형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 또한 내가 하기 나름이다. 행복은 찰나의 순간이기도 하니 그 순간을 많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저자는 ‘단단하고 고유하고 이성적이며 창조적인 나’만이 삶의 의미와 행복의 이정표를 새롭게 세울 수 있음을 지난한 세월을 살았던 철학자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