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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평점 :
평준화 시대다. 차별점이 필요하다.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개중에서 외모는 중요하다. 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관상을 보고 신입 직원을 뽑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허구만은 아니다. 지금은 관상가가 아니라 인공지능, AI가 평가한다. 취업이라는 좁은 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저자는 인사부의 오노라는 인물을 통해 공정한 면접의 어려움과 모순,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 한 명을 채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헛웃음 나오는 한바탕 소동극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K엔지니어링’의 신입 채용팀의 오노는 한때 핵심 부서에서 엔지니어로서 창창한 앞날을 꿈꿨으나 한 번의 실수로 인사부로 좌천된다. 말실수에 불과하지만, 오노는 순식간에 회사에 불이익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조직사회의 제멋대로 잣대는 일관적이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AI가 면접을 보는 것이 더 공정할 수도 있겠다. 그날의 상황이나 기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애초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노가 자신만의 ‘황금비율’을 기준 삼아 면접을 보고 채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무리 객관적인 평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은 본인 포함한 세 사람의 의견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얼굴만 보고 뽑겠다는 오노의 기준은 한눈에 보이는 잘생김이 아니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금방 이직할 것만 같은’ 사람이다. 나름대로 회사에 복수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 긴 세월에 방점을 찍는 확실한 복수의 마지막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황금 비율의 진정한 비밀은 복잡한 얼굴구조가 아니라 오랫동안 한 회사의 인사부에서 일했던 시간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짧은 페이지의 단순한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