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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무인도에 세 가지를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는 질문을 받아봤을 것이다. 나도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말했던 세 가지도 선명하다. “물, 식량,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책.” 친구들은 그런 책이 어디 있냐며 웃었다. 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게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 안에 있는 물건을 골랐을 것이다. 평소 취향대로 말이다. 그저 도시의 혼잡함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는 무인도에서의 휴식을 꿈꿨을 뿐인데 갑자기 생존을 위한 게임이 시작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2013년에 발표한 ≪암흑소녀≫가 영화로 제작된 만큼 저자의 전작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특유의 반전이 가미된 추리 소설이다. ‘이번 신간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무인도에서의 모험기네’ 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점점 칼과 총이 난무하는 내용으로 가니 역시 그러면 그렇지 싶었다. 저자는 평범한 소재를 가져와 묵직한 물음표를 던진다.
‘다 함께’ 생존하기가 이토록 어려운가?, 혹은 거액의 상금이 목숨보다, 사랑보다 중요한가?.
술집 ‘아일랜드’의 단골 손님 여덟 명은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에 대해 한창 토론을 벌이다가 술집 마스터의 제안으로 무인도로 진짜 여행을 가게 된다. 각자 고른 세 가지를 가지고. 모두 하나의 물건이었지만 연인이었던 슈이치와 리리코만이 서로를 그 한 가지에 넣었다. 물론 리리코의 강요 아닌 강요 때문이었지만 나는 내심 두 사람의 사랑의 힘을 믿었다. 게임을 주도한 마스터도 말하지 않았는가. 최후에 살아남은 한 사람이 상금도 얻고 목숨도 부지할 수 있지만 원격으로 보낼 보트에는 두 명이 탈 수 있다고 말이다. 마스터는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본성을 실험해 볼 요량이 분명했다. 생존지식, 과학지식, 의학지식 등 저마다 자신이 가진 장점과 아이템으로 합심해서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혼자 돈을 차지할 이기심에 눈이 멀어 자멸해 버렸다. 아일랜드 라는 천국을 지옥으로 만든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가 보트에 장치해 놓은 ‘욕심’이라는 함정은 연인도 피해 가지 못했다. 애초에 무인도에는 무언가를 가져갈 수 없다. 빈손으로 갔다면 모두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