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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괴물 ㅣ 책고래아이들 53
김경숙 지음, 한담희 그림 / 책고래 / 2025년 5월
평점 :
거울을 보며 이빨을 닦을 때마다 아래 치아가 눈에 거슬린다. 유치가 빠지고 새로 나는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고른 치아들 중에 유일하게 삐딱하다. 겨우 한 개인데 정말 신경 쓰인다. 당장은 수습이 불가하다. 나도 유치가 빠졌을 때 바른 새 이를 달라고 빌었었다. 소원을 비는 데에도 절차와 방식이 있는데 잘못 이행해서 그런 걸까. 책에는 배게 밑에 헌 이를 두고 새 이를 빌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전북 무주에서 마음껏 뛰어놀아 동화 작가가 된 것 같다는 저자는, 더 이상 새 이를 달라고 소원을 비는 아이들이 없어져 북쪽으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이빨 요정 티티와 이빨 괴물이지만 이가 가지런해서 고민인 별난이, 삐뚤빼뚤한 이 때문에 입을 벌리지 않는 강한이의 이야기를 통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듯 하다.
아이들의 소원이 어둠을 밝혀주는 이빨 마을에서 티티는 헌 이가 점점 줄어들어 시무룩한데 할머니마저 사라진다. 할머니는 너만이라도 아이들 곁을 떠나지 말라고 하지만 버티기가 힘들다. 이빨괴물들은 아이들의 이를 자신들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데 이빨요정 의 방해로 아이들에게 갈 수 있는 문을 찾지 못해 화가 나 있다. 하얗고 반듯한 이빨이 괴물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별난이가 뜻밖에도 그 문을 찾고, 아이들은 금세 여기저기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강한이는 샘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무섭다. 별난이와 만나 서로의 이빨을 보며 큰소리로 웃는 장면은 그동안의 고민과 불편함이 사실은 별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프지 않으면 되지 겉으로 보이는 이가 어떤 모양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빨괴물이라고 해서 굳이 삐쭉할 필요도 없다. 물론 관리와 예방을 잘해서 깨끗하고 고르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상대방이 가지고 싶어 하는 이빨을 소원하는 별난이와 강한이의 마음을 시작으로 이빨마을은 다시 빛을 밝히게 된다. 어둠은 아이들의 소원들로 빛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요즘은 치과에서 이를 빼고 교정기를 낀다. 이빨괴물도 이빨요정도 잘 모를 것이다. 이빨 하나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시절은 지나갔지만 웃을 때 환하고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