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방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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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나 집의 구조는 달라도 기본적으로 방안을 채우는 구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의자, 창문, 조명, 옷장 등. 시인과 한문학자인 두 명의 저자가 번갈아 자신의 방에 대한 소회를 쓴 글을 읽으며 새삼스레 방 안을 휘둘러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사유가 제목과 같음을 느낀다. ‘집을 바꿀 수 없으면 방이라도 자주 바꿔보라어느 건축학자의 말을 들은 뒤로 방의 구조릏 1, 2년 사이로 바꿔보고는 하는데 침대와 붙박이장 때문에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오랜 시간을 보내는 책상 위를 자주 청소하며 무언가를 보태거나 덜어내는 것으로 새로운 기분을 만끽한다. 혹은 창문에 계절 따라 다른 커튼을 달아보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꿔본다. 책에서도 창문의 유용성에 대한 대목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창문이 없는 방에 창문이 그려진 엽서를 붙여놓고 견뎠다는 김소연 시인의 말을 빌려 시인인 저자는 창문이라는 존재가 연결감과 동시에 분리감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적당한 거리의 처세술을 말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바깥세상과의 소음을 단절하는 수단일 뿐이다. 아파트에서 보는 전경이란 다른 아파트가 전부라 큰 창이든 작은 창이든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두 명의 저자가 찬미하듯, 변화무쌍한 날씨의 감각을 창문을 통해 알 수 있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여러 집을 거치면서 방 창문의 크기나 개수가 중요한 이유가 그들에게는 상상의 여지를 주는 매개일 수 있는 것이다. 식물이나 조명도 마찬가지다. 자연과 인위적인 어떤 것들이 어우러져 방 안을 채워가듯 자신들의 지난 시절들을 채워갔을 것이다.

문학적인 사유들로 꽉 찬 책을 읽으니 방 안에 자리 잡은 모든 사물 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이니 의미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방을 활자로 엿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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