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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말이 많아진다. 처음 만나는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이런 말 저런 말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곧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반대로 모임의 목적에만 집중하고 말을 줄이면 후회하는 일은 드물다. 첫 만남에 개인적인 깊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도 막상 모임에 나가서 대면을 하면 침묵하기가 어렵다. 모임이 하나둘 생기면서 고민이 거듭될 때 법정 스님의 글 모음집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침묵은 없다. 물론 대화를 하기 위해 만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말들은 소음에 불과하다. 저자가 말하는 소음의 정의다. 수도자가 묵언수행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침묵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더 많은 말을 주고받고, 눈빛 하나만으로도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마음 소양을 쌓을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무언의 위로가 더 힘이 되어주는 때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얼굴도 마주 보지 않을 확률이 더 많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무분별하게 파생된 소문이 소음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책은 침묵은 금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을 말하고 있다. 함부로 뱉은 말은 어제와 같고 다음 모임에서 무슨 말을 할까 골몰하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오늘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이 없는 참말이고 뒤돌아서도 후회하지 않는 당당한 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이 빠른 시대에 상대방의 말도 끝까지 듣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니 아무 말이나 먼저 해버리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라고 하니 걸으면서 꾸준히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내는 연습이 필요함을 자각한 책읽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