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 -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심리학 조언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제헌 옮김 / 걷는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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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누구나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방법으로 살고 싶지만 사회의 시스템이 익숙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인기기를 쓰지 못해 햄버거 하나 주문하지 못하고 울었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익숙한 것과 생소한 것, 지나간 일과 새로운 일, 안정과 변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다.”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첫 장에 썼던 말처럼 인생을 살고 있는 것뿐인데 이제 다 끝났다고 울 일은 아니라고 우리네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무인기기는 누구나 어렵다. 하지만 쉽게 조작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도 처음엔 어려웠을 것이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새로움에 적응하게 했을 테니 그 욕구에 충실히 따라가 보는 것이야말로 변화의 시작이 아닌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은 익숙함이고 남겨야 할 것은 새로움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변화의 과정이 사건, 저항, 혼돈, 해결 중심적 사고, 융합 순이라고 말한다.

변화가 필요한 사건을 맞닥뜨리지 않으면 그 뒤의 과정은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초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사실 움직이며 부딪히는 모든 것이 사건이다.

격변하는 상황이야말로 당신의 내면과 주변 환경에 온전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삶의 상당부분이 붕괴하겠지만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는 변화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무인기기를 통해 햄버거 하나 사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사건이고 살 수만 있다면 혁명이 된다는 말과 똑같다. 해 보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 그래서 새로움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것도 일종의 혁명일 테다.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변해야 한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만 바꾼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익숙함도 처음은 새로움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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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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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이틴소설을 읽어보기도 오랜만이다. 솔직히 이 나이 때에 하이틴 소설은 하이틴이라는 분류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10대에는 주인공의 분신이 되어 읽지만 그 나이만 지나면 제 삼자의 입장이 되어 분석하며 읽게 되니 여느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느 다른 소설이 아니라 정말 하이틴소설이었다. 연애 소설의 법칙이 의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혀져서 미국계 한국인이라는 저자의 역량에 감탄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어린 여동생도 책임감 있게 잘 돌보고, 산부인과 의사인 아빠가 힘들지 않도록 집안일도 열심인 라라 진의 조용하면서도 모범적인 성향과 태도는 그저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랐던 나의 10대 시절을 연상하게 했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언니와 제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는 동생과 달리 모험심이 부족한 라라 진이 부치지 않을 연애편지를 쓴 것도 어떤 면에서 보면 나와 비슷하다. 그 상대가 짝사랑 남자애가 아니라 친해지고 싶은데 말 걸기는 어려운 친구인 것만 다를 뿐. 물론 나는 편지를 부쳤다. 반면 라라 진은 자신도 모르게 발송되어 버린 편지 덕분에 파란만장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조시오빠까지 편지를 읽게 되자 그 마음을 감추기 위해 마침 여자 친구와 헤어진 피터와 계약연애를 하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은 진실이 약간 섞여 있는 거짓말이야.”

피터가 말했듯이 그 둘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니 라라 진이 헷갈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녀 사이의 일은 변수가 너무 많다. 적당한 때와 절묘한 만남 그리고 용기 있는 고백. 이 모든 조건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은 복권번호를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특히나 라라 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자신의 생활에 변화가 오는 게 무섭기만 하다. 미국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기도 하고 세자매 중에 둘째라는 태생이 조금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태생적인 약점이 라라 진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 소설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라라 진이 너무나 용감무쌍해서 편지를 쓰지 않고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로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편지야말로 거짓말이 전혀 섞여있지 않은 진실만이 담겨있는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도도하기 그지없는 제너비브조차 남자친구인 피터에게 쪽지를 원했다 하지 않는가. 라라 진이 장난기가 다분한 피터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도 그 쪽지덕이라고 나는 단언하다. 부치지 않을 편지일지언정 라라 진 자신도 연애편지를 쓸 때 진심으로 썼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 대학을 다니러 떠난 언니의 부재에 움츠리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고, 서툴더라도 시도를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다짐하는 라라 진을 응원하며 그녀의 마지막 용기 있는 고백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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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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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박식한 자들의 스승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는 철학자들 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추구하는 것이 현실에 기반을 둔 실천주의라는 사실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철학자의 수장 격인 플라톤이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킬 때 그는 땅을 가리켰다.

인간은 내세에 사는 것이 아니고 현생을 사는데 이상주의는 철학의 고립을 가져올 뿐이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도 영혼과 시적 예술에 대해서 철학자다운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깊은 배움이 윤택한 삶을 사는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엮은이는 광범위한 학문으로 30권의 저작을 남긴 그의 말 중에서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기준이 될 만한 말을 열 가지로 정리했다.

행복, 중용, 친구, 사랑, 철학, 정치, 행동, , 교육, 예술.

한 번뿐인 인생을 가치 있게 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침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 가지가 제각각인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활동이어야 한다.”

행복에 관한 견해에서 그는 활동, 즉 행동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며,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다음 성공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으므로 헛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나름 해석해보았다.

무언가를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목적이 아니라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뜻과 일맥상통한다. 한 생애를 살면서 삶의 목적은 사실 행복뿐이다. 나열된 주제도 행복 하게 살기위한 받침대와 다름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모두가 를 추구하는 것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행복을 살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작 행복이 뭔지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제대로 잘 알기위해서는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행동해야만 한다.

정의로운 행동을 해보아야 정의로워지고, 절제 있는 행동을 해보아야 절제 있어지고, 용감한 행동을 해야만 용감해진다.”

 

철학자의 이름만큼이나 무겁고 진지한 책을 어떻게 읽을까 고심한 처음마음이 무색하게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 공감 가득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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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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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학을 접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간혹 영화는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작가의 이름도 낯설었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으로 책을 선정했다. 그 모든 외양은 낯설었지만 내용만은 너무 낯익어서 역시 사람사람 세상은 다 똑같구나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마저 들었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부모도 아니고 병원 간호사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소피아에게 하는 말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비슷한 내용의 노래가사가 떠올랐다. ‘어떤 날은 두려울 만큼 잔잔하고, 어떤 날은 사납게 출렁이지. 삶이란 그런 날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라는.

간호사의 그 말이 소피아에게 무의식중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린시절 해적놀이에 심취하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와 그림을 그리는 엄마사이에서 소피아가 뱃멀미를 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잔잔함과 출렁임이 반복되니 자신을 해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잦은 불화를 보며 자란 소피아의 인생항로는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넘나드는 여배우를 향한다. 그 여정에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펼쳐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아빠의 일탈, 감성적인 엄마의 우울, 젊은 날을 혁명 활동에 바친 고모,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했던 첫사랑, 같은 길을 걸으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던 룸메이트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뉴욕에 온 영화감독 지망생인 피에트로와 유리. 그들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이 한 세대를 통과하는 의례라는 것은 굳이 세세히 말할 필요도 없다. 어느 나라 어느 누구든 겪음직한 일들이라는 것.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진짜 생을 살고 카메라 밖에서 연기를 하는 소피아의 불완전한 생활도 특별하게 볼 일이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남다른 기운을 풍기던 소피아도 상처받기 싫어서 검은색 후드안으로 몸을 숨긴 것뿐이다. 용기란 타고나는 것인지, 배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에겐 모든 게 두려운 일투성이라는 소피아. 주변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를 보며 나름 답을 내본다면 이 정도쯤 되겠다. 용기란 살면서 저절로 생기는 거라고. 결단을 내리는 그 모든 순간이 용기라고. 소피아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항구에 닻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가 볼일도 없을 것 같은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독서였다.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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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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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다시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혹은 과거의 한 지점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

환생이나 회귀, 몸이 바뀌는 설정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리만족.

주인공이 현대의 기억을 가지고 고대에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부터가 진부함을 탈피한 21세기 무협물같아서 첫 장부터 흥미를 유발했다.

주인공 판시엔은 근육에 힘이 빠지는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경국57년이라는 옛 시대의 갓난아기의 몸으로 들어간다. 황제의 측근이라는 스난백작의 사생아라는 신분으로 딴저우라는 곳에서 친할머니와 그림자 같은 눈 먼 호위무사(숙부라 부름), 독약의 대가라는 스승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며 언젠가 아버지와 동생이 살고 있다는 징두로 갈 날을 기다린다. 불행했던 전생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살자고 다짐하던 판시엔은 열여섯에 징두로 오면서 충실함을 넘어서 죽음을 넘나드는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에게는 얼굴도 못본 생모의 유산이 있었는데 지금은 황실의 내고에 들어가 있어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내고의 관리를 넘겨주고자 한다. 현재 황실의 내고를 장악하고 있는 황제의 여동생 장공주는 호시탐탐 판시엔의 목숨을 노리며 대척점에 서 있다. 정식으로 혼인도 하지 않고 몰래 낳은 딸과 결혼할 미래의 사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황제의 차기자리를 노리는 태자와 2황자의 암투에 정치적으로도 휘말린다. 판시엔은 혼자 자신의 길 위에 서려고 하나 주위의 상황은 정반대다. 그를 자기 옆이나 아래에 세우고 편을 만들려고 한다. 지켜야할 것이 많은 사람은 약점도 많다. 처음엔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들뿐이었는데, 그래서 별 두려움이 없었는데 징두에 오면서부터 되찾아야 할 것과 보호해야 할 사람들 때문에 점점 어깨가 무거워진다. 전통무협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기연에 기연을 더해 무림고수가 됐는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에 철학자처럼 천하의 고민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혹은 모든 걸 버리고 떠나버리거나. 판시엔도 가족과 연인의 정에 둘러싸여 애초의 목적을 잊어버릴 뻔 했다. 자신의 의무이자 풀어야 할 숙제에 소원해 질 때 어머니의 호위무사이기도 했던 눈 먼 숙부는 끊임없이 그를 일깨운다. 네가 지금 가진 것은 너의 힘이 아니라고. 너의 어머니가 여인의 몸으로 천하의 거상이 된 것처럼 너 또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주위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결심도 일종의 힘이라고. 답을 찾아 행동하라고.

판시엔이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다정함과 냉철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고군분투하는 것은 약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답을 찾은 이상 앞으로의 행보에도 그 약점이자 강점이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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