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하이틴소설을 읽어보기도 오랜만이다. 솔직히 이 나이 때에 하이틴 소설은 하이틴이라는 분류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10대에는 주인공의 분신이 되어 읽지만 그 나이만 지나면 제 삼자의 입장이 되어 분석하며 읽게 되니 여느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느 다른 소설이 아니라 정말 하이틴소설이었다. 연애 소설의 법칙이 의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혀져서 미국계 한국인이라는 저자의 역량에 감탄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어린 여동생도 책임감 있게 잘 돌보고, 산부인과 의사인 아빠가 힘들지 않도록 집안일도 열심인 라라 진의 조용하면서도 모범적인 성향과 태도는 그저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랐던 나의 10대 시절을 연상하게 했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언니와 제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는 동생과 달리 모험심이 부족한 라라 진이 부치지 않을 연애편지를 쓴 것도 어떤 면에서 보면 나와 비슷하다. 그 상대가 짝사랑 남자애가 아니라 친해지고 싶은데 말 걸기는 어려운 친구인 것만 다를 뿐. 물론 나는 편지를 부쳤다. 반면 라라 진은 자신도 모르게 발송되어 버린 편지 덕분에 파란만장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조시오빠까지 편지를 읽게 되자 그 마음을 감추기 위해 마침 여자 친구와 헤어진 피터와 계약연애를 하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은 진실이 약간 섞여 있는 거짓말이야.”

피터가 말했듯이 그 둘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니 라라 진이 헷갈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녀 사이의 일은 변수가 너무 많다. 적당한 때와 절묘한 만남 그리고 용기 있는 고백. 이 모든 조건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은 복권번호를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특히나 라라 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자신의 생활에 변화가 오는 게 무섭기만 하다. 미국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기도 하고 세자매 중에 둘째라는 태생이 조금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태생적인 약점이 라라 진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 소설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라라 진이 너무나 용감무쌍해서 편지를 쓰지 않고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로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편지야말로 거짓말이 전혀 섞여있지 않은 진실만이 담겨있는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도도하기 그지없는 제너비브조차 남자친구인 피터에게 쪽지를 원했다 하지 않는가. 라라 진이 장난기가 다분한 피터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도 그 쪽지덕이라고 나는 단언하다. 부치지 않을 편지일지언정 라라 진 자신도 연애편지를 쓸 때 진심으로 썼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 대학을 다니러 떠난 언니의 부재에 움츠리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고, 서툴더라도 시도를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다짐하는 라라 진을 응원하며 그녀의 마지막 용기 있는 고백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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