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니스 코드 - 지금 글로벌 패션하우스들은 어떻게 유혹하는가
조엘 킴벡 지음 / 리더스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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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구입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코로나 시국에 함부로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으니 생필품과는 달리 화장품이나 가방, 신발의 지출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패션뷰티 브랜드 전문 크리에이터인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어떤 자구책을 써서 돌파구를 마련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굳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패션업계도 변화의 다양성을 모색할 때가 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바이어나 미디어 매체뿐만 아니라 평범한 소비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패션쇼나 신상품 행사를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패션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관계자외 관람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저자도 달라진 마케팅의 전략이유로 변화의 가능성을 첫 번째로 꼽는다. 직접 체험이 특성이라면 특성인 뷰티, 패션을 온라인이라는 간접홍보로 커버가 될지 미지수였겠지만 이미 쌍방향 소통을 매개로 한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인지는 오래되었다. 명품의 명예를 고수하느라 일방적이고 한정적이며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시즌 신상품을 각 모델들의 집으로 배송해 자신의 컴퓨터 스크린에 비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법으로 촬영하는 프레임 인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광고촬영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홍보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인식은 많이 변했다. MZ 세대의 부각을 두 번째로 꼽은 이유다. 일명 밀레니얼 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아우르는 그들을 저자는 삶에서의 가치를 자신이 정하려 드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워라벨을 추구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에 익숙하며 SNS상에서의 빅테이터를 통한 통계와 방문이력을 추적하는 알고리즘만으로도 충동적인 쇼핑욕구가 가능하니 변화는 예견된 수순인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그 시기와 절차를 앞당기게 한 역할을 함으로써 패션계에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했다.

각 산업분야들도 이런 다양성이 지닌 가능성, 그리고 잠재력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접근해야만 한다. 시대와 대중의 변화 및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저자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윤리의식이 강조되고, 기후환경을 위해 재활용품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나 한 번 사용한 제품을 손질해서 파는 리퍼브 매장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추세라고 하는데 그런 일련의 변화야말로 프레시니스 코드에 알맞는 것 같다.

그냥 새로운 게 아니고 신선하게 새롭다는 뜻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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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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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를 때까지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법정 나이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어느 누구나 쉽게 어른이 될 수 있겠지만 유서 깊은 귀족가문 에서 태어났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어른다운 어른, 성찰하는 사람을 말하고 있다.

상류층의 시선이 많이 느껴지는데 중세시대 기사도 정신에 기초한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롭고, 전형적이지 않아서 어떤 행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저자 자신이 몰락한 귀족의 후예라고 지칭한대로 21세기에 기사도 정신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서왕의 일화는 언제나 그렇듯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용기, 인내, 현명함, 정의, 관용, 충실함, 정직, 신중함 등등. 저자가 나열한 어른이 가져야 할 품격에 아서왕과 그를 따르는 기사들이 가지지 않은 것은 없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태도와 신념에 관한 것이지만 그들은 그것들을 토대로 나라를 세우고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퍼뜨렸다. 모든 것이 편리해질 대로 편리해진 지금, 우리는 물질적인 것만이 무기이고 가치이고 자신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라고 여긴다. 물질적인 것만큼 사라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한순간에 자신의 존재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진정한 어른이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은 아닌데 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해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하게 나이만 어른인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27가지나 되는 품격을 꿰뚫는 것은 사실 한 가지다. 인정하고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자신의 무절제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당신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개개인의 변화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저자가 먼 옛날 칼과 방패만으로 세상을 정복한 기사도 정신을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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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에바 분더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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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을 큰일로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독일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사소한 일에 흥분을 하는 이유를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로 표현하며 기본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문제로 똑같은 싸움을 반복할 여지가 있으며, 혹은 그 사안에 집착해서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자기 자신을 괴롭힐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네 가지 상황을 토대로 모기의 침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를 그 작용의 진짜 원인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리사는 드릴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옆집여자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고 억울해하지만 또 단호하게 따지지는 못한다. 슈테판은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다른 운전자가 차를 빼면서 살짝 건드려놓고 그냥 가려고 하자 매우 화를 낸다. 자동차는 멀쩡하지만 자신의 기분은 멀쩡하지 않다. 결혼3년차인 안나는 일에 치여 피곤한 패터와 양말과 신문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뻔한 시빗거리를 시작으로 뻔한 부부싸움을 한다. 기분 좋은 휴갓길에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일이 생각나고, 한편으로 친구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우울해진 세바티안은 직장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전화가 오자 우울감이 사라진다.

위의 상황들은 저자가 말하는 발전되는 5개의 욕구단계에 속한다.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감과 애정, 존중, 자아실현. 이런 기본적인 욕구가 단계적으로 충족되지 않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조그만 무질서가 거슬리고,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욕구는 어린시절 받은 대우와 경험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린나이이니 당연히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별로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 작은 일에 흥분하고 분노하게 되면 그제야 코끼리만큼 커진 흔적,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당한 대우와 차별로 인한 트라우마를 똑바로 마주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위해 항상 착한아이여야만 했던 리사, 소년시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뒤로 무시당함을 못 참는 슈테판, 어머니의 과보호로 아직 자신이 아이라고 느끼는 패터와 자족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어린나이에도 무던히 애썼던 안나, 장남으로써 항상 기대에 부응하려했던 세바티안의 과거가 코끼리의 실체라는 말이다. 그 실체를 마주했을 때는 불완전한 어린 나와 작별을 고할 때이기도 하다.

어떤 아주 작은 일에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나와 상대의 기본욕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할 여유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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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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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문학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생경하지만 스페인 내전 뒤의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구도가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 한 권으로 소설계의 거목으로 성장했다는 저자의 연혁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인공 안드레아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자 바르셀로나로 오는 첫 장부터 생경함은 이미 사라진다. 고아인 처지에 사촌언니와의 불편한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로 오면서 안드레아가 품었던 찬란한 꿈과 희망은 외갓집의 관 같은 침상을 바라보며 점멸한다. 겉으로는 가정부도 있고 집도 크고 넓지만 전쟁의 잔재가 얼마나 길고, 얼마나 은근하게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는지 외할머니를 비롯한 이모와 삼촌들의 히스테리적 행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순종과 신앙심, 순결을 강요하는 이모와 예술가적인 기질만 다분하고 재능은 부족한 후안삼촌, 사람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데 익숙한 로만삼촌, 어딘가 모자란듯하면서 영악한 외숙모는 삼촌들에게 얻어맞고 희롱당하는게 일상이다. 얼굴만 마주하면 서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며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자식들을 보며 외할머니는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다.

내전으로 모든 것이 뒤틀려버린 가족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안드레아는 나름 대학생활에 충실하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대학에서 만난 부잣집 딸 에나와의 우정에 매달리시다시피 하는 안드레아의 심정은 절절하기만 하다. 변화와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안드레아를 감시하고 고립시키는데 골몰하던 이모가 끝내 수녀원으로 떠나고 외숙모가 세간을 하나 둘 팔면서 집안은 점점 더 휑해지고 무너져 간다. 타인의 감정을 우습게 여기던 로만삼촌이 도리어 감정에 휘둘리게 되며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될 때 안드레아는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안드레아가 되어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 가족 사이에 서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은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실존주의 문학이라는 명성에 걸맞다.

집 안은 조용하고 아늑한 날들이 없다.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 같고 비명소리는 어느 순간 귓가를 때리고 춥고 배고픈 날이 허다하다. 황폐한 도시의 축소판이다.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더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이 목전이다.

처음에는 밑도 끝이 없이 가시 돋친 말을 쏟아 붓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내전을 겪은 그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작은 단위라는 전제하에 그들의 울분이 가족을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안드레아가 본 가족이 외가를 제외하고는 상류층뿐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부자와 서민의 상반된 삶은 스페인내전이 촉발한 계기인데 결과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도시에서의 환한 미래를 열망했던 안드레아는 이 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아무것도 얻지 못했음을 인지하지만 에나가 내민 손을 잡고 다시 다른 도시로 가기로 한다. 희망과 절망은 교차적이고 한 번의 희망과 절망을 거쳤으니 이번에는 희망 차례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스페인 문학사에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는 소설답게 많은 생각이 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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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 바디 밸런스 - 바디 프로필로 올린 자존감
오우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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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대신 바디프로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판이 부쩍 눈에 뛴다. 이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가도 저자의 말처럼 근래 들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진건 분명해 보인다.

지방을 없애고 근육을 늘여 신체적으로 균형 잡힌 자신의 몸의 변화를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것을 바디프로필이라고 정의한 나로서는 운동이나 다이어트는 작심삼일로 끝내는 나와는 별개의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마바밸 전도사로 칭하는 저자는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도 함께 말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변화로 정신적 성장을 함께 꾀할 수 있다니 이번에야말로 어쩌면 삼일이 아니라 석 달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일었다.

항공사 승무원이기도 한 저자는 승진이 좌절되고 원치 않은 이별로 마음이 무너지자 먼저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확신으로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형체 없는 수많은 생각과 계획보다 몸으로 느껴지는 운동의 강도 높은 고통과 눈에 보이는 신체의 변화가 근거 있는 외침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기억한다는 사실은 매우 현실적이고 지속적이다.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정작 침상에 눕혀지는 것은 몸이다. 심리적 불안과 신체의 불안정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둘은 필수불가결한 관계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았다. 무엇보다 한 영역에서 자존감이 낮아지면 다른 영역에서 자존감을 보완해 평균을 높이면 된다며 당장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함으로써 정신적 효능을 변화의 영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당장 바디프로필을 찍을 자신은 없다. 저자도 꼭 찍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이니 운동으로 마음을 다잡고 신체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끼며 항상 허리와 어깨를 꼿꼿이 세우기를 저자의 의도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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