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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에바 분더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평점 :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독일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사소한 일에 흥분을 하는 이유를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로 표현하며 기본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문제로 똑같은 싸움을 반복할 여지가 있으며, 혹은 그 사안에 집착해서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자기 자신을 괴롭힐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네 가지 상황을 토대로 모기의 침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를 그 작용의 진짜 원인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리사는 드릴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옆집여자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고 억울해하지만 또 단호하게 따지지는 못한다. 슈테판은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다른 운전자가 차를 빼면서 살짝 건드려놓고 그냥 가려고 하자 매우 화를 낸다. 자동차는 멀쩡하지만 자신의 기분은 멀쩡하지 않다. 결혼3년차인 안나는 일에 치여 피곤한 패터와 양말과 신문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뻔한 시빗거리를 시작으로 뻔한 부부싸움을 한다. 기분 좋은 휴갓길에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일이 생각나고, 한편으로 친구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우울해진 세바티안은 직장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전화가 오자 우울감이 사라진다.
위의 상황들은 저자가 말하는 발전되는 5개의 욕구단계에 속한다.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감과 애정, 존중, 자아실현. 이런 기본적인 욕구가 단계적으로 충족되지 않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조그만 무질서가 거슬리고,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욕구는 어린시절 받은 대우와 경험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린나이이니 당연히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별로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 작은 일에 흥분하고 분노하게 되면 그제야 코끼리만큼 커진 흔적,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당한 대우와 차별로 인한 트라우마를 똑바로 마주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위해 항상 착한아이여야만 했던 리사, 소년시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뒤로 무시당함을 못 참는 슈테판, 어머니의 과보호로 아직 자신이 아이라고 느끼는 패터와 자족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어린나이에도 무던히 애썼던 안나, 장남으로써 항상 기대에 부응하려했던 세바티안의 과거가 코끼리의 실체라는 말이다. 그 실체를 마주했을 때는 불완전한 어린 나와 작별을 고할 때이기도 하다.
어떤 아주 작은 일에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나와 상대의 기본욕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할 여유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