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 나나 잘하자
권혜진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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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십을 영어로 호칭하니 어감이 그리 나쁘지 않다. 언뜻 파티처럼 들린다. 이미 직면해 있거나 이제 곧 닥칠 나이를 무겁게만 생각하지 말라는 느낌이 든다.

제목에 연령대를 가늠하게 하는 숫자가 들어가는 책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누군가에게 어렴풋하게나마 나이가 간파되고 숫자가 올라갈수록 어쩌면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제 나이에 맞게 살줄을 몰라 책을 펼쳐보고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게도 한다.

공자가 괜히 이립(30세), 불혹(40세), 지천명(50세)을 운운하지는 않았을 거라며 단 한 번이라도 그 기준에 맞았던 적이 있었는지도 고민스럽다.

라디오 작가인 저자 역시 하늘의 뜻 같은 것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토로하며 글을 썼다. 애초에 성인(聖人)의 시선에 맞출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세상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마음에, 자신의 몸과 자신의 꿈에 집중할 나이가 오십이라고 말이다.

서른 살에 노처녀 소리를 듣는 시대를 지나 비혼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시대를 살며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 지금을 ‘황금기’로 만들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그럴수도 있지’ 라는 아량만 조금 가지면 될 일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결단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포용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이 나이 들수록 배로 나이 들어가는 가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오랫동안 딸을 위한 엄마의 희생에 연민을 느껴 좀 더 편하게 노후를 보냈으면 하지만 백내장 수술을 받은 날에도 간병일을 나가는 엄마를 말릴 수 없다.

자신도 이제껏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당신은 오죽하겠는가. 엄마의 인생에 왈가왈부 하지 않겠다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줄임표에 길고 긴 미련이 보인다.

아직 인생을 다 살지 않았는데 한 점의 미련이 없을 수는 없다.

족쇄를 풀고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과 ‘괜찮아’라는 말로 힘겨운 날들을 다독거리며 나아가보자는 저자의 말이야말로 지천명에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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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 입원일기 - 꽃이 좋아서 나는 미친년일까
꿀비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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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신과 상담을 받은 이야기는 읽어봤지만 입원기는 처음이다.

떠도는 풍문과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이 전부이다 보니 체험기나 마찬가지인 책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꿀비라는 예명을 쓰는 저자가 동양화를 전공한 것은 다행이다.

동양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먹의 번짐이 확연한 그림일기가 무겁고 진중한 공간에서의 분위기를 여유롭고 친근하게 바꿔준다. 다리가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입원하는 것처럼 기분에 장애가 생겨서 정신과에 입원한 저자의 입원기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알차게 짜인 시간표는 텅 빈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쁜 생각, 슬픈 마음, 짜증나는 기분이 들어올 틈새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하루 세끼 원하는 메뉴를 3가지 선택할 수 있는 병원 밥은 의외로 너무 맛있고 서로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친구(?)들도 있다. 비록 입원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퇴원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약을 먹어도 꼭 간호사 선생님 앞에서 먹어야 하며 소지품 검사도 때때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과 제약이 있지만 규칙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특히 정신병동에서의 규칙은 형태만 다른 돌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잘 시간에 주치의나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 안을 배꼼 들여다보는 그림아래에 보호받는 느낌,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쓴 걸 보면 저자도 그런 의미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입원생활이 생각보다 편안하다 한들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언젠가는 퇴원을 해야 한다. 애초에 잘 치료받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용기내서 입원한 것이 아닌가.

나는 입원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일까?”

입원 전 저자가 골몰하던 의문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도 괜찮아라는 말이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나는 괜찮다. 나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병동 안에서 저자는 괜찮지 않음을 자각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괜찮아 라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괜찮아 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퇴원을 해서도 여전히 기분은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삼겹살과 닭꼬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고 정신병동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별문제 아니라는 듯 받아주는 친구가 고맙고 엄마아빠가 계셔서 감사하고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다.

온전히 잘 지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걱정 한 가지쯤은 가지고 있고 계절을 타는 사람은 그 계절만 되면 무기력 증에 빠진다. 당장 오늘 아무렇지 않아도 내일 심각한 기분장애가 생길지도 모른다. 저자가 용기 있게 정신병동 입원기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숨기고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 아파서 치료를 하는 것뿐이다.

심각한 이야기를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그림과 글로 편견을 깨준 저자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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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아이패드 여행 드로잉 퇴근 후 시리즈 15
이거니 지음 / 리얼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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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여타의 사정으로 잠정 중단상태지만 3년 전부터 그림모임에 나갔었다.

색연필 온라인카페 회원으로나마 그림그리기를 놓지않으려고 하는데 역시 비대면은 꾸준함을 상쇄시킨다. 집밖에서 활동이 어려우니 집안에서 하는 취미활동이 활발한데 규모가 큰 서점에 가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색칠공부를 일컫는 컬러링북은 한 매대를 다 차지하고 있고 설명서를 보고 조립하는 미니어쳐의 종류는 셀 수도 없다. 부쩍 눈에 띄는 그림도구들은 개인적 관심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가짓수가 늘었다. 색연필 브랜드가 그렇게 다양한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보이는 대로 구입했는데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연장(?)들을 보노라니 지금이야말로 아이패드를 이용한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펴들었다. 언젠가 그림모임에 처음 아이패드를 가져와 그리는 모임원을 보고 아날로그적 연장을 들고 있던 모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었다. “신문물이다!”.

얼굴을 그렸는데 사진처럼 정밀하고 색감은 손을 대면 묻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선명하고 편리하긴 또 어찌나 편리한지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신문물이었다.

여행 일러스트라고 자처하는 저자가 여행으로 가득한 그림을 아이패드로 그린 이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세한 작업설명과 함께 그려서 올린 풍경그림은 표면이 바르지 않고 거칠어서 도리어 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로 그렸다고 하면 사실 너무 정밀해서 이질감이 생기수도 있는데 아이패드는 그런 단점까지 보완하는 듯하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유료로 사야 한다고 하는데 일종의 그림도구를 모아놓은 프로그램이다. 그 앱으로 저자가 그동안 여행한 곳을 어떤 도구로 어떻게 그리는지 일련번호를 달아 상세히 설명해놓았는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저자의 정성이 느껴진다. 특히 여러 도구 중에 [모양편집]기능으로 반듯하게 직선그리기를 할 수 있다니 건물그리기에 애를 먹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아이패드로 이미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사용할 사람에게 두루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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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에 투자하라 -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부의 대이동
가메이 고이치로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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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오면 너도 나도 말한다. “금을 사놔야 하나?”

금융, 귀금속 애널리스트인 저자가 마지막 은신처라고까지 지칭하는 금의 존재는 기실 불황이든 호황이든 항상 우위에 있다. 비상수단인 동시에 투자가치로서 금은 불변하다.

어린시절 즐겨 본 서부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물 한 방울보다 더 쓸모없이 느껴지는 광산의 금을 등장인물들은 목말라 죽을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자연스레 각인된 금의 가치는 오랜 세월 축적된 공동환상임에 분명하다. 일상생활에서 훨씬 더 많이 소용되는 지폐 역시 마찬가지지만 상황에 따라 발행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부의 대이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책은 지금이야말로 금에 투자할 적기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니 고정 지출이 나갈 일이 없고 지원대책으로 통화량이 늘어나니 그에 따른 화폐하락은 금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채굴할 수 있는 광산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주의할만하다. 한때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는 산출량이 현저히 줄어 중국, 미국 등에 추월당해 8위라고 한다. AI를 이용한 첨단기술로 생산효율은 배로 늘이고 새로운 광맥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금 자체의 불변과는 달리 광산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가 전쟁태세만 갖춰도 역시 금은 상승한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고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다. 예측 불가능한 전시는 한때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속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저자는 무엇보다 금가격의 장기적인 방향은 달러의 앞날을 살피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하는데 달러가 기축통화(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이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어디서나 통용되는 화폐의 가치는 금의 가치와 비등하다고 나름 생각한다.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투자처는 많지만 고정적이면서도 유동적인 금은 상승 잠재력이 다양하다.

돈의 난을 돈으로 제압하는 흐름속에서 금에 투자하라는 저자의 의도가 잘 읽힌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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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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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가장 많이들은 단어가 메타버스. 이른바 MZ 세대가 아니고 보니 생소한 단어가 귀에 들리면 십중팔구 인터넷용어나 게임용어가 분명하다.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통으로 아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비약하는 온라인 세계는 따라잡기 버겁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바람결에 들은 게 전부라서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 책을 펴들었다. 이화여대의 교수를 역임한 저자는 작가로써도 인지도가 있는데 <리니지2>로 게임폐인의 세계에 입문했다는 소개가 우스우면서도 왠지 누구보다 더 메타버스에 대해 잘 알 것 같다는 믿음을 준다. 함께 <헬게이트 런던>을 하면서 안면을 텄다는 아는 동생의 게임으로 인한 흥망성쇠가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론보다 경험은 역시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제시하려는 명제는 윌리엄 워즈워스가<무지개>에서 말했던 진리,‘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가 될 것이다.”

3살짜리도 스마트폰을 조작할 줄 아는 시대에 저자의 이 한 문장은 메타버스를 정의하는데 매우 적절하다. 온라인상에서 활약하는데 연령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메타버스에서는 13세가 주도적이며 그 이하(8~12)와 이상(13~19)을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와 규칙 속에서 고급아이템으로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아바타를 이용한 가상세계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 특성상 주사용자가 어린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칙이 없고 규제가 없고 제한이 없는 무한대의 상상만으로 충분하다. 아름다웠지만 킬러의 시대는 가버렸다는 저자의 비유는 비정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킬러의 시대에 그들은 현실도피로 온라인게임을 택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게임에 몰입함으로서 가정, 학교, 직장과의 분리를 원했지만 메타버스는 정반대다. 메타버스에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구현된다. 학생이라면 가기 싫은 학교를 가상세계에서 또 간다.대신 3가지가 있어야 한다. 재미, 의미, 보상. 저자는 메타버스에서 취득한 아이템의 확실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가상자산의 안정성이 완벽한 디지털 전환사회를 가져온다고 역설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시들해졌던 메타버스의 부활을 불러왔다. 비대면의 시대에 온라인상에서의 경제시스템은 중요하다. 창의력의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고 나름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프로그램하고 조작하는지는 아직 직접 해보지 않아서 자세하게 잘 모르겠지만 메타버스의 이점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역시 경험에서 나오는 진실성이라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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