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입원일기 - 꽃이 좋아서 나는 미친년일까
꿀비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정신과 상담을 받은 이야기는 읽어봤지만 입원기는 처음이다.

떠도는 풍문과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이 전부이다 보니 체험기나 마찬가지인 책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꿀비라는 예명을 쓰는 저자가 동양화를 전공한 것은 다행이다.

동양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먹의 번짐이 확연한 그림일기가 무겁고 진중한 공간에서의 분위기를 여유롭고 친근하게 바꿔준다. 다리가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입원하는 것처럼 기분에 장애가 생겨서 정신과에 입원한 저자의 입원기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알차게 짜인 시간표는 텅 빈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쁜 생각, 슬픈 마음, 짜증나는 기분이 들어올 틈새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하루 세끼 원하는 메뉴를 3가지 선택할 수 있는 병원 밥은 의외로 너무 맛있고 서로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친구(?)들도 있다. 비록 입원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퇴원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약을 먹어도 꼭 간호사 선생님 앞에서 먹어야 하며 소지품 검사도 때때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과 제약이 있지만 규칙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특히 정신병동에서의 규칙은 형태만 다른 돌봄의 의미일 수도 있다.

잘 시간에 주치의나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 안을 배꼼 들여다보는 그림아래에 보호받는 느낌, 사랑받는 느낌이라고 쓴 걸 보면 저자도 그런 의미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입원생활이 생각보다 편안하다 한들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언젠가는 퇴원을 해야 한다. 애초에 잘 치료받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용기내서 입원한 것이 아닌가.

나는 입원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일까?”

입원 전 저자가 골몰하던 의문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도 괜찮아라는 말이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나는 괜찮다. 나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병동 안에서 저자는 괜찮지 않음을 자각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괜찮아 라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괜찮아 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퇴원을 해서도 여전히 기분은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삼겹살과 닭꼬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고 정신병동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별문제 아니라는 듯 받아주는 친구가 고맙고 엄마아빠가 계셔서 감사하고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다.

온전히 잘 지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걱정 한 가지쯤은 가지고 있고 계절을 타는 사람은 그 계절만 되면 무기력 증에 빠진다. 당장 오늘 아무렇지 않아도 내일 심각한 기분장애가 생길지도 모른다. 저자가 용기 있게 정신병동 입원기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숨기고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 아파서 치료를 하는 것뿐이다.

심각한 이야기를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그림과 글로 편견을 깨준 저자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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