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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가서 따라잡기가 버겁다. 중장년층에 들어서는 만큼 숙지해야 할 사회시스템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모두가 언젠가는 장애인이 된다는 어느 작가의 말도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지금도 ‘존엄사’가 어려운데 미래에는 과연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여전히 요원하다.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저자는 전작들과는 다른 방향의 소설을 쓴 듯하다.
‘이 책은 예언서다’라는 추천사처럼 미래지향적이며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아야 한다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평온하고 인격적인 죽음’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나’는 1월 1일부터 꾸준히 일기를 쓴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29살 ‘나’의 꿈은 배우이다. 시카모어라는 낙원 같은 섬에 입도해서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만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청년 60퍼센트와 슈퍼 리치 시니어 30퍼센트로 이루어진 섬은 현시대의 고급 실버타운이나 다름 아니다. 여전히 스펙과 돈은 중요하다.
‘나’는 섬에 들어갈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노인복지시설인 유카시엘에 임시직으로 들어간다. 유카시엘 안에서도 등급이 있다. A,B,C,D,F. 아래로 갈수록 시설은 열악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돈이 있어야만 안락하게 선택사 할 수 있다.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월급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떼어지니 젊은사람들은 그들을 향한 혐오와 증오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먼 미래도 아닌 지금 서서히 불거지는 사안이다. ‘나’ 역시 함께 사는 엘리야와 집회에 나가 젊은이가 미래라는 구호를 열정적으로 외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유카시엘에서 뭇노인들을 만나 상담을 하며 아무도 함부로 인생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카모어든 유카시엘이든 노후를 잘 보낸다는 의미가 일신상의 편안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시절 엄마보다 더 자신을 아껴주었던 사람을 유카시엘에서 만난 뒤 확신한다. 노년에 현재 있는 자리가 그 사람의 전 인생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저마다 각자의 철학과 삶의 무게에 따른 변화’ 일 뿐이라는 ‘나’의 깨달음은 최첨단의 미래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실된 관계가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미래와 과거는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젊음과 늙음을 떼놓고 말할 수 없듯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