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혁명 2030 - 구글, 이케아,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참여한 세계적 리테일 전문가가 말하는
더그 스티븐스 지음, 김영정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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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이라는 말이 더 이상 소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이나 사업, 또는 더 넓은 리테일 시장에서 일어나는 더 중대한 변화는 자신의 카테고리나 산업 내부만 들여다봐서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리테일 산업 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저자도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같은 경쟁업체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프라인은 사라지고 온라인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단순한 문제도 아니다. 책은 코로나 19팬데믹이 리테일 산업이 아닌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전제로 한다. 리테일 산업 자체가 교통체계와 출퇴근자의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그 전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매장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주위의 환경은 항상 바뀔 소지가 있다. 소비자의 변심, 재개발, 심지어 버스 정류장의 유무도 매출에 알게 모르게 변화를 준다. 버스전용차선이 생기자 지하상가의 폐점이 늘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그냥 변수가 아니라 거대하면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승부수를 던진다. 감염병의 특성상 비대면이 유효하지만 온라인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상품을 구매할 때 기본적인 조건을 중시한다. 조건의 바탕에는 저자가 10가지로 분류하는 리테일의 원형이 있다.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텔링, 가치관, 앞서가는 트렌드, 예술적 감각, 고객의 니즈와 선호를 예측하는 통찰, 최고수준의 서비스,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 정교하고 우수한 제품력, 최적의 장소, 최적의 구매방법.

저자는 10가지 중에서 확실한 한 가지를 정해 지배적인 비전이 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말한다. ‘최상의 포식자라 일컬어지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월마트도 그 모두를 취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리테일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 포식자들은 자본과 온라인,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승승장구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름을 의미하는 차별화를 앞세운 경험 즉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안전과 편리함을 앞서는 리테일 산업의 새로운 구조라는 결론이 나름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사람들간의 물리적 유대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작용이 유용한 시스템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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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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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도 1634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거듭 상기시켜야 했다. 고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주변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의 명탐정새미가 배 위에서의 괴이한 죽음에 대해 추리를 하면 현실감각이 느껴지고 그 외의 일련의 사건들과 상징들은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져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마녀 사냥꾼이니 악의 저주니 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증거와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무기인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가진 새미의 등장은 객관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떠도는 섬이나 마찬가지인 배위에서의 집단적 성향에 이성(理性)이 중요한 것과 같다.

신사 17인회가 경영하는 동인도 회사의 무역선 사르담호가 비타비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장면에서부터 새미는 이유도 모르고 얀 하안 총독의 명령에 따라 죄수의 신분이 되어 샤르담호에 승선하고, 친구 겸 조수인 아렌트도 그의 안전을 위해 따라 나선다. 배에는 총독의 아내와 딸, 정부와 그녀의 두 아이 등 가족과 총병들, 그 외의 승객들이 타는데 부두에 느닷없이 나타난 문둥병자는 그들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죄악과 파멸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힐 만한 단어가 아닌가.

아렌트는 새미를 위해, 총독의 아내 사라는 딸 리아와 남편의 정부지만 친구이기도 한 크리지를 위해 저주가 내려진 배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조를 펼친다.

함께 출항한 선단은 일곱 척인데 여덟 번째 불빛이 번쩍이면서 꼬리가 달린 눈, ‘올드 톰이라 불리는 악마의 상징이 곳곳에 나타나고 사람들은 악마의 속삭임을 듣는다.

그대는 무엇을 갈망하는가? 말해 봐, 그럼 내가 들어주겠어. 그러면 그대는 내게 무엇을 줄텐가?” 악마가 바라는 대가는 영혼, 곧 죽음인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공포는 삽시간에 퍼지고 살고 싶은 욕망도 필연적이라 반란은 내정되어 있는 수순이다.

어떤 곳이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권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샤르담호는 위와 아래, 앞쪽과 뒤쪽으로 영역이 나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귀족과 하층민의 객실이 구별되고, 돛대를 중심으로 앞쪽은 선원들, 뒤쪽은 승객들의 영역으로 또 나뉜다.

선장과 수석상인이 대립하고 일등항해사와 갑판장이 부딪히고 총병과 선원들이 서로 칼과 총을 겨눈다. 배 안에서는 자신이 머무는 곳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 같다.

사라와 리사, 크리지 역시 그 시대 여성들의 지위나 대우가 일관적인데 자유를 갈망하는 사라의 활약성은 눈부시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영리한 리사가 마녀라는 허울을 쓰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로써의 모성애가 어느 정도 힘을 보탰을지라도 그녀는 그 자체로 용감한 여성이다. 악마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심을 이용해 재물과 권력을 얻었지만 역으로 자신들도 실체가 없는 악에 쫓겨 파멸에 이르게 된 마지막은 새미의 이 한 마디로 귀결된다.

악마 같은 건 없어. 아렌트. 하지만 언제나 거래할 수 있는 욕망들이 있지.”

배 안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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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손글씨 - 나만의 글씨로 담는 나만의 시간 퇴근 후 시리즈 16
김희경(손끝캘리)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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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잡는 순간부터 예쁘게 글씨를 쓰라는 아버지의 닦달이 시작되었다.

네모 칸의 국어 공책에 자음과 모음을 균형 있게 써야 한다며 일일이 열십자를 점선으로 긋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으시니 글씨쓰기에 매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회사를 다니면서는 글자보다는 숫자를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 왜 이렇게 숫자를 못 쓰냐는 타박을 받고는 20대 초반에 숫자쓰기에 또 열을 올린 기억이 새롭다.

저자는 결혼한 아들, 딸들에게 귀한 문방사우를 선물하셨다는 외할아버지에게서 서예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칭찬을 받고 또 그 칭찬이 힘이 되어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공적인 서류에 이름 석 자를 썼을 뿐인데도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데 그럴 때면 아버지의 닦달과 그때의 노력이 헛된 일이 아님을 상기한다.

하지만 너무 바른 정자(正字)로만 쓰다 보니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고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글씨체가 있는데 글씨도 습관이라 쉽게 바뀌지가 않는다. 저자가 책을 쓴 의중도 그러하다. 일상적으로 쓰는 글쓰기는 좋은 취미가 될 수가 있는데 그냥 ‘쓰기’에 앞서 ‘어떻게’에 유의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글씨를 연출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이다. 그 의의에 과정과 의미는 중요하다.

저마다 자신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는 글씨체가 있는데 크게 곡선체와 직선체로 나뉜다. 기본적인 자신의 글씨체를 바탕으로 조금만 스타일을 달리 해도 전혀 다른 글씨가 된다.

곡선체는 세로획을 안쪽으로 휘어지게, 직선체는 각도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유형이 달라진다. 긴 문장은 다양한 배치법으로 구도를 잡는 게 관건인 것 같다. 높낮이를 달리하고 왼쪽과 오른쪽 등 정렬하는 방향만으로도 글씨의 가독성을 느끼게 한다.

단지 노트에 글씨를 쓴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엽서나 카드로 직접 만들어 선물하기 좋고 드라이플라워나 압화를 이용해 작품에 버금가는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손글씨의 매력이다. 근래 필사를 하면서 가속도가 붙어서 가볍게 느껴지던 글씨가 책에 있는 글씨를 따라 쓰다 보니 다시금 묵직하게 다가온다.

천천히, 한 획씩, 비율을 비슷하게. 이 세 가지 원칙이 새로운 글쓰기 습관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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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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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대선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첫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읽는 와중에 세계가 전운에 휩싸였다.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화 시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없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은 것보다 왜 후보자로 나왔을까 궁금해서 책을 선정했는데 읽을수록 선제공격을 한 나라의 대통령의 심리가 매우 일리 있게 느껴져서 저자의 통찰력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출생부터 전직, 성격, 행정, 외교적 쇼맨십까지 미디어에서 새삼 상세히 기술한 지면을 읽어보니 저자가 말하는 전형적인 독재 권력자의 요건에 거의 일치한다.

전 세계의 권력자들. 부패하고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이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저자의 첫 발은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지, 권력이 악한 사람을 만드는 것인 지에서 출발한다.

공정하고 원칙적인 사람인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보니 부패에 물들었다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었는데 애초에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 권력을 탐하고 부패할 수 있다며 권력이 악한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일지도 모른다는 이론은 새롭다.

경찰들의 권력남용이 대표적인 예다. 부패의 상징이자 온상이다. 외국에서 인종차별로 인한 시위가 난무하는 것도 경찰들의 원칙 없는 체포과정에서 발발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공공연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폭력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처음부터 경찰이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군인이 경찰지원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명백한 시스템의 오류다.

경찰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누가 경찰이 되는가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만연한 공무원의 부정부패도 항상 감시해야 하며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언론기관을 통해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도 말한다. 감시자위에 또 하나의 감시자가 층층이 에워싸서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함부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제하게끔 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만행을 알리는 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정교하다. 권력과 전쟁은 연쇄적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끊을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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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잠 - 에너지를 회복하여 찬란한 하루를 만드는 습관 에세이
해리엇 그리피 지음, 줄리아 머리 그림, 솝희 옮김 / 에디토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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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한 것일까. 하루를 24시간으로 정립한 뒤부터가 아닐까 나름 추측해 본적이 있다.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시간개념이 불면증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이다. 경험상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다. 생각이란 곧 걱정이며 걱정인형이라는 매개체가 생긴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드림캐처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로 일하며 건강에 관한 저서를 집필해온 작가이기도 한 저자도 불면의 수많은 이유 중에 한 가지로 걱정을 꼽는다.

잠들 수 없으면 누워서 걱정하는 대신 일어나서 뭐라도 해라. 당신을 붙잡는 것은 걱정이지 수면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침대위에 누워서 뒤척거리며 오늘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에, 왜 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더하고 있다. 잠을 자는데 80kcal를 쓸 만 하다.

책은 왜 잘 자야 하는지부터 잘 잘 수 있는 방법까지 말하고 있다.

오늘날 잠의 기능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아침 8시에 기상하려면 밤11시가 잠들기 좋은 시간이라는 데이터에 뇌를 쉬게 하고 꿈을 꾸게 하며 피부노화의 막중한 책임과 몸의 면역체계 형성까지 그 역할도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질 높은 수면에 집착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집착할수록 강박적으로 정신은 또렷해진다. 한 때 아침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열풍이 푼 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날 밤 잘 자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으니 그 또한 악순환의 반복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유전자의 차이라며 몇 가지 설문에 점수를 매겨 합산한 결과로 자신이 어떤 유형이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번 쯤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유전적이라고 해서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시계로 시간을 정하지만 몸은 빛을 이용하여 시간을 맞추는 이른바 생체리듬이 중요하다고 한다. 수면문제의 해결방법에 영양가 있는 식사와 규칙적이고 활동적인 일상을 보내는 일이 대부분인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기기의 과도한 노출은 불면증의 새로운 주원인임은 분명하다. 잠 일기를 쓰는 것도 해법인 것 같다. 잠들기 전 상황과 기분, 누운 시각, 잠들기 시작한 시각, 총 잠든 시각 등등을 2~3주 동안 써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잘 자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다. 깊은 잠을 방해하는 요건이 과거보다 더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알 수도 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면의 세계가 깊은 신뢰감을 주는 책읽기로 저자의 다음 책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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