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손글씨 - 나만의 글씨로 담는 나만의 시간 퇴근 후 시리즈 16
김희경(손끝캘리)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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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잡는 순간부터 예쁘게 글씨를 쓰라는 아버지의 닦달이 시작되었다.

네모 칸의 국어 공책에 자음과 모음을 균형 있게 써야 한다며 일일이 열십자를 점선으로 긋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으시니 글씨쓰기에 매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회사를 다니면서는 글자보다는 숫자를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 왜 이렇게 숫자를 못 쓰냐는 타박을 받고는 20대 초반에 숫자쓰기에 또 열을 올린 기억이 새롭다.

저자는 결혼한 아들, 딸들에게 귀한 문방사우를 선물하셨다는 외할아버지에게서 서예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칭찬을 받고 또 그 칭찬이 힘이 되어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공적인 서류에 이름 석 자를 썼을 뿐인데도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데 그럴 때면 아버지의 닦달과 그때의 노력이 헛된 일이 아님을 상기한다.

하지만 너무 바른 정자(正字)로만 쓰다 보니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고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글씨체가 있는데 글씨도 습관이라 쉽게 바뀌지가 않는다. 저자가 책을 쓴 의중도 그러하다. 일상적으로 쓰는 글쓰기는 좋은 취미가 될 수가 있는데 그냥 ‘쓰기’에 앞서 ‘어떻게’에 유의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글씨를 연출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이다. 그 의의에 과정과 의미는 중요하다.

저마다 자신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는 글씨체가 있는데 크게 곡선체와 직선체로 나뉜다. 기본적인 자신의 글씨체를 바탕으로 조금만 스타일을 달리 해도 전혀 다른 글씨가 된다.

곡선체는 세로획을 안쪽으로 휘어지게, 직선체는 각도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유형이 달라진다. 긴 문장은 다양한 배치법으로 구도를 잡는 게 관건인 것 같다. 높낮이를 달리하고 왼쪽과 오른쪽 등 정렬하는 방향만으로도 글씨의 가독성을 느끼게 한다.

단지 노트에 글씨를 쓴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엽서나 카드로 직접 만들어 선물하기 좋고 드라이플라워나 압화를 이용해 작품에 버금가는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손글씨의 매력이다. 근래 필사를 하면서 가속도가 붙어서 가볍게 느껴지던 글씨가 책에 있는 글씨를 따라 쓰다 보니 다시금 묵직하게 다가온다.

천천히, 한 획씩, 비율을 비슷하게. 이 세 가지 원칙이 새로운 글쓰기 습관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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