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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ㅣ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평점 :
요리보고 저리봐도 공룡과는 닮은 듯 아닌 듯한 생김새에 어디로 튈지 모를 엉뚱함까지 둘리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가끔 내가 초록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둘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10살 무렵부터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학년이 올라가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차원의 친구들과 사건사고만 일으키는 둘리의 정신없는 하루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외치는 주문은 또 어떤가.
“당신도 당신만의 주문을 만들어 봐요. 도우너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깐따삐야’라고 외치죠.”
실수투성이에 말썽만 부리는 듯한 둘리는 그러나 항상 당당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좋은 마음으로 행동한 일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연속은 때로 왜 시작했을까 싶은 한심함이 들게도 하지만 막무가내식 도전은 요졸복통 모험을 가져오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있는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에게 둘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행복의 의미를 전언한다. 머뭇거리지 않는 하루,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하지 않는 하루, 진심을 다한 하루, 나 자신을 잘 간직한 하루. 행복은 오늘 하루의 충실함에 있다고 말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을 가든 친구들과 함께라면 항상 즐겁고 무서울 것이 없는 둘리의 행보는 지금 이 자리를 넘어 무한한 우주로 이끈다.
고길동 아저씨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되는 친구들과의 시끌시끌한 일상은 과연 내일은 어떤 엉뚱한 일을 벌일지 기대하게 한다.
매일 똑같은 하루는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 어떤 기대도 없는 미래는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니 역시 재미가 없다.
원작자인 김수정 만화가가 둘리를 우주별나라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공룡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며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둘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정체성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보물을 찾아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것을, 우주야말로 세계의 보고임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만큼 말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해보는 것, 내가 지금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 모든 생각, 모든 행위, 모든 시도가 행복의 본모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