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반대말은 저별
신디리 지음 / 좋은땅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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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헷갈리는 성어가 있는데 생로병사희로애락이 그렇다.

당장 이 책만 하더라도 인문학 강사인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인생의 순리를 크게 생로병사로 나누어 썼다고 했는데 나는 지인에게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해서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확한 뜻은 다를지 몰라도 책을 다 읽은 개인적 감상은 그랬다.

나름 전자는 삶의 순차적인 궤적이고 후자는 그 궤적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집약체가 아닐까 하는 미세한 차이점을 내놓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게 느껴진 이유는 기실 단순하다. 저자의 인생을 태하는 태도와 타고난 기질, 수많은 경험이 나열된 글 곳곳에서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정의하며 사용하는 메일의 주소나 아이디에 지역 명을 넣을 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을 발산하는 서두(序頭)에서부터 가족과의 복잡다단한 유년시절을 거쳐 조선소 외국인 선주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장인에서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 강사가 되기까지의 저자의 행보는 숨 가쁘다. 지루하지 않다. 모험과 도전으로 이루어진 발걸음이다.

중국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부품공장 식당 조리실에서 일을 하며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경험을 쌓고, ‘분노는 하등 자신에게 이로울 것 없다는 자각에 남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없는 셈 쳤다는 이야기는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듯하다. 누구나 추구하는 행복의 근원을 이 지점에서 찾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나를 구성하는 몸, 마음, 영혼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 본질을 알면 행복하다.”

내려놓는 것어렵다. 어렵지만 못할 것도 없다. 지고 있으려니 내가 힘들다.

저자는 그 일이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놓음으로써 행복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인생 또한 그러하다.

책은 우리는 왜 태어나서 늙고 아프고 죽는 건지에 대한 고찰과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탐구와 마음공부(인문학)가 중요하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의 본질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은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연속이다. 특히 지금 100세 시대의 노년의 인생은 버겁기만 하다. 인생의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저자도 그렇게 때문에 더욱 마음수양에 힘쓰길 바란다.

우리의 영혼은 젊어지고 있다. 늙어가는 육체에 매몰되지 말고 젊어지는 영혼에 집중해야 한다.”

그 파란만장속에 생로병사의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와 이 별에서의 여행을 함께 하며 찾아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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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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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평하게 내는 것이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체납한 사람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그들도 언젠가는 완납하겠지만 애초에 체납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한편으로 내가 그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는 체납자를 보면 어떤 양가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다. 과연 꼬박꼬박 내는 세금만큼 정당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 더 나아가 사회에 이로운 곳에 쓰이고 있는지 한 번쯤은 고심해보게 되는 것이다.

인두세 내기를 거부하다 감옥에 들어간 저자는 부정하고 무능하다고 느낀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조세를 내지 않았다. 1800년대라는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용감하기 그지없다.

교회의 성직자를 지원해줄 헌금을 내라는 말에 그 교회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성명서까지 작성한 일화는 저자의 결기를 보여준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아무 대책 없는 정부를 신랄하게 규탄한다.

국민을 대표할 뿐 아무 권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정부의 무소불위에 투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소수가 다수에 대응하는 방법을 온전한 한 표라고 말하는 저자의 단호함은 오늘날의 민주적인 투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저 종잇조각을 던지는 느낌으로 투표하지 말고 당신의 영향력 전체를 표에 쏟아라.”

무엇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노예를 사거나 무기를 사는 나쁜 일에 쓰일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지금도 마찬가지임에 할 말이 없다.

저자처럼 불의를 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원하는 완벽한 정부는 처음부터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逆說)하는 듯하다.

사회구성원으로써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도 복종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단 정부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선거 때에만 말고 모든 국민 개개인을 항시 이웃처럼 대하는 정부를 우리는 여전히 원하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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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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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 것처럼 나 역시 아파트광장을 산책할 때 본의 아니게 그들의 이야기, 아니 고성(?)을 듣는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뭐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지 목청껏 소리를 질러댄다.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아무 뜻도 없이 내지르는 소리일 때도 많아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아이를 상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창문을 열고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는 초등학생을 본 뒤로는 그들만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방식이 아닐까 이해하는 중이다.

13년 동안 방송 작가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저자의 의도도 그러하다. 책은 나처럼 어린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을 위한 통역서나 다름 아니다.

그만큼 어른과 어린이의 간격은 크다.

저자는 그 차이를 솔직함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한대로 떠오르는 대로, 직설적이고 감성적인 말들에 거짓은 없다. 하고 싶은 말들만 있을 뿐이다.

억울하다고 떼를 부릴 때도 있지만 온전히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태권도인이 되려면 예쁜 발을 포기해야 한대.”

엄마인 저자가 굳은살이 보이는 아이의 발을 가만히 바라볼 때 아이의 말은 의젓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내어줘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 같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토로하듯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이나 규범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어린이기 때문이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지키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지키고 이해하는 척 하고 있는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의 어른도 어린시절이 있었건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아니,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솔직함과 순수한 받아들임이 치열한 문명사회에서는 통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저자는 어린이의 말을 조금 더 깊고 넓게 들음으로써 각자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서두에 쓴 이 한 줄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전부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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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해도 될까요? - 경계에 선 소년법 십대톡톡 1
김성호 지음, 고고핑크 그림, 허승 감수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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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상상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다.

자의든 타의든 사고도 많고 무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왜 점점 법과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중세로 돌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소년범죄는 의무교육까지 확립이 되었는데 가중되고만 있다.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독인 걸까.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국내외의 정보나 법체계를 쉽게 습득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저자는 학창 시절 이해가 느린 학생을 위해 찬찬히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만큼 소년법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썼다. 소년법과 연계한 법률상식도 유익함을 더한다.

오늘날 소년범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쟁점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면서 그에 따른 청소년인권 문제가 같이 제기되고 있는 형세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형법을 모델로 한 소년법은 당시 13세에 학교를 졸업하고 14세에 사회인이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시대도 바뀌고 청소년들의 몸과 정신이 조숙해진 상황에서 법이 제자리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난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무리 조숙하기로서니 소년 보호 재판에서 1번에서 10번까지있는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경중의 여하를 떠나 감당하기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제약을 받으니 구금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과 같지만 소년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재범률이 높아지니 사람들은 연령을 낮추거나 엄벌을 원한다.

저자는 유럽이나 일본, 중국등 여러 나라의 개정된 소년법을 사례로 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의 궁궁적인 목적은 보호라고 말한다.

아무리 연령을 낮추어봤자 고작 한두 살이며 엄벌주의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와 진심어린 반성, 용서의 시간을 줌으로써 회복적 정의를 실현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검사와 방청객이 없는 소년 법정 비밀 재판의 목적이 아직 미성년인 가해자의 미래를 위한 보호에 있다면 상처를 받은 피해자의 미래 또한 살펴봐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년범죄의 양상은 사실 그 당사자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먼저 상기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서 말한 것처럼 환경은 우리 모두가 형성해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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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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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보고 저리봐도 공룡과는 닮은 듯 아닌 듯한 생김새에 어디로 튈지 모를 엉뚱함까지 둘리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가끔 내가 초록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둘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10살 무렵부터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학년이 올라가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차원의 친구들과 사건사고만 일으키는 둘리의 정신없는 하루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외치는 주문은 또 어떤가.

당신도 당신만의 주문을 만들어 봐요. 도우너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깐따삐야라고 외치죠.”

실수투성이에 말썽만 부리는 듯한 둘리는 그러나 항상 당당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좋은 마음으로 행동한 일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연속은 때로 왜 시작했을까 싶은 한심함이 들게도 하지만 막무가내식 도전은 요졸복통 모험을 가져오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있는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에게 둘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행복의 의미를 전언한다. 머뭇거리지 않는 하루,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하지 않는 하루, 진심을 다한 하루, 나 자신을 잘 간직한 하루. 행복은 오늘 하루의 충실함에 있다고 말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을 가든 친구들과 함께라면 항상 즐겁고 무서울 것이 없는 둘리의 행보는 지금 이 자리를 넘어 무한한 우주로 이끈다.

고길동 아저씨의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되는 친구들과의 시끌시끌한 일상은 과연 내일은 어떤 엉뚱한 일을 벌일지 기대하게 한다.

매일 똑같은 하루는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 어떤 기대도 없는 미래는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니 역시 재미가 없다.

원작자인 김수정 만화가가 둘리를 우주별나라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공룡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며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둘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정체성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보물을 찾아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것을, 우주야말로 세계의 보고임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만큼 말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해보는 것, 내가 지금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 모든 생각, 모든 행위, 모든 시도가 행복의 본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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