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평점 :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평하게 내는 것이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체납한 사람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그들도 언젠가는 완납하겠지만 애초에 체납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한편으로 내가 ‘왜’ 그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는 체납자를 보면 어떤 양가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다. 과연 꼬박꼬박 내는 세금만큼 정당한 혜택을 받고 있는지, 더 나아가 사회에 이로운 곳에 쓰이고 있는지 한 번쯤은 고심해보게 되는 것이다.
인두세 내기를 거부하다 감옥에 들어간 저자는 부정하고 무능하다고 느낀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조세를 내지 않았다. 1800년대라는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용감하기 그지없다.
교회의 성직자를 지원해줄 헌금을 내라는 말에 그 교회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성명서까지 작성한 일화는 저자의 결기를 보여준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아무 대책 없는 정부를 신랄하게 규탄한다.
국민을 대표할 뿐 아무 권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정부의 무소불위에 투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소수가 다수에 대응하는 방법을 온전한 한 표라고 말하는 저자의 단호함은 오늘날의 민주적인 투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저 종잇조각을 던지는 느낌으로 투표하지 말고 당신의 영향력 전체를 표에 쏟아라.”
무엇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노예를 사거나 무기를 사는 나쁜 일에 쓰일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지금도 마찬가지임에 할 말이 없다.
저자처럼 불의를 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원하는 완벽한 정부는 처음부터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逆說)하는 듯하다.
사회구성원으로써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도 복종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단 정부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선거 때에만 말고 모든 국민 개개인을 항시 이웃처럼 대하는 정부를 우리는 여전히 원하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