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선생님의 인터넷 서재에서 보고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해 빌려본 책이다. 의사라면 좀 거만하고 의기양양한 사람을 곧잘 떠올리고는 했는데 글 전체에 겸손함과 순박함이 두루 묻어 있어서 불편함 없이 글을 읽었던 것 같다.

 병이라는 것이 누구하나 사연이 없겠나 싶지만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특히나 더 구구절절 하다.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린 생명의 죽음 등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고 싶은 이야기 들이다. 하지만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안심되는 것이 있다면 그 사람들 곁에서 애쓰는 이런 의사 분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가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한 환자의 죽음을 보고 자신으로 인해 살아난 환자를 카운트 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말에서 왠지 지은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흔히 뉴스거리로 들을 수 있는 노인문제.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어디에도 없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땅뙈기 한 뼘에 생활보호대상자에 들지 못한다는 말이나, 병수발들 여건이 되지 않거나 부양하고 싶어도 부양하거나 장기입원 시킬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식들이 있다는 말들, 그리고 치매노인의 잔혹한 사례는 그 문제를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이 땅에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 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한 그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순탄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 누구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빠른 시일 내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는 할머니께서 큰할머니께서 1종 의료보험 혜택자인데 의사들과 간호사들 눈치 때문에 병원에 못 간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분들이 돈을 안 받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했을까 싶지만 새로 지은 종합병원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자아내는 거만함 자체가 끼친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해 시골병원에서 있었던 '훌러덩' 할머니들의 에피소드는 함박웃음을 짓기에 모자람이 없는 특유의 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난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지 의사가 환자를 '고객'으로 보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소신과 제도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은이의 모습에서 나는 의사 이전에 그의 마음이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아름답게 교유하게 되는 심리적 기제를 프랑스어로 '라뽀'라고 한단다. 비록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환자를 한 번 쯤은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아진다면 이 사회도 조금은 밝하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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