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의 연쇄살인범을 잡다.

죽도 사무라이 2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인 <죽도 사무라이> 2권에서는 1권에서 세노를 나가야의 주민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으로 의심했던 츠네고로가 의심을 풀고 진범을 잡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1권에서 깔아놓은 복선과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헛으로 쓰이지 않았던 것이다. 새해는 밝고 쿠니후사는 새해부터 세노 앞에 나타나 자신을 거둬달라며 다시 간청한다. 하지만 세노는 칸키치나 서당의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노후를 상상하고는 에도에 와서 검술 말고도 다른 것을 찾아 내었다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고 말한다. 시나노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자신 단 3명만이 지내왔는데, 에도로 와서 이렇게나 많은 친구들이 생긴 세노를 보며 어쩐지 읽고 있던 내가 다 뿌듯하고 기뻤다. 이렇게 평안한 나날들이 계속 되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세노의 주변은 그렇지 않다. 연쇄살인범을 미코시와 츠네고로 그리고 요자에몬의 도움으로 퇴치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처럼 덩치가 크고 코가 빨간 녀석이 또 나타나 세노의 목을 노린다. 그의 이름은 키쿠치 신노스케. 직업은 청부 살인 업자로 '밥'이라는 쥐를 말동무로 데리고 다니는데 이 쥐를 끔찍히도 아낀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왜 하필이면 쥐일까. 이상하게도 쥐를 얼굴에 대고 부비는 키쿠치의 모습에서는 살인귀의 사악함은 엿 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잠든 살인귀를 누를 생각도, 그게 잘못 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피와 잔인함으로 물든 사내인데 말이다. 세노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감추고 싶어하는 내면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칼을 들었을 때를 빼고는 고요하고 평온한 이 세노의 얼굴도 언젠가는 내면의 무언가에 사로잡혀 일그러지기도 하겠지. 그럼 언제나 여우의 얼굴을 하고 돌아다닐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긴 하지만 그러면 좀 곤란하다. 세노가 경단을 오물거리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세노를 죽여달라고 요구한 사람은 나라의 정사에 관여하는 꽤나 높으신 분 정도로 2권에서는 살짝 보여준다. 세노는 왜 목숨의 위협을 받는지, 키쿠치 배후 세력은 누구인지 아마 차차 밝혀지리라. 정말 눈을 뗼 수 없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느긋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펼쳐져서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에도 시대나 사무라이 같은 소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으시길 바라며. 3권에서 기다리오.. 기다리오..

죽도를 차고 다니는 에도 시대 사무라이, 세노 소이치로

죽도 사무라이 1
마츠모토 타이요 글.그림,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인 <죽도 사무라이>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손 끝에서 운치있게 꿈틀거리는 에도시대의 한 사무라이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시나노에서 에도의 한 나가야로 흘러온 낭인 세노 소이치로는 여우상에 어딘가 속세를 초월한 분위기를 지닌 사내다. 장에 내다파는 문어를 일각(2시간)이나 들여나보고 있고 고양이처럼 땅을 기어다니며 고양이의 몸놀림은 사람과 달리 아름답다고 말한다. 경단과 같이 단 것을 좋아하는 그는 자주 경단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볼 한 가득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 귀엽다. 세노가 처음 나가야에 와서 마주친 칸키치라는 아이는 세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며 방에 구멍을 뚫어 관찰한다. 요괴가 씌인 것 같다며 경계하면서도 미행하는 칸키치는 세노가 꽃 병을 베는 칼솜씨에 놀란다. 나가야마 검술 도장에서 걸어온 결투를 하러 간 세노를 미행한 칸키치는 세노가 여우 요괴가 씌인 것처럼 변해 사람들을 무찌르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가 차고 있던 칼은 진검이 아닌 대나무로 만든 칼이었고 본 책의 제목이 <죽도 사무라이>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대나무로 만든 칼은 '다케미츠'라 하는데,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칼을 판 사무라이들이 모양만 내기 위해 차고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세노는 '쿠니후사'라는 여귀신이 붙은 칼을 가지고 있었으나 팔아버렸고 세노가 마음에 든 이 쿠니후사라는 칼은 계속 세노 앞에 나타나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라며 자신을 다시 거둬달라며 애원한다. 어쩐지 참 귀여운 칼이다. 이후 칸키치는 세노를 계속 미행하고 같이 경단을 먹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역시 사람이란 같이 뭔가를 먹으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세노는 칸키치와 활터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카츠라는 활터 주인과 인연을 엮게 된다. 세노와 같은 시나노 출신인 오카츠는 시나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데, 활을 쏘며 세노가 보여주는 시나노의 겨울에 오카츠는 반한 듯 하다. 이렇게 종종 세노가 말하는 것들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르게 눈앞에 펼쳐지곤 하는데, 이게 엄청나게 운치있고 또 멋져서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고 만다. 뒤이어 세노는 일심관의 이소자키 요헤이타와 검술 시합으로 이소자키를 처참히 눌러 에도까지 떠나게 만든 사건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검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엿볼 수 있었고 칸키치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하타모토 삼남의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세노는 하시키초에 있는 뒷골목 나가야의 주민들이 계속 살해되어 연쇄살인범으로 오캇피키인 츠네고로로부터 의심을 받는다. 칸키치가 더 이상 자신을 미행하지 않자 이번에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것은 츠네고로로, 늘 쫓기고 미행당하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데도 세노 소이치로의 일상은 이상하게도 여유롭다. 나가야의 주인인 사하이 요자에몬은 세노가 의심받는 것이 썩 좋지 않아, 자신의 친구인 호겐에게 서당 선생님으로 추천을 한다. 놀고 먹는 세노가 열심히 일 하는 모습을 보면 츠네고로도, 다른 사람들도 편견을 가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일터였다. 연쇄살인범은 아직 붙잡히지 않은 채 1권의 내용이 끝났고 뒤에는 외전으로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그의 창받이 종자인 겐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상한 옷을 입고 목소리가 큰 미코시 다이자부로의 창잡이 실력도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 이 둘의 관계도 단순한 주종관계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처음 읽을 땐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보니 뭔가 이 둘 사이가 미묘해서 놀랐다.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미코시의 대사만으로도 대부분 눈치 채지 않을까. <죽도 사무라이>에서 재미있는 점은 고양이나 개, 말도 말을 하는데, 이것이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세상사 인간상을 동물들의 이야기나 행동을 통해서 알게 된다고 할까. 무엇보다 대사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쿡쿡 웃곤 한다. 에도 시대의 고양이나 개들은 정말이지 사람못지 않게 운치가 있었던 것이다. 연쇄 살인범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세노는 츠네고로로부터 범인으로 오해를 사고 있다.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그럼 2권에서 또 기다리오.. 기다리오.. 

고교 야구부를 경영하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ㅣ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이와사키 나쓰미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도호고라 불리는 고등학교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은 뒤, 경영학에서나 나올 법만 '매니지먼트'를 야구부에 적용시켜 일본 고교 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고시엔 대회까지 출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일본에서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어떤 이미지인지 알고 있는게 중요한 듯하다. 작가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고교야구에서 여자 매니저의 역할은 스코어를 기록하거나 뒷정리를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이미지다. 이는 감독을 의미하는 서양의 매니저와는 판이하게 다르며, 야구부에 있어서 그 비중도 영향력도 적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가진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통해 야구부에 적용시키고 나아가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를 한다. 화자는 '매니저'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주인공을 여자 매니저로 했는듯하다. 그 결과 나 역시 진정한 매니저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피터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의 구절구절들을 직접 가져와 야구부에 맞게 해석하여 적용해 나가는 과정을 시원하고 군살 없는 문체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틱한 부분과 소설 특유의 장치도 엿보이나 예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체로 이야기의 중심이 피터 드러커의 책을 야구부에 적용 시키고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어, 소설다운 부분을 많이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경영학인 '매니지먼트'를 야구부에 적용시켜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사고 변환과 새로운 시각은 읽는 내내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재미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이런 구절을 읽고 야구부에 이렇게 적용 할 수 있을까. 물론 적용한 결과는 이상에 가까우리만큼 잘 풀려서 회의에 잠길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저 또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했다. 조직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움직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하고, 조직의 일원은 어떠해야하며, 매니저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 책은 비단 고교 야구부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의 책이 경영과 관련 있는 만큼 경영에는 적용 할 수 있겠지만 누가 야구에 적용하려 했겠는가. 이는 야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에 있어서 훌륭하게 적용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이상을 보여 준 것이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매니지먼트>라는 경영책을 소설로 쉽게 풀어내어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재미있게 들려줄 뿐만이 아니라 <매니지먼트>라는 책에 대해 다가가기 쉽게 한가지 길을 보여준 듯하다. 작가 후기에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그 덕에 어떤 책인지 더 궁금해졌다. 본 책에서 조직을 선택함에 있어서 야구가 등장한 건 일본에 있어서 야구는 국민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국민적인 스포츠라하면 역시 축구라고 생각하는데, 이 매니지먼트를 축구에 적용하면 어떨까. 축구에 적용된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피터 드러커의 <매지니먼트>가 잘 안 읽혔던 독자분들이라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라고, 경영학과 결합된 야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한다. 

P교수의 엽기적인 발명품을 소개합니다!

P교수의 엽기 연구실
오카다 준 지음, 이혜진 옮김 / 거북이북스 / 2011년 4월

 오카다 준의 <P교수의 엽기 연구실>은 한 바닥이나 두 바닥에 걸쳐서 P교수의 엽기적인 연구 사례들을 보여준다. 대게 주인공은 P교수와 그의 조수로 간간히 그의 아내와 아들도 출연한다. 엽기 실험은 작아지는 약과 커지는 약을 준비했는데, 작아지는 약을 먹고 작아져서 커지는 약을 먹으려하니 약이 너무 커서 먹을 수가 없고 음식에서 인간에게 해가 되는 것들만 빨아들이는 청소기는 조수의 실수로 P교수를 빨아들이고 유리판을 긁어서 소리를 내는 이상한 장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미래에서 온 P교수와 조수는 각각 자신을 만난 뒤, 앞으로 50년이나 더 살 수 있다고 하는 P교수와 50년이 지나도 조수라며 한탄하는 현재 조수의 모습 등이 코믹하게 그려져있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심심하거나 우울할때 언제든지 펼쳐서 아무페이지나 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웃기도 하고 가끔은 이해는 잘 안 되는데 웃기도 한다. 원고 마감 때문에 현실 도피를 하는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는 한편, 아내와의 이야기는 아무리봐도 너무나 현실감을 띄고 있어서, 이거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의심이 되기도 한다. 아내와 P교수의 엽기 실험은 특히나 재미있는데, 한 예로는 '사람에게 상냥하게' 대할 기분이 들게 하는 약편이다. 아내와 다툰(다퉜다기 보단 일방적으로 혼이 났다는 것이 옳은데, 이를 얻어 맞은 것처럼 표현해놓았다. 실제로 때렸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상상 할 수 밖에.) P교수는 사람에게 상냥하게 대할 기분이 들게 하는 약을 만들지만 또 다시 아내에 혼이 난다. 그래서 다시 만드는 P교수를 보고 묻는 조수의 말에 나를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약을 만들고 있다고 P교수는 대답한다. 푸하하. 이 외에도 서로가 원하는 부부상을 로봇으로 만든 이야기도 있고, 아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난감해 하는 P교수의 모습 등도 있다. 도라에몽의 도구같은 발명품들이 엽기적으로 변하는 건 역시 '사용자'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용자 덕에 잔뜩 웃었다. <P교수의 엽기 연구실>도 기대해본다.

[100자평] 속 항설백물어

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출간 소식 기다렸건만 가격에 놀랐다. 그래도 별 수 없다. 출간만으로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