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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드롭스 8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아, 정말이지 이번권은 압권이다! 사실 7권부터 설마, 하면서 나도 의심해왔는데, 정말 린이 다이키치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번 8권에서 그 마음을 확실히 하게 되었다. 린에게 감정이입에서 푹 빠져서 읽었더니, 어느 새 나도 다이키치!, 를 외치고 있었다. 아니, 린에게 감정이입 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다이키치를 왜치고 있었을지도. 왜냐면 코우키랑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린을 보면서, '차라리 다이키치랑 잘 되면 안 되나'라는 말을 중얼거렸던 것이다.
여하튼 이번 8권에서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카가 린의 친 엄마인 만화과 요시이 마사코를 만나러 간 7권의 끝부분에 이어서 계속 되는데, 솔직히 나는 이 마사코라는 사람의 심정을 도저히 모르겠다. 그야말로 밉상이랄까. 자기가 책임질 수 없다면, 그렇게 아이를 제외한 자기 일이 중요하다면, 왜 린을 낳은 건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행히도 다이키치랑 린이 살게 되면서, 린이 바르고 이쁘게 커서 괜찮지만, 이건 너무 결과론적이잖아. 게다가 자기가 버린 딸 앞에서 다른 딸 아이를 안는 장면을 보여주는 건, 아니 그전에 배가 불러왔는데도 만나는 건, 너무 아니잖아, 라고 나 역시 다이키치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는 린을 보며, 마사코는 린에게 정말 아무런 영향도 지니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데도, 꽤 슬픈 이야기. 그렇지만 마사코씨가 불쌍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사실 자기 일을 하고 싶어하는 마사코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신중했어야하는게 아닐까. 아이의 일이 자기 일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엄마로써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을 본 린은 마사코가 자신의 엄마임을 실감하고 마사코는 눈물을 흘린다. 과거에 자신에게도 똑같은 노래를 불러주었던 마사코, 아니 엄마. 어쩐지 코끝이 찡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린이 엄마를 만나서 더 좋았던 점은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강하고 깊게 와 닿은 것은 처.음.으.로. 만.난. 엄.마. 보다 지금까지 쭉 키워준 다이키치의 존재였다.(p17-18)"라는 부분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건 나뿐일까. 정말 마음 속 깊이 린에게 와닿는 사람은 혈육인 엄마보다도 옆에서 쭉 자신을 지켜준 다이키치였던 것이다.
한편, 우리 미인 어머니인 코우키의 어머님이 재혼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 코우키는 '여자인 엄마'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며 집을 뛰쳐나오고 고민에 빠진다. 더불어 재혼 소식에 다이키치까지 풀이 죽는데 이 모습이 린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이키치와 자신의 촌수를 계산해보며, 자신과 다이키치가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야 이모와 조카 사이니까. 하지만 다이키치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다이키치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다. 침대 위에 엎드린 린의 뒷모습을 보니 린의 복잡한 감정과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리고 자신이외의 사람이 다이키치의 노후(노후라는 표현 정말 싫다ㅠㅠ)를 돌봐 줄 생각을 하니 싫을 것 같고, 다이키치랑 함께 있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느꼈던 과거 일을 떠올리면서, 코우키의 엄마한테도 질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딸 같은 입장에서 다이키치를 생각해왔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교 남자애들을 봐도, 다른 애들이 멋있다는 애들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건 다이키치 때문인지, 연애에 흥미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린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로서 자신을 아껴주는 다이키치를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과는 모순된 생각에 린은 싫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매일 다이키치의 식사를 차려서 같이 먹고 빨래도 하고. 내가 이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만큼 즐거운 생활도 없겠지. 바.라.면. 전부 없어질 테지만..."(p76-77) 바라면 전부 없어진다니. 하아. 정말 절망스럽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린은 쳐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마련한 자리를 통해, 보육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되도록이면 다이키치 가까이에서 다이키치의 노후를 돌봐주고 싶다는 말을 코우키에게 하면서. (여기서 또 노후..!)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살짝 부끄러운 듯 예쁘게 웃는 린의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건 코우키뿐만이 아니겠지. 아, 다이키치가 이걸 언제쯤 눈치채련가! 아니, 눈치채도 곤란한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 린은 코우키를 만나러 온 아카리 선배에게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얼떨결에 단언하게 되고 코우키는 누구냐며 묻는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둘러댄 거라며 말을 바꾸지만 같은 반의 야스하라가 같이 영화를 보러갔다가 그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또 다시 말하게 된다. 이것을 우연히 듣게 된 코우키는 정말 누구냐며 또 다시 묻고, 여러가지 질문을 하며 추궁한다. 결혼 안 한 어른이냐며 추궁하는 순간 등장한 다이키치를 보고 린이 고개를 숙이며 얼굴이 빨개지자, 코우키는 눈치챈다. '잘 되기 힘들 것 같다.', '어른', '결혼 안 했다.',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일하고 싶어.'라는 지금까지의 린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설마,를 외치며 집으로 향하는데...... 미안, 코우키. 네가 린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이미 린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단다. 그러게, 널 향한 린의 마음이 식기 전에 잡았어야지!,랄까. 코우키는 솔직히 너무 애같다. 물론 귀엽지만, 이미 린은 다이키치의 매력에 퐁당.
9권을 어찌기다린다.... 얼른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