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1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1966년 여름. 큐슈의 한 학교로 전학 온 예쁘장한 도련님(안경벗으면 '이쁘다'소리까지 나오는 미소년이다.) 니시마 카오루는 같은 반 문제아인 카와부치 센타로와 그리고 같은 반 학급 위원인 무카에 리츠코와 친해진다. 리츠코의 아버님이 운영하는 레코드 가게의 숨겨진 방에서 카와부치가 드럼 치는 것을 듣고 온 몸이 흥겨울 정도로 반한 카오루는, 자기가 클래식 피아노 밖에 못 친다고 무시한 카와부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리츠코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재즈 피아노 연습을 틈틈이 한다. 틈틈이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숙모네 얹혀 살고 있기 때문. 바다를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카오루의 모습과 밉상스런 숙모나 그 딸의 모습에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가정사를 잊게 만들만큼 카와부치와 리츠코와 보내는 날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합주. 엉만진창에 마음대로 쳤지만 연주하면서 카오루는 이렇게 느낀다.

"아무렇게나 맞춘 화음. 아무렇게나 치는 멜로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한 음 한 음이 그대로 몸에 와 닿는게 즐겁다. 처음이야 이런 감각은-"(p137)

이마에 반창고 하나 떡하니 붙이고 즐겁게 웃으며 피아노 치는 카오루의 모습을 보니, 내가 다 즐거워짐과 함께 어쩐지 마음이 찡해지는 것이 감동이 일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그 때마다 피아노가 카오루에게 얼마나 많음 힘이 되어 주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과 합주하면서 그 즐거움이 배가 되다니. 이 부분에서 감동하지 않을이가 누가 있을까. 게다가 재즈를 연주하는 그 즐거움은 활자로도 느껴져서 재즈란 과연 어떤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책과 함께 음악 씨디도 들어 있어서 같이 들어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카오루는 리츠코와 도서관 데이트를 위해 나서지만 리츠코와 같이 온 카와부치와 함께 셋이서 도서관이 아닌 바다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배를 타며 놀다가 이상한 곳에 배를 정착시키게 되고 거기서 카와부치는 불량배로부터 위협을 받던 미모의 한 여인을 구하게 되는데, 카와부치의 표정을 보니 이미 반한 듯 하다. 하지만 리츠코는 카와부치를 좋아하는 듯 하고, 카오루는 리츠로를 좋아하는데...

재즈와 함께 엇갈리는 청춘의 마음을 여름 특유의 향기가 짙게 감각적으로 표현한 언덕길의 아폴론 1권. 도대체 마지막에 등장한 그 미모의 여인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서 2권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표제인 <언덕길의 아폴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여러번의 전학으로 싫었던 학교가 언덕에 위치해서 더 싫어진 카오루. 그가 카와부치와 리츠코 그리고 '재즈'를 만나면서 좋아지려는 걸까. 학교 자체가 좋아지기 보다는 삶 자체가 즐거워질 것 같아서 기대된다.

이전에 읽은 <모베러 블루스>도 그렇고, 재즈는 그렇게나 매력적인 걸까. 사실 재즈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데 막상 책에서 나오는 것보다 즐겁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있어서 쉽사리 찾아 듣기도 꺼려진다. (찾아듣는게 전혀 귀찮지 않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다만서도.) 하지만 확실한 건, 재즈도 책에 옮겨놓은 재즈도 분명 즐겁고 재밌다는 것. 열정으로 넘친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슴 설레게 한다. 청춘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는데, 거기다가 재즈라니! 하지만 청춘은 단순히 어린 나이대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청춘이란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무언가를, '재즈'를 열정을 가지고 하는 그 모습 자체가 '청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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