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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3 ㅣ 어쿠스틱 라이프 3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덧 어쿠스틱라이프가 3권이 나왔다. 이제는 볼 사람은 꼭 챙겨볼 수 밖에 없는 이 놈의 생활 만화의 중독성. 읽지 않는 자, 절대로 이 중독성에 대해서 알 수 없으리다.
여하튼 이번에도 무릎을 땋땋 치게 만들고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이 뽱뽱 했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또는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들을 몇 가지 추려보겠다. (사실 다 재밌어서 말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하잖아!!)
일단 2화인 '스트레스'. 난다의 갖은 참견이랄까, 애정어린 관심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핳.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여기서 공감을 하다니.... 역시 혼자사는 게 진리다.
3화인 '싸움'을 보고는 역시 아무리 사이좋은(?) 커플이라도 싸움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 같은 경우 난다님처럼 상대방이 화났다는 것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신경함'을 탑재하고 있어서(상대방이 삐지거나 화내도 달래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고 만다.) 곤란하다. 뭐, 한군처럼 귀엽고 애교스럽게 먼저 다가와준다면 누군들 화풀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게다가 그, 그, 닭살스러운 대사란.. "나는...나는..다른 사람때문에 너한테 화 안 내! 왜냐면 넌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여자니까!!" (이건 무려 실제 대사다. 헙). 게다가 자존심 버리고 버스에 탄 난다님들 쫓아오는 한군의 애정! 아아. 이런 남자라면 결혼하고 싶을지도.
8화인 '그말만은'은 진짜 대박이다. 여기서 그 말이란 역시 '아줌마'라는 단어. 하아. 결혼하면 어째서 다 아줌마가 되어버리는 걸까. 진짜 슬픈 현실. 특히 제일 빵 터졌지만 슬펐던 부분은 아줌마의 사전적 의미였다. "아줌마란 결혼한 여성을 허물없이 호칭, 지칭 하는 말. 이 말에는 염치는 물론 예의도 별로 없고, 촌스럽고 교양도 없다는 부정적 의미가..." 하지만 그럼에도 '아줌마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난다님이 모습에 웃음. 아줌마라고 다 '그런 건' 아니잖는가. 아줌마는 아줌마 나름의 어드벤테지가 있다고?! 특히 아줌마들과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찾는 난다님을 보면서 아줌마가 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엿보았다. (아. 교훈도 있는 어쿠스틱 라이프.)
10화인 '100미터 인생'은 공감해버렸다. 완전히 공감. 정말 씻고 화장하고 옷까지 다 입고 나가기 싫은 그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하아. 그러니까 나도 집안 인생. 잉여 인생. 100미터 인생이다. (푸핫)
그리고 마지막 16화 우리동네 패셔니스타! 대충입고 나가는 난다를 보고 한군이 한마디하자 자신의 패션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하는 난다님의 모습에 격하게 공감했다. (진짜 진지하게 끄덕이면서) "이 안 씻은 몰골과 이틀입은 티셔츠에, 스키니진과 구두를 매치하면 어떻게 돼. 바지와 구두 때문에 갖춰 입은것처럼 보여서 티셔츠와 머리가 거슬리게 된단 말이다! 허접함의 균형을 잃게 된다!" 끄덕끄덕. 진짜 끄덕임. 일하러 갈 때 운동화 신고 그에 맞춰 후리하게 입었더니, 잠옷 입고 왔냐는 동료의 드립에 상처. 그치만 난 나 나름대로 허접함의 균형을 맞춘거였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하.
그 외에도 너무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마음 같아선 전부 다 하나 하나 세심하게 다루고 싶지만) 꿈에서 돌을 낳았는데 거기서 손오공이 나오는 등의 기묘한 꿈 에피소드부터 자신이 병풍 인생임을 논하는 난다님의 에피소드, 왕 중에서도 제일 왕은 역시 병자왕인 에피소드까지. 자신들의 집을 데이트 장소로 삼는 커플들을 추격하는 에피소드도 참 재밌었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남에 집에서 뭐하는 건지. 말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가 공원이냐고! 광고보고 트집잡는 한군 에피소드도 참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그 트집잡는 버릇을 닮아가는 난다님. 부부는 닮는다더니. :D
게다가 이번엔 초판한정으로 특별부록에 포도알 스티커와 그것을 붙이는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스티커판이 들어있었다. 히히. 이걸 발견하고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가, 나는 엄마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 싱글싱글 웃으며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내가 집(본가)에 내려오는게 좋지? 그치?" "당연하지." "그럼 집에 내려올 때마다 스티커 붙여주면 안 돼?" 당황한 엄마. "네가 초딩이냐." 나는 굴하지 않고 포도알 스티커와 종이를 살며시 펼치며 씨익 웃었다. "이거 포도 완성되면 나 책 사줘. 5만원치만." 엄마는 포도알을 보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는.."근데 포도알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포도알을 세어본다. 그리고는 올해 안에도 포도알이 20개 다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지. "엄마 10만원치 사줘. 올해 안에 못해 절대로." "그래그래." 엄마는 웃었다. 내일 일어나시면 서명과 사인을 받아야지. 히히.
여하튼 이렇게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어쿠스틱라이프. 책도 책이지만, 다음권에는 또 어떤 특별부록이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