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 스토리콜렉터 5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북로드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 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또 다른 책이 나왔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미국 드라마 '트루블러드'로 유명한 '수키 스택 하우스' 시리즈에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로맨스를 다룬 것과는 달리, 여기서는 뱀파이어가 '영웅'으로 등장한다. 그것과 미국 대통령과 계약을 맺고(제목인 블러드 오스는 피의 맹세,서약 등의 의미다) 명령 없이는 자국내 국민을 살생하지 않는 다는 조건을 달고서 말이다. 비하하듯 표현하면 미대통령의 애완동물이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책은 많이 봤으나, 뱀파이어가 영웅으로 등장하는 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 한편을 보듯 펼쳐지는 책 전개와 구성 덕분에 기존에 나왔던 할리우드 영웅 영화들을 연상하게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케이드는 뱀파이어며,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서 그 점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인간을 가축이하로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그 가축을 살생하지 않는 금욕적인 면과 그 가축과 계약을 맺고 가축의 집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독특했다. 하지만 인간을 가축이라 생각하면서도 관계를 맺고 애정을 가지는 모습을 아주 간간히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점이 케이드가 인간성마저 지닌 뱀파이어임을 보여주었다.  

 빠른 전개와 여러 시점에서 진행되며 나아가는 사건에 긴장감 늦출 사이 없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CIA비밀 요원같은 뱀파이어가 운멘쉬졸다텐이라는 시체들의 여러부분을 이어붙여 만들어진 살인 병기를 헤치우고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을 무사히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나 감칠나게 써내다니! 분명 필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세례 요한의 손으로 물리치는 건 좀 아니었다. 허무하다 못해 이상하게 느껴질정도였고 왜 뜬금없이 세례 요한의 손이 등장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기독교적인 사상은 도대체 이해 불가능이다. 게다가 부통령인 와이먼은 정말이지 인간 이하에 품위도 없이 그려졌는데, 왜 부통령만 항상 부패하고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지 않은가? <2012>라는 영화가 추석 특집에 하길래 킬링 타임용으로 보고 있자니, 이 영화가 막 개봉했을 때 보고 느꼈던 감상들이 점점 붉어졌다. 10억 유로를 주고 티켓을 파는 것에 동의를 해 놓고 나중에서야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 한 목숨 희생한다해서 수만명의 티켓 구하지 못한 서민들의 목숨은 보상 받을 수 있는가?(목숨에 보상이라는 말을 써야하다니!) 위선적이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통령은 항상 고귀하고 올바른 이미지로 그려내는 미국 여러 매체들에 염증을 느낀다. 본 책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모습과 그리프의 누명을 간파하지 못하는 우둔함을 보여주는 정도의, 별 다른 역할은 없었지만 말이다.(후속작에서 과연 와이먼이 배신자라는 것을 가려낼지 의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군인들을 살인병기 앞으로 내모는 모습이란! 대통령 가족의 목숨은 존귀하고 군인들의 목숨은 그렇지 아니한가? 의무나 임무로 덮어버리기엔 운멘쉬졸다텐의 존재는 너무 강력하다. 

 액션이 난무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표현들과 묘사들이 넘치고 또 잔인한 부분도 많다. 과연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운멘쉬졸다텐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게다가 콘라트 박사가 생체액을 뽑아내 자신을 젊게 만들어주는 약을 만드는 과정과 기계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미성년자관람 불가가 되겠지만.  

 운멘쉬졸다텐으로 만들어진 한 군인, 가르시아는 자신의 머리가 몸통에 붙여지고 일부분 의식이 있었는데, 이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감정이입을 할 정도로 안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유린당하는 생명의 가치와 생명 경시가 느껴져서 콘라트가 얼마나 잔인한지 더 부각시켜주었다.  

 개인적으로 끝이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물론 매력적인 인물인 케이드와 잭은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볼 의향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이 이야기내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저 차기작을 위해서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건 책이라는 매체에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무슨 영화 끝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차라리 열린결말이면 말도 안 하겠다. 물론 이런 점이 차기작을 더 궁금하게 하고, 후속작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 없지만 이 책 한 권만 보고 이야기를 맺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이런 결말은 장단점이 있다는 것. 하지만 나는 싫었다. 역시 한 이야기는 한 이야기로 끝이 나는 편이 좋다.  

 헐리우드 액션이 살아 숨쉬는 하드 뱀파이어 영웅물, 블러드 오스. 잔인하고 빠른 전개에 유동적이면서도 반전 없는 헐리우드 판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또 무더운날 머리 식히며 집중하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인 예측이지만, <점프>도 재밌게 보고 <2012>도 재밌다고 말한 내 남동생은 분명 이 이야기 좋아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1-09-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프도 보다자다-_-; 2012은 땡기지도 않았지만, 트와일라잇도 좋았고, 수키시리즈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어제 책이 도착했는데 말입니다~ 뱀파이어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저한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2011-09-18 19:54   좋아요 0 | URL
전 트와일라잇이랑 뉴문은 영화로 보고 책은 원서 두권모두 부분 부분 봤는데, 번역판은 읽어 본 적이 없네요. 동생이 영화보다 책이 재밌다며 강추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네요. 수키스택하우스 시리즈 좋아합니다. 지금 원서로 1권 읽고 있는데, 얼른 읽고 2번째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네요. 트루블러드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수키스택하우스는 책도 드라마도 각기 매력을 가진 것 같아요.
점퍼나 2012는 사실 킬링타임용 영화죠. 영화관 가서 제 돈 주고 보긴 아까운 영화랄까.(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책을 사보는게 나을지도. )
이 책 도착하셨군요! 음~ 전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실망했는데, 가독성면에선 괜찮죠. 재미도 나름있고. 하지맘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꽤 있어서 차마 추천하기는 그렇네요. 저야 제 동생 취향을 아니, 이거 재밌어하겠다 싶지만서도... 헐리우드식 영화같은 소설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아하실거라 생각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