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는 삶’들에 대한 헌정 같다. 작가의 전작을 다 꿰고 있으면 좀더 빠르게 공감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듯.

"사람들." 루시가 뒤로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살아가는 삶. 그게 요점이에요."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245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2

"어머니와 그 스티븐이라는 사람—그들이 정말로 사랑했기 때문에 슬퍼요. 그들은 어렸고,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어요—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이야기하고.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갈라놓았고, 두 사람은 결코 서로를 잊지 못했죠.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해서 살았던 내내 아버지가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뭔가를 하면, 그때마다 어머니는 스티븐을 떠올리고는 그가 그 상황에서 얼마나 훌륭했을지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스티븐의 아내라는 그 루스라는 여자도—아마 같았을 거예요. 그녀가 그를 실망시킬 때마다 그는 예쁘고 발랄했던 사라를 떠올리며 두 사람이 같이하는 삶은 얼마나 멋졌을지 생각했겠죠. 그러니 두 부부는 평생 방에서 이 유령들과 함께 살았던 거예요. 그래서 그것이 슬퍼요. 모두에 대해 슬프지만, 특히 유령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당신 아버지와 루스가 슬퍼요.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29

"긴 결혼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곁에 유령을 데리고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31

그건 악이 아니야, 래리. 부서진 사람들이지. 부서진 사람이 되는 것과 악이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혹시 네가 그걸 모른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부서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내가 네게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너는 그런 부서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살면서 운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야."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376

<옮긴이의 말> 중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가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이야기와 이야기가 만난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저멀리 눈밭에서 작은 형체의 누군가가 걸어올 때, 그것은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면서, 이야기 한 편이 걸어오는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중략)

스트라우트의 책들을 옮기면서 줄곧 들었던 생각은, 스트라우트의 작품 세계에서 올리브의 주된 역할은 관찰이고(밥의 생일 파티에서 "지켜보고 또 지겨보는" 올리브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루시의 주된 역할은 성찰이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작가인 스트라우트의 주된 역할은 아마도 통찰일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이야기를 들려줘요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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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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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게 그치, 그렇지의 느낌. 괴팍할 수 도 있지만 정겨운 할머니 동네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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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관계의 사랑 이야기라면 죽일놈의 한스이며 그에 대한 분노가 끓어 넘친다. 여기에 이해를 넘어서는 카타리나에 대한 의문도 솟구친다. 하지만 한스가 나치시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시대의 함의 또는 그 시대에 혼란스러운 한 인생으로 느껴지는 순간 분노가 가라 앉고 생각이 깊게 내려 앉았다.
+
대화를 대화체로 쓰지 않고 제 삼자의 관점으로 설명체도 써내려간 문체의 의도를 작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한숨과 비탄의 자리에 고요가 깃들었을 때, 두 육체는 완전히 뻗은채 어둠 속에 나란히 누워 있다. 결코 다시는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한다. 영원히 이럴 거라고 카타리나는 생각한다. 그뒤 잠은 모든 생각을 지우고, 나란히 누워 새근새근 숨을 쉬는 동안,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뇌 피질에 새겨진다. - P35

순간 나무 부두에 다리를 늘어뜨린 채 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은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런 문장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가, 라고 그는 생각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보내는 문장. - P39

지난 2주 동안 그녀는 그가 능숙하게 선보이는많은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약한 부분에서 더욱더 그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듯한 느낌이다. - P74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또한 스스로에게 3주 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의 모든 일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어떤 건 두 사람 다 알고 있고, 어떤 건 둘 중 한 사람이 잊어버렸으며, 어떤 건 둘 중 한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고, 어떤 건 둘 중 한 사람만 생각했지만 발설하지않았고, 그렇게 3주 전에 현재였던 것이 이 오후에 깊어지고, 변화하면서도 둘이 다시 알아볼 수 있는 윤곽으로 간직된다.

한스는 그 저녁에 단 한 가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카타리나가부다페스트에 간 동안에 자신이 이 카페의 창문으로 지금 그들이 다시 앉은 이 테이블이 비어 있는 모습을 들여다봤다는 것만은. - P91

누군가의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얼마 전 한스는 말했다.  - P113

한스는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한다. 그리움이정말 아프다는 것을. 아픈 부위를 지정할 수 없을 뿐. 그 아픔은 고대그리스인들의 영혼이 살았던 횡격막에 있을까, 아니면 며칠 전부터자꾸 리듬을 벗어나는 심장에 있을까, 아니면 꺾여버린 듯한 호흡에있을까? - P118

철두철미하게 낯선 곳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일까? - P124

그게 결혼이라면, 뭐 하러 결혼을 해요? 
카타리나가 어제 그에게물었다.
그는 결혼 없이는 그는 지금의 그가 아니다. 라고 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금세 눈물이 코를 타고 커피에 뚝뚝 떨어졌다.

이 결혼은 이제 선천적 결함처럼 그에게 들러붙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P143

카타리나가 간혹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그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참고 있다는 걸 안다.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으면 아니요, 라고 한다. 상대를 슬프게 할지도 모르는 것을 피하다보면, 갑자기 슬픔이 그들 사이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는이제 끝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그런 다음 점점 확고하게 현재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 만큼 나이가 들었다. - P156

증거로 남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속임수를 만들어내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하나의 현실을 다른 현실에서 분리하는 속성, 현실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속성.
사람이 종이 위에서 이런저런 것을 읽는 동안, 어떤 무인지대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 계속 살아간다. 그 진실을 아는 하나의 뇌가 건망증이 생기거나 망가져도, 그 진실은 영원히 독자적인삶을 이어나간다. 베를린의 밤, 거짓말도 잘 만들어야 믿지, 라고 카타리나는 홀로 집에 앉아 생각한다. 

힘없는 자들의 힘은 거짓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 P302

그녀 역시 편지와 편지 사본,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놓은 트렁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것들은 기록 보관소 용어로 말하자면 평면 자료들이다. 일기장과 다이어리도 있다. 다음 날 그녀는 책 사다리에 올라가, 책장 맨 위 칸에서 안팎으로 먼지가 뽀얀 트렁크를 끄집어낸다. 오래전엔 그의 상자 속 종이들과 그녀의 트렁크 속 종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눴다. 이제 그 종이들은 시간과 대화를 한다. 끝과시작과 중간이 그렇게 트렁크와 상자 안 수십 년 묵은 먼지 속에 무심히 놓여 있다. 속이기 위해 쓴 것과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 말하지않은 것과 말한 것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포개어져 있다. 모순되는 것이 놓여 있고, 침묵에 붙여진 분노와 침묵에 붙여진 사랑이 서로 한 봉투에, 같은 철에 묶여 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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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몰의 인간이지, 일출의 인간이 아니다. 그렇지만 몰락을 하더라도 아름답게 몰락하고 싶었다. 조금은 장엄하게 스러지고 싶었다. 한 일이라곤 이것뿐인데, 남는 것이 무의미뿐이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었다. - P11

찰리 스키너 국장을 흠모하고 있었다.
"야, 그건 드라마잖아. 정신 차려!" 주위 많은 사람들이내게 꿀밤을 날렸지만, 그런 드라마적 판타지에 대한 욕망을품고 있지 않은 것이 한국 언론의 이 비참한 현실을 만들어낸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기자들은 걸멋조차 부리지 않는다. 우리는 가오를 잃었다. 

가오를 잃는다는 건 윤리의 최저선이 붕괴된다는 뜻이다. ‘진짜 기자가 가오가 있지, 어떻게 저런 짓을 하냐.‘라는 힐난 자체가 사치스러워졌다. 

그러니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장차 찰리 스키너 같은국장이 되고 싶다고 부끄럼 없이 기자들이 말할 수 있는 날, 비로소 한국 언론에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사람이란 결국 자기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니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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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비인 - 《혼모노》 성해나 첫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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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혼모노>의 찬양에 공감하지 못하는가. 내가 놓친것이 혹은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그녀의 책을, 글을 찾아보고 찾아 봤다. 결론은 놓친거 없음으로. 앞의로의 글은 그닥 안찾아봐도 될 것 같다.

나름 과거/현재/미래를 구성으로 각 편들을 구성했으나 각각의 이야기들보다 이 편들을 쓰게 된 구상의 발화 지점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p.s 표지. 정말 최선이었습니까.

인간 아닌 인간.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한 괴수나 AI일 수도 있고 귀신 혹은 신일 수도 있지만, 인간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42

차를 타고 적선동을 지날 때, 천막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을 무심코 지나칠 때,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암묵할 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삶은 안락할 때.

부끄럽다는 조부의 고백을 이해하려 애쓰곤 한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69

사람들은 왜 무의미에 의미를 덕지덕지 덧붙이는 걸까. 단순한 사물에 복잡한 상징을 더하는 걸까.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79

디드로 효과로 유명한 드니 디드로의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은 디드로가 친구에게 새 가운을 선물 받으며 시작된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93

인생에서 내보낸 줄 알았던 불청객이 나도 모르는 새 문 앞에 서 있듯이 말이다. 허상으로 채워지는 건 결국 결핍이 아닌 더 단단해진 불안 아닐까.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09

윤회를 ‘당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전생과 달리 현생에서는 예상외로 볼품없게 태어나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윤회자도 있지 않을까,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59

19세기에 초연된 오페라지만, 기계에 감정을 느끼는 인간을 담았다는 점에서 오펜바흐의 혜안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하다. 이 오페라 속 주된 감정은 사랑이지만,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며 인간이 기계에 사랑보다는 질투를 강하게 느낄 거라 추측했었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84

인간은 기계의 속도에 감응하기보단 무감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AI의 추론, 학습, 모사 능력에 벌써들 익숙해졌다. 심드렁한 얼굴로 AI로 생성된 광고를 보고, 챗GPT에게 법률 상담을 받으며 딥페이크로 합성된 얼굴과 목소리도 별다른 의심 없이 취한다. 인공지능이 쓰고, 답하고, 판단을 거드는 세계에 다들 무감해졌다.

욕조 속 온수에 잠겨 있는 듯한 이 무심한 평온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욕조의 물도 언젠가는 식을 테지만.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85

편리의 이면에는 수많은 이들의 노동력이 깃들어 있지만 그 흔적이 대개 자동화 혹은 편의로만 소비되는 것 같다. 기술의 진보 뒤에 지워진 이들, 비가시적 존재를 불러내고자 〈#유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97

우리 사회가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 가치를 더 절실히 깨닫고, 존중하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198

〈고蠱〉는 어제의 저주가 오늘, 그리고 내일에까지 영향을 주며 돌고 도는 소설이다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248

지금은 입력을 받아 출력을 내놓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답만 내리던 기계가 언젠가는 우리에게 되묻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쥐고 흔드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욕망이 빚은 가장 큰 저주란 그런 것 아닐까

인비인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디지털도서관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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