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했을 것이다. 오래 살아남은 종교들은 이 불쾌를 어떻게든 완화해주는 여러 이야기를 제공했다. 이상적인 육체로 부활해 영원히 존재하는 삶을 약속한 종교도 있었고, 형태를 바꾸어 거듭하여 다시 태어나는 윤회라는 개념을 제시한 종교도 있었다. 종교와 한배에서 태어난 신화 역시 죽을 운명에서 벗어난 존재들을 만들어냈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 중요한 무엇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4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5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1
구세주의 탄생은 그렇다고 쳐도 평범한 인간의 생일은 왜 축하하는 것일까? 그것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환대의 의례일 것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좋은 곳에 온 사람들끼리 환대하는 것은 쉽다. 원치 않았지만 오게 된 곳, 막막하고 두려운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야말로 값진 것이다. 생일 축하는 고난의 삶을 살아온 인류가 고안해낸, 생의 실존적 부조리를 잠시 잊고, 네 주변에 너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부드럽게 환기하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동료들이 주는 이런 의례마저 없다면 삶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우울한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22
중세 기독교에서는 부활할 때 육신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죽을 때의 모습일까, 아니면 생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까? 모두 죽을 때의 모습들이라면 천국의 풍경이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천국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것만 같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38
아버지의 행동을 용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그걸 왜 못하겠는가? 나도 그랬을 수 있다), 모든 부모가 언젠가는 아이를 실망시키고, 그 실망은 도둑맞은 신발 같은 사소한 사건 때문에도 비롯된다는 것, 그 누구도 그걸 피할 수 없고, 나처럼 어떤 아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그 사소한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기억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해하면서도 아쉬워한다. 그렇지만 그게 부모를 증오하거나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이끌리는 것만큼이나 자명하며, 그걸 받아들인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43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 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십 년이 여럿 쌓였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50
실제 세계는 이야기의 세계를 초과한다. 다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뿐.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56
세상이 부모에게 부여한 앎의 권력(자식의 ‘명목상의’ 저자라는 권위)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엄마는 자식을 정말로 잘 알았던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권력’, 즉 다른 사람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67
세상이 부모에게 부여한 앎의 권력(자식의 ‘명목상의’ 저자라는 권위)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엄마는 자식을 정말로 잘 알았던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권력’, 즉 다른 사람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1
이렇게 스스로 부과하는 고통은 성장과 변화의 동력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든, 백두대간 종주를 하든, 매일같이 크로스핏 운동을 하든, 끝이 있고 잘 통제되기만 한다면 더 강한 존재로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75
어쩌면 우리는 모임을 떠난 사람들이 불행하기를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자기는 어떻게든 버티며 남아 있는데 떠난 사람들이 행복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떠난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애써 불행을 연기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는 사람들의 행복과 행운을 빌어주는 영화 장면이 늘 감동적인 것은 그게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83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89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확실한 게 거의 없는데도 젊은이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채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만 한다.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이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하는데, 이렇게 내려진 결정들이 모여 확실성만 남아 있는, 더는 아무것도 바꿀 게 없는 미래가 된다. 청춘의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94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 줄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97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98
어릴 적 나는 인생을 선불제로 생각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죽어라 공부만 하며 현재를 ‘지불’하면 그만큼의 괜찮은 미래가 주어지는 줄 알았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07
커피는 그렇다 치고, 사람의 좋은 성질은 처음에 우러날까, 아니면 최후에 우러날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물의 참된 성격은 오직 시련을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그리스 비극을 만들었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17
평론가 앤드루 H. 밀러는 『우연한 생』에서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말을 인용한다.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때 만약 그 길로 갔더라면/가지 않았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상상을 통해 자주 후회에 도달한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27
독자 여러분의 ‘단 한 번의 삶’들이 부디 축복된 여정으로 남기를 기원한다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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