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탄생 - 아는 만큼 더 맛있는 우리 밥상 탐방기
박정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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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걸 먹을(or 만들)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얼마나 실험정신이 강한 사람이었을까’ 라고 생각하게 하는 음식들이 있다.

번데기라거나, 삭힌 홍어라거나, 산낙지 같은 것들 말이다.


추어탕은 찌개류가 먹고는 싶은데 생선 가시를 발라내기는 귀찮았던 누군가가

생선 몇 마리를 통째로 맷돌에 간 상태로 끓여본 것에서,

만두는 적은 고기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랑 같이 먹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도중에,

수정과는 쓴 맛만 나는 식재료들을 조금이라도 더 참고 먹을 수 있는 맛으로

만들고 싶던 누군가가 여러 방법으로 조리해 보던 중에,

막국수나 수제비는 적은 양의 쌀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위해 연구하던 중에,

장아찌나 젓갈들은 특정 계절이 아니면 먹지 못하는 것들을 계절에 상관없이

먹고 싶던 누군가가 여러 방법을 시도하던 중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위에서 나열한 아이들은 어떤 이유도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식의 탄생]에서는

내가 위에서 말했던 음식들을 포함한 대표적인 한식들
혹은 본디 외국의 음식이었으나 한국으로 넘어와 그 모습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된 음식들-짜장면, 빙수, 치킨 같은-의

탄생 원인 등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예상외의 사실들로 인해 놀랄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금값이다, 뭐다 난리인 삼겹살이 1970년대에 들어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외식용 고기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잡고기 취급 받았다는 사실이나

설렁탕이 생긴 이유는, 성균관에 드나들던 유생들에게 소의 살점을 판 후

남은 부위를 한 데 끓여 백정들끼리 나누어 먹던 것에서 유래한 사실이라거나

부대찌개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미군 부대에서 나온 쓰레기들 중에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끓인 것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미군 부대 내에서 일하던 개인들이 몰래 반출한 음식들을

근처 가게에서 조리해 달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생생정보통, 테이스티 로드, vj 특공대 등의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이 있다.

음식에 대한 맛 같은 것들은 자세하게 묘사하는 반면,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 무엇과 함께 해야 더 맛있는지 등의 정보들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고 싶었던, 혹은 음식 프로그램을 보면서 비슷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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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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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밀실 안에서 사람이 죽었다.

자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람은 왜, 어떻게 죽은 것일까.


기방에 왔던 사람들 중 한명이 칼에 찔려 죽었는데,

현장에는 피로 된 유서가 시 형태로 남겨져 있었다. 이 사람은 누가 죽인 것일까.


이미 죽은 두 여인이, 산을 건너던 한 사람을 홀렸다.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여인들은 누가, 왜 죽인 것일까.


무당의 속임수를 폭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돌려받으려던 자가 죽었고,

무당에게는 굿을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남자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


처음에 [죽는 자는 누구인가]의 소개를 보았을 때, 살짝 당황했었다.

[기찰비록]과 [조선 추리활극 정약용]이라는,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드라마에서 나온

주인공들 역시 문관 출신이었다지만 이 사람들의 경우 스승의 영향으로

(혹은 본인 스스로가 관심이 있어)사건 해결을 위해 특정 직책에 임명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의 과학 지식을 습득한 경우였기에 가능한 거였지

김만중이라는 사람은 전형적인 문관 출신 이미지로,

과학기술은 둘째 치고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사건 해결을 해 나아갈지가 전혀 예상이 가질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황스러움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없어져버렸다.

김만중은 [구운몽], [사씨남정기]등의 소설을 써 가면서 습득한 관찰력과

박포교라는, 감시자 겸 그 지방의 관리인 사람의 말에서 얻은 힌트들

-예를 들면 의뢰인의 손가락을 보고 마지막으로 악기 연주를 한 지

오래되었음을 안다거나, 용의자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거짓말을 판단한다거나 하는-을

통해 왜, 어떻게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아쉬움은 있다.

신분에 따른 행동의 제약 및 상하관계, 과학 기술의 한계 등에 의해

사용 가능한 트릭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었으나, 소설의 흐름이 지나치게 빨라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오는 포와로나 미스 마플같이

독자들에게도 추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코난 도일의 소설에 나오는 셜록같이 추리를 해 볼만, 하면

이미 모든 추리가 끝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참을 수만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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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욱 2017-01-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쓴 작가 임종욱입니다. 저도 이런 유의 추리소설은 처음 써봐서 의욕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한 것 같아 민망합니다. 추리소설이 즐겨 쓰는 트릭들을 적용해보려는 욕심 때문에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선생님의 지적을 명심해서 앞으로는 더욱 공을 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꾸 쓰다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저 스스로 위안합니다.^^ 올해도 좋은 일 많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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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태어남에 있어 천지의 모습을 본받고 부모로부터 형체를 품부 받았으니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이가 없지만, 수를 다하지 못하고 불행히 비명횡사한 사람에게는

초검과 복검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산 자와 망자 모두에게 원통함이 없게 하라.’

이는 조선시대 당시 부검의들의 교과서로 널리 이용되던 저서 [무원록]시리즈에 있던 글귀로, 수사관 및 부검의들은 이 책을 통해 죽은 자가 자살로 위장된 살인을 당하였는지,

시신의 몸에 있는 상처가 구타당한 흔적인지의 여부 등을 판단하였다.

[시체를 읽는 남자]의 주인공 송자는

[무원록]의 모체인 [세원집록]을 집필, 유교적 관습과 여러 가지 미신으로 인해

해부는 물론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예를 들면 벼내기 도중 낫을 잘못 놀린 탓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자상을 입은 상태라거나, 마차에 깔려 다리뼈가 조각난 상태 같은-에도 몸에 칼을 대기를 극도로 꺼리던 사회에 체계적인 과학적 수사 방법과 부검 기법을 전파한 사람에 대한 소설이다.

그러나 그가 존경받는 지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고난이 있었는데,

어릴 때에는 무통증으로 인해 손과 등에 화상을 입었고,

청년기에는 형에 의해 하루가 멀다 하고 구타를 당했다.

참혹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형이 잡혀가 약혼은 파기되었으며,

자신은 졸지에 가족을 고발한 사람이자 살인자의 가족이 되어버려 마을에서 백안시당한다.

그 와중에 부모님은 산사태로 돌아가시고,

자신은 정당한 방법으로 땅을 팔았음에도 동네 판관의 계략에 의해 사기꾼으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며,

제 2의 아버지라 믿고 따르던 사람은 (알고 보니)가장 악랄한 사기꾼이었다.

[시체를 읽는 남자]를 보면서, 의학계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었다.

파리를 통해 범인의 낫을 찾는 장면이라거나, 단장한 시체의 목에 있던 멍을 통해 그 시신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임을 밝혀내는 장면 등에서는 긴장감이 나타났었으나,

유교로 인해 위계질서가 꽉 잡혀 있던 시대이자 자백을 위해 용의자들에게 (죽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어떤 고문을 해도 허용되는 시대임을 감안해도 자에게 가해지는 온갖 시련들

-조사 보고서를 도난 맞았는데도 범인이 선배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항변을 못한다거나,

이웃주민들에게 동정을 받을 정도로 형에게 구타를 받으며 온갖 잡일을 다 도맡아 했음에도

그 공로를 형에게 가로채지거나 하는-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옆에 속을 달랠만한 음료수라도 한 캔 가져다 놓은 상태로 읽기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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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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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라는 책을 본 적 있다.


그 책에서는, 과학이 아직 그렇게까지 발달하지는 못한 중세시대까지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신화나 초상화 등을 통해 죽음 그 자체를 찬양하거나

(ex. ‘자살은 가장 고귀한 죽음 중 하나’라거나, ‘사랑이 있다면 죽음조차 능가할 수 있다’며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 자체를 아름답다고 역설하는 식으로)

문화적으로 즐기거나

혹은,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죽음만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죽음 이후에는 모두 구원받을 것이다‘, 라는 논리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왔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것은 가장 공포스러운 대상이 되어 있다.

짧게는 노동력의 감소라거나 특정 집단의 존속을 위협하기 때문이었고,

길게는 죽음 이후에는, 자신들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대에는 종교를 만들어냈고,

중세시대에는 마녀 사냥을 만들어 냈으며,

현대 사회에서는 죽음 그 자체를 터부시 해왔던 것이리라.


[슬픈 불멸주의자]에서는,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파생되는

특정 개념에 대한 의존성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사람들은 미술작품이나 연극 등의 문화·예술작품들을

(ex. 파우스트, 맥베스, 죽음의 무도)감상하거나 활발한 신체적 활동을 해서 공포심을 이겨내거나 /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만한 작품들을 만들어 냄으로 해서, 혹은 자신의 육체 자체를

냉동보전 함으로 해서 죽어서까지 자신의 무언가가 이승에 남아있도록 노력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우리는 동물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동물들처럼 본능에 충실한 존재들이 아니다’는 것을 증명받기 위해서 전족이나 지나친 다이어트, 코르셋 등을 통해 몸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방식을 취해 왔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불멸을 추구하지만, 신체의 유한함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번지점프 같이)죽을 수도 있는 활동이나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지, 죽음의 공포를 왜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을 믿음으로 해서 이겨내는지’ 등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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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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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생활 속에서도

숨겨진 맛집을 가게 되었다거나, 애완동물들의 새로운 애교를 발견했다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행복들을 통해 일상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불행이 불행을 끌고 와,

사소한 행복으로도 일상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만 할까.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의 주인공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불행에 휩쓸린 여인이다.

10여 년 간 사귄 남자친구는 2년 전부터 바람을 피고 있었고,

본가는 철없는 남동생의 행동으로 인해 파산, 경매에 붙여졌다.

거래처와의 중요한 미팅 도중 쓰러질 정도로 심각한

어지러움 증상에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남자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에 거처를 새로 구해야만 했는데,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시 외곽의 뒷골목에 있는,

히스테릭한 이웃주민이 거주하는 낡은 아파트 밖에는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녀는, 말하는 고양이 ‘시빌’을 거둔 이후로

(고양이의 도움 아래)그러한 불행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가기 시작한다.

본가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설득,

지금 사는 곳보다는 규모가 작으나 살기에는 더 편한 곳으로 이사하도록 했고

우울증과 업무에 대한 무기력함은 (반 강제적인 것이기는 했지만)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단과 고양이가 보낸 것처럼 꾸민 사내 이벤트를 주도함으로

해서 떨쳐내기 시작했다.

연인의 경우, 업무 수행 중 만난 남자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어져 버렸으며

심술궂은 이웃의 경우 고양이를 경유해서 주고받은 쪽지와 주인공이 선물한 아이패드를

통해 해결되었다.

소설에 나온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번 정도는 주인공처럼

시험점수의 폭락, 붙을 자신이 있던 자격증 시험(혹은 회사 면접)의 탈락,

예고에 없던 비, 형제자매들과의 불화가 겹치는 식으로

이대로는 못 살 거 같다, 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불행한 일들이 겹쳐 일어나

만사가 무기력하게 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의 고양이 시빌이 말하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 본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는

생각이 들 정도의 행복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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