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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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태어남에 있어 천지의 모습을 본받고 부모로부터 형체를 품부 받았으니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이가 없지만, 수를 다하지 못하고 불행히 비명횡사한 사람에게는

초검과 복검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산 자와 망자 모두에게 원통함이 없게 하라.’

이는 조선시대 당시 부검의들의 교과서로 널리 이용되던 저서 [무원록]시리즈에 있던 글귀로, 수사관 및 부검의들은 이 책을 통해 죽은 자가 자살로 위장된 살인을 당하였는지,

시신의 몸에 있는 상처가 구타당한 흔적인지의 여부 등을 판단하였다.

[시체를 읽는 남자]의 주인공 송자는

[무원록]의 모체인 [세원집록]을 집필, 유교적 관습과 여러 가지 미신으로 인해

해부는 물론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예를 들면 벼내기 도중 낫을 잘못 놀린 탓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자상을 입은 상태라거나, 마차에 깔려 다리뼈가 조각난 상태 같은-에도 몸에 칼을 대기를 극도로 꺼리던 사회에 체계적인 과학적 수사 방법과 부검 기법을 전파한 사람에 대한 소설이다.

그러나 그가 존경받는 지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고난이 있었는데,

어릴 때에는 무통증으로 인해 손과 등에 화상을 입었고,

청년기에는 형에 의해 하루가 멀다 하고 구타를 당했다.

참혹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형이 잡혀가 약혼은 파기되었으며,

자신은 졸지에 가족을 고발한 사람이자 살인자의 가족이 되어버려 마을에서 백안시당한다.

그 와중에 부모님은 산사태로 돌아가시고,

자신은 정당한 방법으로 땅을 팔았음에도 동네 판관의 계략에 의해 사기꾼으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며,

제 2의 아버지라 믿고 따르던 사람은 (알고 보니)가장 악랄한 사기꾼이었다.

[시체를 읽는 남자]를 보면서, 의학계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었다.

파리를 통해 범인의 낫을 찾는 장면이라거나, 단장한 시체의 목에 있던 멍을 통해 그 시신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임을 밝혀내는 장면 등에서는 긴장감이 나타났었으나,

유교로 인해 위계질서가 꽉 잡혀 있던 시대이자 자백을 위해 용의자들에게 (죽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어떤 고문을 해도 허용되는 시대임을 감안해도 자에게 가해지는 온갖 시련들

-조사 보고서를 도난 맞았는데도 범인이 선배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항변을 못한다거나,

이웃주민들에게 동정을 받을 정도로 형에게 구타를 받으며 온갖 잡일을 다 도맡아 했음에도

그 공로를 형에게 가로채지거나 하는-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옆에 속을 달랠만한 음료수라도 한 캔 가져다 놓은 상태로 읽기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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