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좋다, 만화책 - 만화는 사랑하고 만화는 정의롭고 한줄도좋다 2
김상혁 지음 / 테오리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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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유리가면. 소년탐정 김전일. 베르세르크.
거의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읽힌 만화책들 중 일부이다.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만화는
나이차이에 따른 세대격차를 무너뜨린다.
'(마니아를 끌어모으는 요소가 강한)
특정 만화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을 줄어들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널리 알려진 만화는
새학기를 맞이한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처음 만난 직장 동료들이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화잿거리를 제공해 준다.

[한 줄도 좋다, 만화책]은
작가가 본 만화책들 중, 인상깊은 한 구절을 가진
만화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명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그래서 다른 생명체의 몸에 들어가
그 생명의 몸을 조종할 수 있는 존재인 벌레와
그 벌레에 씌인 사람을 치료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충사>에서는
"봄이여 빨리 오세요.
(벌레에 씌였을 때 경험했던)가짜 봄이라도
상관 없으니까요"란 대사와 관계된 이야기를

신체 개조와 세뇌에 가까운 교육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먹고 있는 게
어떤 맛을 가진 음식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신체적인 자유'를 제공 받았다는 이유로
폐기되기 직전까지 청부살인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건슬링거 걸>에서는
"이 세상엔 지금도 분명 희망이 있다"는
반어법적인 대사와 관계된 이야기를

어머니의 죽음 이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된 소년과
시한부를 선고받아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않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는
"명색이 연주가인데도, 무대 밖의 것으로 마음이
차오르는게 왠지 우습다"란 대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도박 중독을 이유로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의 사채를 빌린,
그래서 공사판에 갇혀 막노동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채꾼 우시지마>에서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안심하고 싶다"는 대사와
관계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화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때로는 거친 느낌으로,
때로는 일상적인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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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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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길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던 그 고양이들을 위해
기숙사에 살 때는 기숙사 경비실 근처에 있는 수풀에,
자취를 할 때는 강의동과 가까운 곳에 있는 공터에
주기적으로 밥을 놓아주면서 궁금했던 것이 있다.

'이 고양이들이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활동하게 될까'.

털 알레르기나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어서.
본인 앞가림조차 간신히 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 신체적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
별보며 나갔다가 별 보며 들어오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어
동물을 단 한번도 길러본 적 없는,
그래서 특정 동물에게 밥과 애정을 주는 행위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품어봤을 의문이리라.

'귀한 냥반 이토리'는 고양이의 일상과 특성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빗살무늬와 고흐의 자화상 탄생을 패러디한 만화를 통해
스크래치를 통해 발톱 손질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유명 팝가수의 앨범커버,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한
일러스트와 생선차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를 통해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식성을
고양이 아파트와 부처의 마음이란 이름의
일러스트를 통해 꽉 끼는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고양이의 특징을 표현했다.
영역이라는 이름의 일러스트와 김홍도의 벼타작을
패러디한 일러스트를 통해 늘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가족들 중 털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거나,
고시원 등 애완동물의 반입이 금지된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거나 하는-
여러 이유 때문에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다.
'나만 고양이 없어'란 농담이 왜 나왔겠는가.

[귀한 냥반 이토리]는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가
고양이를 직접 관찰한 것을 토대로 내놓은 책이며,
그렇기에 고양이의 여러 모습들이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고양이와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과
'다른 집에 사는 고양이도 우리 집 고양이와 같은 지'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 등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법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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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리스 1 - 깨어남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저리 류 지음, 사나 타케다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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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몬스터]란 제목의 만화와
[화이트크리스마스]란 제목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둘 모두 '사람은 괴물로 태어나는가,
괴물로 만들어지는가'를 공통 주제로 하고 있는 작품이나
[몬스터]는 특정 연령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으로 인해 후천적인 괴물이 되어버린 누군가를,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타고난 괴물이었음에도
자신이 괴물임을 인지하지 못한,
그래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누군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몬스트리스]는 모두가 '선천적인 괴물'로
인식하고 있는 주인공이,
괴물에 먹히지 않기 위해 싸워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그래픽 소설이다.

주인공은 모두가 악신으로 인지하는 무언가를
후천적으로 몸 안에 품은, 그래서 주기적으로
인간(혹은 인간의 모습을 한 생명체)을 섭취해야만
하는 저주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된 혼혈 여자아이였기에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괴물', '지금 당장 죽여야 하는 무언가', '꺼림칙한 것'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괴물이
자기를 잡아 먹지 못하게 막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나는 인간이다' 소리 높여 주장하였으나
사람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괴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실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격리시켜야 한다'란
명목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녀가 외롭지 않게 옆에 있어줘야 한다'
'보호 해줘야만 하는 어린 아이다'란 생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회수되지 않은 복선들도 다수 존재하고,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이 작품을 설명해야 할 지에 대한
감도 잘 안잡히는 상태이다.

하지만 1권에서 느꼈던 감상이
그대로 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로
이 소설의 전반적인 감상을 이야기해 보자면
[몬스트리스]는 몸 안에 품고 있는 존재 때문에
'타고난 괴물'로 인지되는 누군가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그 결과 괴물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는
실패하지만 괴물이 아닌 인간이었음을 인정받게 되는
-혹은 괴물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성공,
인간의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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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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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문서가 사라졌는데,
그 문서는 알고보니 다른 문서들 사이에 섞여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어떤 문서가 찾던 문서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범인이 자만심 때문에
무심코 흘린 한 마디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한 몫을 했다'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가족 구성원들 중
한사람인 척 연기시켰다'

'모두 없앴을 거라 생각했던 증거들 중 하나가,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와 범행이 들켰다'

'누가 봐도 약자로 보이던 누군가가,
범죄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었다'

'내가 알던 사람은 사실,
그 사람을 연기하고 있던 타인이었다'
와 같이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와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 캐릭터.
그리고 '롤리타'와 같은 몇몇 유명 현대소설에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쓴 것으로 자주 언급되던
소설들 만으로는
그가 후대의 소설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읽다 보면,
왜 많은 작가들이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아몬틸라의 술통' 같이
완벽 범죄를 꿈꾸던 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난 도일의 '공포의 금고실'이 생각났다.

'잃어버린 편지'에서 나온,
장관에게 도둑맞은 편지의 행방을
탐정의 이름을 빌러 밝혀내는 이야기는
'잃어버린 유언장 사건'이란 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또한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에서 나온,
내가 만났던 의사는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예고살인'을
연상케 했으며

'검은 고양이'에서
주인공의 완전범죄를 방해한 주역. 고양이 울음소리는
윌리엄 아이리쉬의 '한방울의 피'를 생각나게 했다.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 때문에 에드거 앨런 포를
공포소설의 대가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공포소설의 대가로만 표현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정신병을 가지게 된 정신과 의사가
타르칠을 한 몸에 깃털을 마구 붙이는 마사지법을
새로운 치료방식이랍시고 홍보하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과
딸을 독립시키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딸에게 청혼하러 온 남자에게 터무니 없는
결혼 조건을 내민다는 내용의
'일주일에 일요일 세번'이란 소설 같이
생각보다 쾌활한(?) 내용의 소설들과,
죽음을 피하기 위해 만든 밀실이 오히려
자신들의 죽음을 불러 일으켰다는 내용의
'붉은 가면의 죽음'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도끼날보다 더욱 무서울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려있는 사람의 정신상태를
아무런 여과 없이 보여주는
'구덩이와 추'와 같이
특정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의 감정상태를
제대로 표현해 낸 소설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보고 나서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현대 추리소설에 에드거 앨런 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지.
-공포 & 스릴러는 마이너에 속하는 장르임에도-
그의 소설이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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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프 그래픽 컬렉션
엘린 브로쉬 맥켄나 지음, 라몬 K. 페레즈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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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음에도 성별과 신분을 이유로
자기 자신의 삶 전체를 제약받던 누군가가
21세기에 태어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제인]은
'19세에 살던 제인 에어가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에 대해 그려낸 책으로,
그녀는 그녀만의 삶을 거의 온전히 살아내고 있다.

재능을 펼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목돈을 모으고,
원하는 만큼의 목돈이 모이자마자
자기를 제대로 보아주지 않던 가족에게서 빠져나왔다.
어릴 때의 자기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가진
고용주의 아이가 자기와 같은 유년시절을 보내지 않도록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최선을 다했다.
이성 간의 애정과, 거기서 나오는 여러 감정들이
자신의 인생보다 우선시 되는 일이 없도록.
자기 꿈을 잠식하지 않도록 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너는 아마 안될거야'란 말을 자주 하던 교수가
'전시회에 실을 그림을 가져와라'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19세기의 제인은
고아 출신의 미혼 여자란 이유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어설픈 무언가'라 무시당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전부터 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받아야 했다.
독립된 삶을 원했고,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여성은 남자에 종속되어 살아가야만 하는'
'여자는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가 없이,
어릴 때는 어른들의 뜻에 따라서.
성인이 되어서는 남편과 아들의 말에 따라
살아가야만 하는'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1세기의 제인은 달랐다.
뱃일을 통해 목돈을 모으고,
스스로의 힘으로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이 '어설픈 무언가가 아님을' 증명했다.
자신의 작품을 아니꼽게 보던 교수가
'최근 작품들은 마음에 들었다'
'전시관에 걸 그림을 가져와라'
말할 정도로 설득력 있는 그림을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재능에 대한 타인들의 의심을 거둬들였다.
자신의 재능과, 타인에 대한 인류애를
이성간의 사랑보다 중요시 여겼기에
독립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었다.

고전소설들은
'그 시대 특유의 감성 때문에 읽기 힘들다'
'지금과 맞지 않는 사상들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인'과 같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 고전소설들이
조금 더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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